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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05. 2023

간헐적 폭식, 괜찮을까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6) 간헐적 폭식

간헐적 단식이 간헐적 폭식이 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참 참았다가 먹는 한 끼가 과연 단식 전의 한 끼와 비슷할 수 있을까? 폭식은 어떤 이유에서든 좋지 않다는 원론적 이야기는 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간헐적 폭식의 대안이 그냥 폭식, 즉 하루 종일 조금씩 먹어서 결국 많이 먹는 거라면 어느 쪽이 나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아는 단 하나의 사례가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하루에 두 끼를 먹는 16/8 단식러다. 점심은 라테 1잔이다. 가끔 2잔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한 잔으로 끝낸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보통 수준의 점심 식사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저녁이다. 16시간 공복의 영향도 있지만, 점심때 마신 라테 한 잔 이외에는 추가로 먹은 것이 없으므로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식탐이 제대로 발동한다. 그래서 뭘 많이 먹게 된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칼로리 기록을 하다 보니 하루에 3천 칼로리를 넘는 일이 예사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헐적 폭식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해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나로서는 이미 몇 년 동안 간헐적 폭식을 해왔지만, 단 한 사람의 사례를 일반화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현재 내 생애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다. 체중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건강검진 지표들도 모두 양호하다. 다만, 나는 하루도 빠짐 없이 운동한다. 하루에 대사하는 칼로리가 3,000칼로리에 근접한다는 사실은 감안할 요소다.


사진: Unsplash의Tangerine Newt


섭취 칼로리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보통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칼로리를 섭취하는지 궁금했다. FAO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들은 하루 평균 3,404.78kcal를 섭취한다. 참고로 미국은 3,868kcal, 서유럽 평균은 3,592kcal, 일본은 2,705kcal다. 생각보다 높은 수치다. 설문조사 통계인 경우, 이보다 훨씬 작은 숫자가 나온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부정확하기도 하지만, 섭취 칼로리라는 부끄러운 숫자를 낮게 부르는 의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FAO 통계는 칼로리 공급 통계다. 음식이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가를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버려지는 음식도 감안해야 하고, 통계의 내재적 불확실성도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보다는 훨씬 정확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남자 평균은 인구 전체 평균값보다 높을 것이 확실하다.


어떤 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300칼로리 정도를 초과하여 섭취한다는 내용을 보았다. 즉, 대사하는 칼로리보다 섭취 칼로리가 300칼로리만큼 더 많다는 말이다. 300칼로리를 태우기는 어렵지 않다. 실내 자전거를 40분 정도 타면 된다. 그러나 그것을 매일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물론 습관을 통해 더 먹는 대신 칼로리를 더 태우는 생활 패턴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운동과 소식 중 어느 쪽이 쉬운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쪽으로 결정하면 된다. 다만, 운동은 칼로리 소비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혜택을 가져다준다는 점은 잊지 말자.


오로지 공복 유지 시간만 고려하는 간헐적 단식은 우리 몸을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개표적인 것이 폭식이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먹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탄수화물의 양은 0이다. 그러나, 만 년 넘게 탄수화물에 길들여진 인체가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말대로, 의지력은 소진되는 자원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참는 것은 의지력을 크게 고갈시킨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는 무엇을 먹을까에 관한 다음 절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간헐적 단식 전문가인 Eric Berg 박사의 개인적인 의견에 따르면,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로 봤을 때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저탄고지 식단의 4배에 달한다고 한다. 저탄고지 단독으로는 약 20%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간헐적 단식 단독으로는 60%, 둘을 합할 경우 시너지를 포함해서 약 90%, 그 이상의 개선을 기대하려면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식단에 더불어 운동, 잠, 그리고 적절한 영양제 섭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UXSPIi5mE0


물론 이것은 버그 박스의 개인적 의견이다. 그러나 인슐린 저항성의 기전을 생각해 보면, 식사량보다는 공복 시간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잡담 - 유명인들의 (간헐적) 단식>

그동안 책에서 읽은 대로라면, 간헐적 단식을 유행시킨 제이슨 펑은 주당 3~4회 간헐적 단식을 하며 단식 시간은 24 내지 36시간이라고 한다. 다만, 단식 중에 커피와 차는 물론 약간의 육수도 허용하는 유연적인 형태다. <그레인 브레인>을 쓴 데이비드 펄머터는 분기마다 한 번 제대로 단식을 하는데, 딱 24시간 동안만 하는 대신 물과 약 빼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쓴 팟캐스터 팀 페리스는 매달 1회 24시간, 분기별 1회 72시간 단식을 하며, 방탄 커피만 마신다고 한다. 식욕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산책만 한 것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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