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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11. 2023

오늘, 뭐 먹지?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8) 무엇을 먹을까

이런저런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체중 조절에 실패한 윌리엄 밴팅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탄수화물 조절 식단에 도전했는데, 드디어 살이 빠졌다. 성공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그는 소책자를 냈다. 제목은 <대중에게 전하는 비만에 관한 소책자>. 


1863년에 나온 책이다. 앤설 키스라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 우리 식단을 망쳐놓기 전에, 우리는 왜 살이 찌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정상 체중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알고 있었다. <비만 코드>에 나오는 내용이다.



무엇이 살찌게 하는가


제이슨 펑의 책들을 보면 무엇이 체중을 결정하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인류의 퀘스트가 역사처럼 펼쳐진다. 제이슨 펑의 결론은 이렇다. 체중에는 일종의 기본값이 설정되어 있는데, 이 값의 결정 변수가 아닌 곳에 손을 대면 체중은 변하지 않는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방정식에 포함되지 않은 변수를 아무리 바꿔 봐야, Y값은 바뀌지 않는다. 방정식에 포함된 X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X는 과연 무엇인가? 체지방량을 조절하는 렙틴, 허기를 조절하는 그렐린, 포만감을 조절하는 펩타이드 YY, 콜레시스토키닌 등 호르몬은 모두 먹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체중 설정값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상관성이 아니라 인과성을 확인해야 한다. 그 호르몬을 인체에 투여하면 체중이 증가하거나 감소해야 한다. 이런 실험은 어렵지 않다. 결국 단 두 종류의 호르몬만이 이 시험을 통과했다고 제이슨 펑은 말한다. 인슐린과 코르티솔이다. (벤저민 빅먼은 <왜 아플까>에서 더 많은 호르몬의 영향을 설명하고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두 호르몬에 일단 집중하자.)



처방은 나와 있다


범인은 밝혀졌다. 인슐린 저항성이다. 범인을 찾았으니 이제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다. 그러나 문제 확인과 문제 해결은 별개의 과정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위 절제술은 거의 확실하게 비만을 치료하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방법을 표준 치료법으로 권장할 수 있을까?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라는 처방은 사실 정반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무지막지한 위 절제술과 달리, 인체에 무리가 전혀 없다. 문제는 처방의 실행에 있다. 위 절제술은 칼을 든 의사가 해치우면 그만인 1회성 숙제지만, 인슐린 저항성 개선은 환자가 스스로 오랫동안 실천해야 하는 루틴이다.


많은 사람들이 HDL 수치를 높이고 싶어 한다. 그런데 HDL 수치를 높이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의사들도 즐겨 내리는 처방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HDL 수치를 개선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이 처방은 운동이다. 환자들은 운동 대신 스타틴을 먹는다. 이 약은 HDL 수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LDL 수치가 떨어지니 좋을 거라고 기대하며 행복 회로를 돌린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의 핵심에는 탄수화물 섭취 제한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탄수화물 섭취 제한은 운동보다 훨씬 어렵다. 장담컨대, 알코올 중독 환자가 술을 끊고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우리는 모두 탄수화물에 이미 중독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탄수화물 섭취 자제보다 위장을 잘라내기 위해 몸에 칼을 대는 편을 선택한다. 톰 오브라이언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에 소개된 사례는 충격적이다. 환자는 오브라이언의 지도에 따라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한 결과 인지능력을 회복했다. 그러나 몇 달 후 정기진단에서 그녀의 상태는 다시 나빠졌다. 탄수화물을 먹었느냐는 의사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한다. 탄수화물을 먹지 못한다면 사는 의미가 없다고.



문제의 그 처방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는 조건은 두 가지다. 인슐린이 높은 상태가 발생해야 하고, 그런 상황이 자주 연출되어야 한다. 인슐린 농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혈당이 높다는 이야기다. 혈액 내 떠돌아다니는 포도당을 빨리 체세포 쪽으로 끌어내 당장 ATP를 만들어 사용하든가, 글리코겐 또는 체지방의 형태로 저장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가끔 발생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서 만들어진 것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시시때때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혈당이 높아지니, 인슐린이 혈당 흡수를 재촉해도 몸은 예전처럼 재깍 반응하지 않는다. 매일 야근하며 녹초가 된 직원들을 닦달해 봐야 효과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울면서 외쳐봐야, 늑대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나오는 상황에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사진: Unsplash의M. Zonderling


인슐린 저항 사건의 빈도를 조절해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려는 방법은 간헐적 단식이다. 이 사건 자체를 막아보려는 방법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요법들이다. 저탄고지, 당질 제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추구하는 것은 같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려면 다른 영양소의 섭취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단백질을 많이 먹는 방법이 예전에 유행했던 앳킨스 다이어트다. 그러나 앳킨스 다이어트는 성공하지 못했다. 탄수화물만큼은 아니지만, 단백질 역시 인슐린 회로를 상당히 자극한다. 고단백 식이요법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단백질 섭취가 포만감을 꽤 많이 가져온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는 비만 환자들은 대개 포만감 중추 자체가 망가져 있다. 인슐린 저항성 환자들은 대개 렙틴 저항성이라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또한,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을 먹어야 한다. 앤설 키스의 사기 행각에 놀아난 데이터로 교육을 받아온 우리에게 지방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뭔가 안 좋은 것과 즉각 연결된다. '살이 쪘다'라는 단어와 '지방'이라는 단어가 별개로 존재하는 한국어 사용자에게도 이미지가 나쁜 '지방'이라는 단어가 '살이 쪘다'는 단어와 같은 스펠링인 영어 사용자들에게 어떤 이미지겠는가?


과연, 지방은 많이 먹어도 괜찮은 걸까? 지방에 대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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