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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넷 Jul 20. 2022

기업의 반짝이는 순간을 담는 인터뷰 피칭 7단계

AE의 일 #5. 인터뷰 피칭

기억도 안나는 대리 시절 같습니다. 상사-기자-고객사 3면에 둘러싸여 하루 걸러 하루 신명 나게 털리던 시간 속에 한 경제지 기자에게 모처럼 인상깊게 까인 적이 있습니다.

후배 교육을 그렇게 시키시면 어떡합니까


이런 대사까지 들으며 한바탕 욕을 먹었던 이유는 바로 인터뷰 피칭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어레인지 하던 중, 먼저 연락한 A매체의 인터뷰 가부 회신이 지연되자 B매체에 동시에 컨택을 한 겁니다. 심지어 A매체에게 이 사실을 오픈하면서 흥분한 기자가 쌍욕을 제외한 욕을 쏟아붓게 된 형국이었죠.


후배의 잘못도 내 잘못인 대리이기에 꼼짝없이 콜센터 직원처럼 전화통을 들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B매체가 다른 인터뷰이에게 관심을 보여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더랬죠.


이 사건이 요즘 들어 자주 생각나는 이유는 근래 인터뷰 피칭이 보도자료 배포만큼 잦기 때문입니다. 신규 고객사가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 인터뷰 섹션이 많아진 매체 환경이 더 큽니다. 지면 고정 섹션은 물론 매체에서 파생된 뉴스레터 그리고 잡지까지 인터뷰에 포커스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우리는 인터뷰 피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기자-고객사 모두가 만족하는 피칭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인터뷰 피칭 1단계: 인터뷰 지면 분석 및 컨택 기자 우선순위 리스트업


인터뷰는 지면 게재를 목표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뉴스레터 등의 온라인 매체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은 주요 매체 지면을 타깃 하죠.


A안) 주요 매체 지면 정기 인터뷰 섹션 리스트업

B안) 고객사 산업군 담당 기자 리스트업


사실 A안과 B안 모두 미디어 리스트 업데이트 과정에서 파악이 됩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네이버 뉴스 검색만으로도 대략적인 타깃 미디어 선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푸드 스타트업 CEO 인터뷰를 피칭해야 하는 경우라고 가정해봅시다. 앞서 설명드린 두 가지 방식으로 인터뷰 가능 지면을 분석하는 중 키워드는 크게 2개입니다. [CEO 인터뷰] [A경쟁사 인터뷰].


먼저, 'CEO' 섹션을 파악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정기 섹션으로 CEO 인터뷰 섹션을 운영합니다. 해서, 포털 뉴스 검색창에 [CEO] [CEO 인터뷰]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관련 기사를 소화하는 매체와 기자명을 확인할 수 있죠.


두 번째로는 고객사의 산업 키워드/경쟁사 키워드로 검색을 하는 겁니다.  [스타트업 인터뷰] 또는 [A 경쟁사 인터뷰] 정도로 기사를 검색하면 고객사의 유관 업체들은 어떤 지면에 인터뷰를 피칭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가 이미 피칭한 지면이니 하면 안 될 것 같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는 경쟁사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미 우리 산업에 대한 1차적인 스터디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조금 더 심도 있는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물론, 경쟁사 대비 고객사의 서비스가 경쟁우위가 없다면, 적극 고려될 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럼, 이렇게 키워드별로 관련 기사를 검색했을 때, 피칭이 가능한 매체 그리고 기자명을 리스트업 하면 되겠죠?!


인터뷰 피칭 2단계 : 인터뷰 요청서 준비


자, 이제 컨택해볼 기자들이 우선순위에 따라 리스트업 되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얼 해야 할까요? 인터뷰 요청서를 준비해야 합니다. 인터뷰 요청서란 인터뷰에 필요한 정보들을 담는 문서인데요. 크게 3가지 정도의 정보가 들어가면 됩니다.


