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라색 인간입니다
Chapter 2. 파란 맛 - 세 번째 이야기 "일터"
Chapter 2 파란 맛(이성적인 나)
3. 일터_월급이 주는 자부심
대학을 졸업하고 첫 4대 보험 혜택을 받으며 일하게 된 일터는 공기업의 콜센터였다. 공기업이 주는 안정감이 마음에 들었고, 계약직이었지만 상담원으로 일하게 되면 업무적인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어 나중에 정규직을 뽑을 때 유리한 경력으로 써먹을 수 있겠다 싶어 야심 차게 시작한 첫 직장이었다. 동기 20명 중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입사시험에서 일등을 하여 기수장으로 뽑히면서 나름 활기찬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 콜센터 직원에 대한 낮은 인식이 있는 사회라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는 계약직이라는 사실만 전하고는 '언젠가는 정규직이 되어 떳떳하게 내가 하는 일을 소개를 할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일을 이어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쳐가는 고객 응대와 정규직을 당분간 뽑지 않는다는 소식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퇴사 후에 남들에게 보기 좋은 직장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 끝에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입사한 곳은 인터넷 신문사의 기자 자리였다. 처음에는 글 쓰는 일도 신기하고 만나는 사람들도 많고 재미있게 다녔지만, 매달 늦게 지급되는 월급과 글을 이용해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의 돈을 받아내다가 고소를 당해 전과가 있는 사장이라는 사람 때문에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고 퇴사하게 되었다.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직장들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일한 만큼 급여를 정직하게 받으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고, 영어학원의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늦은 출근시간도 좋고, 일하는 시간에 비해 높은 급여도 마음에 들어 하루, 한 달 그리고 일 년, 이 년 그리고 계속 일하게 되었다. 개인사업자의 카테고리에 속해서 일하게 된 강사라는 직업은 대기업 정규직 직원들이 누리는 4대 보험의 혜택이나 월차, 연차 그리고 성과금 등의 혜택은 없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서 얻는 값진 뿌듯함이 있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람된 여러 경험들이 쌓이면서 직업적인 방황을 끝을 맺고 강사의 길을 계속 걷게 되었다.
일터라는 것이 어떤 날은 현대판 노예가 되어 월급날만 바라보며 개미처럼 일하는 날들도 있지만, 또 어떤 날은 내가 할 수 있는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감사한 순간을 경험할 때도 있다. 특히, 결혼과 육아로 일에 대해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나니, 하루하루 내가 나갈 수 있는 일터가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한 달, 두 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는 날들이 많아졌다. 남들이 좋다는 다른 꿈의 직장이라는 곳들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바로 이 일터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무대이고, 가장 나답게 성장할 수 있는 꿈의 실현의 무대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난 현대판 노예가 되어 출근하고 퇴근할 것이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따뜻한 자부심으로 가득 채운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