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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06. 2023

간헐적 폭식도 괜찮(을 것 같)다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7) 간헐적 폭식, 그 두 번째

간헐적 폭식을 방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람들은 공유하고 있다. 지방과 단백질을 많이 먹고, 저항성 탄수화물 또는 식이섬유로 식사를 시작하며, 한 끼로 폭식을 주체할 수 없다면 우선 하루 두 끼로 시작하라 등등.


나는 야채(대체로 양배추) 200그램으로 식사를 시작하며, 탄수화물을 먹기 전에 유기농 사과식초 15~30ml를 마신다. 메인 코스 요리도 야채,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먹으려고 대체로 노력한다. 식후에는 견과류 간식을 많이 먹는다. 그런데도 2,700칼로리를 넘기는 날이 대부분이며, 때로 3,000칼로리도 넘긴다.

배가 아플 때까지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왕성한 소화력 때문인지 매일 저렇게 먹고도 아무렇지 않으며, 아침에 기상하면 대체로 2분 이내에 화장실에 간다. 아침에 큰일을 치르지 못하는 날은 한 달에 하루도 되지 않는다.


어떤 유튜버에 따르면, 폭식의 기준을 음식의 양이나 칼로리에 두지 말고, 먹고 난 다음 어떻게 느끼는지에 두라고 한다. 먹고 나서 기분이 나쁘다면, 폭식한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오늘 식사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뭐? 3천 칼로리를 먹었다고? (c) Unsplash의RepentAnd SeekChristJesus


도덕적 판단 기준 중에 할머니 기준이라는 게 있다. 내가 한 일을 할머니에게 말할 수 있다면, 괜찮다는 논리다. 비슷한 것으로 신문 헤드라인 기준도 있다. 내가 한 일이 신문 헤드라인으로 나와도 떳떳할지 자문해 보는 것이다. 폭식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응용할 만하다. 다만, 식이장애를 이미 앓고 있는 경우라면 죄책감에 기대는 주관적 기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 도둑이라면, 도둑질한 얘기를 할머니에게도 해도 괜찮을 것이고, 신문 헤드라인에 나도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버그 박사는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있는 증거로 7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1) 배가 덜 고픈가, 즉 길게 단식을 유지할 수 있는가, 2) 에너지 수준이 좋아졌는가, 3) 식후에 만족하는가이다. (나머지 4개는 체지방(허리둘레) 감소, 혈압 감소, 혈당 감소, 그리고 새벽 혈당 스파이크의 부재다.)


우리 몸에는 기본적으로 아주 효과적인 피드백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간헐적 폭식으로 몸이 안 좋아졌다면,  또는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 반대 방향 역시 진실일 것이다. 느낌에 집중하자. 건강 관련 각종 수치를 체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해 보면 과연 제대로 하는 중인지 대략적인 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이슨 펑 박사는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섭취 칼로리의 감소에 몸이 적응하기 때문이다. 펑 박사는 체중 감소를 원한다면, 간헐적 단식에 동반되는 식사량이 평소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6/8 패턴으로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면, 하루 세 끼를 먹을 때와 마찬가지 분량으로 두 끼를 먹으라는 것이다. 세 끼가 같은 열량이었다면, 간헐적 단식 이전에 비해 1/3의 칼로리를 덜 섭취하게 되므로, 몸은 부족한 열량을 체지방에서 보충하게 된다. 이것이 펑 박사가 주장하는 체중 감량의 원리다.


그렇다면, 체중 감량이 필요 없는 사람의 경우 굳이 섭취 칼로리를 줄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폭식에 따른 부작용은 조심해야겠지만, 간헐적 단식에도 불구하고 섭취 칼로리를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해도 된다는 말이다. 


사진: Unsplash의Diana Polekhina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BMI가 비만의 척도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단지 편리해서다.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 증가해서 체중이 증가해도 BMI는 증가한다. 체질량계로 체지방을 직접 측정하거나, 허리둘레(라고 쓰고 배둘레라고 읽는다)를 줄자로 직접 재어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나도 물론 식탐을 줄이고 싶다. 그러나 현재 내 방식의 간헐적 단식은 아무 문제 없이 순항 중이다. 몸 상태도 좋고, 기분도 좋다. 굳이 뭘 바꿀 필요가 없다.


제이슨 펑과 제임스 디니콜란토니오의 공저, <어떤 몸으로 나이 들 것인가>를 읽다가 반가운 대목을 발견했다.


격일 단식하는 동물은 배식받는 날에 음식을 더 많이 먹어 단식을 보충한다. 이 결과는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꼭 칼로리를 적게 섭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제이슨 펑 등, <어떤 몸으로 나이 들 것인가> , 87쪽)


단식하는 개체가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은 수많은 동물실험으로 입증되었다. 단식 후에 더 많이 먹어, 결과적으로 같은 양을 먹는다면, 간헐적 단식이 무슨 소용인가 하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그게 소용이 있다는 것이 실험 결과다.


단식하는 동안에는 모든 영양소 센서 경로가 관여한다. 인슐린과 mTOR가 감소하고 AMPK는 증가한다. 역조절 호르몬으로 알려진 다른 호르몬들은 증가한다. 이들 호르몬에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성장호르몬이 포함된다. 역조절 호르몬이 증가하면 에너지가 늘어나고 기초대사율이 유지된다. (같은 책, 88쪽) 

AMPK는 양이 증가할수록 성장을 억제한다. 게다가 단식 중에는 역조절 호르몬들이 증가하는데, 쉽게 말하면 기초대사율이 증가한다. 기초대사율이 높으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사실은 다이어터들의 상식이니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은 물론 간헐적 폭식도 유효한 전략이다. 간헐적 단식 전보다, 전체적으로 먹는 양이 증가하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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