<인터뷰 요청서 3요소>

인터뷰이 프로필: 이름, 직책, 소속 기업, 주요 커리어

인터뷰 아젠다: 인터뷰를 제안하게 된 배경 및 인터뷰 콘텐츠 앵글

브랜드 또는 소속군 소개: 고객사 정보


인터뷰요청서는 일종의 '제3자가 쓰는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터뷰이의 성장 스토리, 역경 극복기 그리고 추후 포부를 2-3장 정도의 분량으로 작성해 기자에게 '만나보고 싶은 인터뷰이'로 가치를 소구 하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피칭 3단계 : 기자 컨택 및 피칭 개시

내 자소서를 넘어 남의 자소서를 쓰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이제 직 매체를 컨택합니다. 다만, 인터뷰를 피칭하면서 해당 인터뷰가 '단독'인지 '최초'인지 여부를 검토 후 피칭한다면 조금 더 원활한 피칭을 진행할 수 있니다. 더불어, 인터뷰 피칭 시에는 반드시 일전 컨택한 매체가 명확히 거절 의사를 전달했을 경우에 차순위 매체에 컨택합니다. (안그러면 저처럼 신명나게 털릴 수 있....)


기자와 통화하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산으로 느껴지는 신입분들을 위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죠.


기자는 항상 바쁘죠. 가끔 전화를 하면 짜증부터 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선 컨택으로 피칭해야 한다면 기자가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인터뷰 제안을 고려할 여유가 있는 시간에 컨택하는 게 좋을 겁니다.


마땅한 때를 굳이 찾자면, 평일 오후 5시 이후  정도가 부담 없이 통화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자, 이제 대망의 5시가 되었습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잡고 어떻게 이야기할까요? 저처럼 심장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옥상으로 도망쳐 통화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스크립트를 짧게나마 올려봅니다.


"안녕하세요, 00 홍보 담당하는 000입니다. 다름 아니라, 000 기업 000(직급)님이 방한 예정 이시어 '한국시장 000 업계 진출전략'에 대해 인터뷰 제안드리고자 연락드렸습니다. 바쁘시겠지만, 검토 의향 있으시면 메일로 인터뷰 제안서 보내드리고 검토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처음은 누구나 어렵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을 부여잡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뷰 피칭 4단계 :  사전 질의서 수령


자, 다행히도 매체 피칭에 성공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해피엔딩일까요?


인터뷰 준비는 이제 시작입니다. 사전질의서라는 것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전질의서는 인터뷰 진행에 앞서 인터뷰이에게 묻고자 하는 질문을 정리한 문서입니다.


홍보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질문이 있는지 체크하거나 메시지를 사전에 컨트롤하기 위해 필요한 문서입니다. 매체 입장에서도 더 풍성한 인터뷰 진행을 위해 필요한 단계입니다.


하지만, 사전 질의서는 반드시 피칭하는 측에서 요청해야 합니다. 매체가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에요. 즉, 홍보담당자인 우리가 아쉬운 상황이니 사전에 챙기고 요청해야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전 질의서를 수령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답변 방향 제언입니다.


기자는 취재와 질문하는 법을 신입시절부터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인력입니다. 답변의 행간을 찾고 본인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을 하는 법을 교육받은 분들이죠. 즉, 사전질의서에 공유된 질문지를 토대로 기자가 쓰고 싶어 하는 앵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답변 시 하지 말아야 할 내용 그리고 강조해서 이야기할 부분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답변하지 말아야 할 답변은 무엇일까요?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지만 순진한 답변은 금물인 대표질문 2가지를 공유드립니다.


1. 경쟁사는 어디입니까?

흔히들 스타트업 또는 신흥 산업과 연관된 기업의 인터뷰일 때 등장하는 단골 질문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산업을 규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것을 기준으로 한 비교만큼 명료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매체는 인터뷰이에게 기업의 경쟁사를 묻고 규정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고객사에게 되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객사의 비즈니스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래서 가장 무난한 답변을 공유드리오니. 식은땀 대신 미소를 띠며 대답해보세요.


"경쟁사는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의 서비스 영역과 비즈니스 구조가 차별화되다 보니 동일기준에서 적용하기 어려워서요."


집요한 되물음 보다는 무미건조한 수긍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2. 매출액은 얼마입니까?

