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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13. 2023

궁금하면 찾아본다

책을 읽거나 길을 가다가 모르는 것을 만나면 메모를 해뒀다가 나중에 찾아보고는 한다.


최근에 찾아본 것들은 이렇다. 응력. 7년 전쟁, 김상옥, 아케나톤, 항응고보존제, 황금방울새, 웰시래빗, 실피움, 청주콜버스.


청주콜버스는 출근 길에 본 미니버스에 그렇게 쓰여 있어서 메모했고, 나머지는 책 보다가 만난 것들이다.


***


<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을 읽다가 응력이란 단어를 만나서 찾아봤다. (공대 출신 맞냐...) 응력, stress. 그냥 스트레스라고 말할 것이지... 아니, 우리말 써야지. 어쨌든 강화유리 관련해서 응력은 주로 인장력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강화유리는 그냥 뜨거운 유리를 빠르게 식히면 만들어진다. 너무 빨리 냉각되는 바람에 입자들 사이에 해소되지 않은 수축력이 남아 있고, 그것이 유리를 부수려는 응력에 대항하는 원리다.


7 전쟁은 잘 모른다. 사실 30년 전쟁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도 몇 년 전이다. 워낙 복잡한 전쟁이라서... 7년 전쟁을 찾아본 이유는, 웬 역사책을 보는데 이런 내용이 나와서다. 적국인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2세를 평소 흠모하던 러시아의 표트르 3세는 즉위하자마자 이기던 전쟁을 그만두고 철수 명령을 내렸다. 


어이없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 어떤 전쟁이라도 전쟁을 일으키고 계속하는 것보다 더 미친 짓은 없다.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 나중에 1차 대전에서 나오기 위해 이것저것 다 퍼줬던 볼셰비키 정권을 보면, 이게 러시아 전통인가 싶기도 하다.


김상옥은 종로 경찰서 폭탄 테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시 찾아보니 종로 경찰서 테러가 이 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본 경찰이 그를 찍어서 수배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분의 진가는 그것보다는, 수백 명의 경찰을 상대로 쌍권총 무쌍을 찍었다는 사실에 있다. 영화로 만들어도 과장이 심하다고 욕할 만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 분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밀정> 오프닝에 나오는 박희순이 이 분을 모티브로 한 것은 분명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니까.


참고로 종로 경찰서 의거가 이 분의 업적이라는 정황 증거 중 하나가 폭탄의 위력이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사용하던 폭탄은 만듦새가 조잡해서 위력이 약했는데, 종로 경찰서 의거는 수준이 달랐다. 당시 그런 폭탄을 만들 수 있는 독립단체는 의열단뿐이었고, 김상옥이 의열단 소속이라는 것이 정황 증거다.


이 분이 일본 경찰 수백 명을 상대로 무쌍을 찍은 현장은 영화 <밀정>에서 나온 것처럼 종로 골목 어딘가다. 그런데 그곳에 동상은커녕 안내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민족은 일본에 만큼은 박애주의와 용서의 마음이 충만해서 그런가 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On5p7iVjGg&t=943s


아케나톤은 이집트 신왕국 제18대 왕국 제10대 파라오다. (헉헉...) 이 인간이 왜 특이하냐 하면, 이집트에서 유일신 종교를 주창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1300년대에 종교개혁을 한 것이다. (기원 후 1300년대에도 종교개혁은 아직이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이 행동이 무엇 때문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왕권 강화다. 아케나톤이란 이름의 뜻 자체가 태양신 <아톤>을 이롭게 하는 자라는 뜻이다. 파라오는 신의 아들인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단 말인가. 아무튼 그의 종교개혁은 실패했다. 그가 죽자마자 원상복구 완료.


항응고보존제는 혈액 보관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수혈이라는 것이 도입된 초기에는 혈액을 보관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혈액이 굳는다는 것이 특히 문제였는데, 이걸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항응고보존제다.


역사에 기록된 수혈은 동물의 피를 인간에게 주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양의 피를 수혈받은 이 사람은 당연히 죽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수혈이 법적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나중에는 인간의 피를 수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여전히 부작용은 컸다. 혈액형이라는 개념이 아직 없었을 때니 당연했다. 1900년에 ABO 혈액형이 밝혀졌고, Rh 혈액형은 1940년에나 발견되었다. 항응고보존제는 1914년 처음 개발되었고, 당시 쓰였던 것은 구연산 소듐이었다. 구연산 소듐은 중독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많았으며, 부작용이 덜한 다른 응고제들이 그 이후의 역사다.


황금방울새는 어떤 요리 에세이에서 만났는데, 유명한 소설 제목이다. 그런데 이 소설 제목은 같은 제목의 유명한 그림을 가져다 쓴 것이다. 그냥 소설 제목에서 끝났다면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림 제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카렐 파브리티우스(Carel Fabritius), 황금방울새(Der Distelfink)


웰시래빗(Welsh rabbit) 역시 요리 에세이 출신이다. (요리니까 당연한가.) 예전 영국인들은 좀 덜떨어진 것들을 웨일스산이라고 부르는 일에 재미를 들렸나본데, 토끼 고기 없는 토끼 요리라는 뜻이다. 지금은 순화해서 rabbit이 아니라 rarebit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뭐 하자는 거지...)


토끼 고기는 먹어본 적도 없고 먹고 싶지도 않다. 치즈가 듬뿍 올라간 토스트인 웰시 래빗이 훨씬 나아보인다. 그냥 토스트한 빵 위에 토스트한 두꺼운 치즈 올리면 끝이다. (영국 요리에 뭘 기대하냐.) 물론 상상력에 한계란 없으니 여러 가지 다른 재료를 넣은 변종이 많다.


실피움(Silphium)은 로마 시대에 엄청 귀하게 여겨졌던 향신료인데, 지금은 없다. 양식, 그러니까 재배가 안 되어서 산삼처럼 구하러 다녀야 했던 것이라고 하는데, 그 가치가 같은 무게의 은, 나중에는 황금 수준까지 갔다고 한다.


이미 서기 1세기 무렵에 멸종한 식물이라, 그 정체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미나리과 아위(Ferula)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실피움을 발견했다는 학자가 튀르키예에서 나타났는데, 그가 발견했다는 것이 아위의 일종이다. 현대의 기술로도 재배가 매우 까다롭다니, 실피움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청주콜버스는 생긴 것이 현대자동차가 서울과 세종시에서 시범 운행 중인 셔클과 매우 닮았다. 찾아보니 셔클과 마찬가지로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 Demand Responsive Transit)다. 운행 취지도 셔클과 비슷한데, 셔클이 운행 중인 곳은 은평 뉴타운과 세종시, 즉 대중교통 체계가 존재하지만, 그 중심으로부터 약간 소외된 지역이다. 마찬가지로 청주콜버스는 청주시 읍면 지역을 중심 교통 체계와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즉, 장기적으로 읍면 지역 공영버스를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걸 시 자체에서 하다니, 청주시가 돈이 많긴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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