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는 꿈을 자주 꾼다.
내가 워낙 길치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종류도 다양하다.
1. 지하철
지하철로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역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체로 2호선에서 환승 후 딱 한 역 정도만 가면 되는 역인데,
꿈에서는 그 환승역까지 갈 방법이 없다.
가끔은, 지하철 역에 공중에서 끊어진 계단이 있다든가,
철도 건너편 어딘가로 날아가야 환승장이 있다든가 하기도 한다.
공간적 배경은 우리나라 지하철이다.
2. 버스
공간적 배경은 가본 적 없는 국내의 어떤 버스터미널, 또는 스위스 분위기의 어느 광장이다.
공통점이라면, 터미널 겸 광장이 아주 넓다는 것.
어디에서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
종종, 막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스위스 분위기인 경우에는 버스 대신 트램을 타야 하는 상황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트램인 경우에는, 예전에 살았던 베른 근교 무리(Muri)가 지하철 꿈의 환승역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최종 목표 이전에 도달해야 하는 중간 기점인데, 거기까지 어떻게 갈지 도저히 알지 못하는 상황.
지하철 꿈에서는 노선도를 보면서 당황하는 반면, 버스/트램 꿈에서는 광장을 헤매인다.
가끔은, 드디어 버스 타는 곳을 발견했는데 버스가 이미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3. 집에 오가는 길
공간적 배경은 예전에 살았던 아현동이다.
아현동 언덕이 매우 과장스러운 경사로 등장하며, 종종 빙판길이다.
(그 언덕은, 뉴타운 개발하느라 아마 밀어버렸을 것이다.)
언덕을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지만, 대체로 빙벽에 매달려 애쓰다가 깨고는 한다.
***
간밤에 또 헤매는 꿈을 꿨다.
버스 꿈이다.
그런데 결말이 아주 다르다.
첫째, 버스표 사는 데 성공했고,
둘째, 버스를 타는 데에도 성공했다.
물론 둘 다 아주 어려웠다.
양손에 문서 더미를 잔뜩 들고 있어 버스표 사는 것도 힘들었고,
버스 타는 곳을 찾는 것도, 막 떠나려는 버스를 잡아 타는 것도 힘들었다.
버스에 타고 나서, 버스 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 지갑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앉을 자리도 없고 짐 때문에 양손이 자유롭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
그래도, 버스에 탄 게 어딘가.
나아지는 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