인터뷰이의 가치는 소속 조직에 기반합니다. 기업 또는 기관의 성과 혹은 비전을 대변해 말해주는 역할로서 인터뷰이가 필요한 것이니 기자 입장에서 기관에 대한 사전 파악은 인터뷰이 개인의 스토리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인터뷰 피칭 단계 또는 인터뷰 진행 과정 중 단골 질문이 매출액입니다. (10명 중 8명이 물어보는 것 같네요.) 보통 매출액은 기업공개를 한 기업 또는 의무적으로 공시를 해야 하는 조직이 아니고서야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내규이다'라고 답변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기업의 위치 또는 위상을 대변할 수치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피칭하는 타깃에게 '우리 이렇게 잘 나가는 조직이에요'라는 것을 보여줘야 인터뷰에 관심을 가질 테니까요. 이런 경우, 보통 '성장률'을 제시하거나 혹은 '타 기업과 비교가 불가능한 섹터의 수치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매출을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타 기업과 나래비 세워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해서, 잊힐 권리가 없는 언론에 굳이 추후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는 수치 데이터를 제공할 때는 '절대적으로 조직에 도움이 되는 수치인가'를 고려 후 의사결정해야 합니다.


인터뷰 피칭 5단계 : 현장 팔롭

드디어 대망의 인터뷰 당일.


사전 질의서도 수령하고 인터뷰이에게 모범 답변도 공유해놓았습니다. 그런데, 팀장이 현장 팔럽을 가라고 합니다.


'현장 팔럽? 현장에서 뭘 팔럽 하라는 거야. 리액션하라는 건가...'


아닙니다. 인터뷰 현장에서 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현장 녹취와 2. 현장 조율


현장 녹취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부터 진행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기자들도 인터뷰를 시작하면 휴대폰 녹음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며 '녹취하겠습니다'라고 할 겁니다. 간혹 녹취를 하면 기자가 불쾌해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보통의 기자들은 그렇진 않습니다. 녹음 주체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위법이 아닌 만큼 적법성을 굳이 걱정할 필요 없겠습니다.


현장 조율은 인터뷰 도중에 진행되기도 하고, 인터뷰 후 한 번에 랩업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때 조율해야 할 부분은 크게 3가지입니다.


< 인터뷰 현장 체크사항>

1) 추가 확인이 필요한 인터뷰이가 언급한 수치 데이터 사항 고지

2) 언급 내용 중 기사화되기 어렵거나 정정이 필요한 부분 협의

3) (인터뷰 도중) 답변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문항에 대해 답변 어려운 점 양해 구하기   

 

겨우겨우 피칭한 인터뷰 당일에도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많다니, 쉬운 일이 하나 없지요? 그래도 이제 절반을 지나왔습니다.


인터뷰 피칭 6단계 : 녹취록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습니다. 그럼,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이 가능할지 알았지만 이제 녹취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흔히 '녹취를 푼다'라고 하는데, 인터뷰를 마친 기자도 똑같은 작업을 할 겁니다.


그렇다면, 굳이 '녹취록'을 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내용에 대해 더블체크를 하기 위함입니다. 구두 인터뷰는 말하는 어조, 상황, 발음에 따라서 의미가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한 예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갑니다' '아버지(음...) 가방에 들어갑니다.'가 있는데요. 육성도 크게 다르지 않죠. 어디서 띄어 말하느냐에 따라서도 의미가 달라지기 십상입니다.  


해서, 인터뷰 진행 후 인터뷰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전에 체크하고 관련해 정정 또는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경우 매체에 전달하기 위해서 녹취록을 작성합니다.


인터뷰 피칭 7단계 : 게재 보고

오매불망 인터뷰 기사 게재를 기다리던 어느 날, 드디어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게재 보고를 해야 합니다. 게재 보고는 크게 3가지 기준으로 검토 후, 보고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기사 게재 결과 체크리스트>

1) 인터뷰 헤드라인이 고객사에게 부정적인가

2) 인터뷰 내용 중, 녹취록 기준 팩트와 다르게 기재된 것은 없는가

3) 인터뷰 내용 중, 오해를 일으킬 만한 문장은 없는 가


이중 해당 사항이 있다면, 녹취록과 팩트를 근거로 정정 요청 및 반영까지 완료되어야 인터뷰 피칭은 마무리가 됩니다.


이쯤 되면 보도자료 작성이 더 그리워지는데요. 인터뷰는 보통 기업에게 마일스톤이 있거나 자랑할 만한 일이 있을 때 피칭하게 됩니다. 즉, 기업의 반짝이는 순간을 담는 업무인 셈이죠.


단계 단계마다 우리의 노고가 많이 담기는 만큼 그 의미와 결과에 있어 고객사 그리고 AE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는데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 해당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기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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