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 머신
내가 처음 코딩을 배울 때 책에서 만들라고 했던 <게임>은 숫자 맞추기 게임이다. 컴퓨터가 어떤 숫자를 하나 생각하고, 내가 어떤 숫자를 추측하면 그보다 높은 수인지 낮은 수인지 힌트를 주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정답이 4인데 내가 6이라 말했다면 낮다, 2라 말했다면 높다고 힌트를 주는 식이다.
구글 바드가 거짓말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 게임이 떠올랐다.
최근에 내가 구글 바드와 나눈 대화는 이렇다.
나: <노인과 바다>의 엔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구글 바드: 굉장한 물고기를 잡았는데 상어한테 다 뜯어먹히구 어쩌구 저쩌구...
나: 아니. 소설의 정말 끝부분 말야. 한 무리의 관광객이 물고기 뼈에 대해 물었는데 오해하기 딱 좋은(misleading) 대답을 듣는 장면이지.
구글 바드: 아, 그 장면 말이군. 그 엔딩은 정말 모호하지.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노인(산티아고)에게 물고기 뼈에 관해 물었고, 노인은 큰 물고기를 잡았으나 상어가 다 먹었다고 대답하지. 어쩌구 저쩌구...
나: 거짓말 말고.
구글 바드: 거짓말 말라는 게 무슨 뜻이지?
나: 거짓말하지 말라는 거야. 관광객들은 산티아고가 아니라 웨이터에게 물었어.
구글 바드: 맞아. 관광객들은 웨이터에게 물었지. 웨이터는 이렇게 대답했어. 산티아고가 큰 물고기를 잡았는데 상어가 다 먹었다고. 어쩌구 저쩌구...
나: 아니. 웨이터는 딱 한 단어만 말했어. '상어'라고 했지.
구글 바드: 맞아. 웨이터는 딱 한 단어, '상어'라고만 말했고 관광객들은 떠났지. 산티아고가 큰 물고기를 잡았는데 상어가 다 먹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지. 실수를 해서 미안하고 어쩌구 저쩌구...
나: 아, 정말. 거짓말 좀 그만해.
구글 바드: 알았어. 이제 거짓말 안 할게.
관광객을 얘기했더니, 관광객들과 산티아고의 대화를 지어낸다. 관광객들과 대화한 것이 웨이터라고 지적했더니 산티아고를 웨이터로 바꾼다. 웨이터가 딱 한 단어만 얘기했다고 지적하니, 웨이터는 딱 한 마디만 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관광객들이 알아서 추측했다고 고친다...
바드. 내가 아주 좋아하는 클래스다. 무기도 좀 쓰고, 마법도 좀 쓰는 하이브리드 클래스라는 점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음유시인' 아닌가. RPG에 딱 맞는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구글이 '바드'라는 단어의 뜻을 '구라쟁이'로 바꾸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래, 구글, 넌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