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말 Oct 25. 2023

최악은 피하자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14) 블랙리스트 1/2

오퍼레이션 블랙리스트


모든 음식의 유해성을 따지다가는 굶어 죽을 것이고, 굶어 죽기까지 철학적 사고를 펼치는 사람이라면 소크라테스가 이미 죽었으니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편한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가장 위험한 음식들만이라도 피하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작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목록은 완전하지도 않고 불변의 것도 아니다. 커피는 분명한 발암물질이지만 끊을 자신이 없어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이스크림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만, 가끔 그 사실을 잊고 먹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블랙리스트를 고쳐 쓸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것이다.


현재의 블랙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이기는 몸>의 저자 이동환 박사의 블랙리스트, 그리고 유튜브에서 간헐적 단식 채널을 운영하는 Eric Berg 박사의 블랙리스트를 참고로 했음을 밝혀 둔다.



1) 탄산음료


예전에는 1.5리터짜리 페트병 분량을 하루에 하나씩 마실 정도로 좋아했다.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으면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살아 있는 것만 해도 신기할 지경이다. 


탄산음료는 당류 덩어리를, 그것도 가장 빠르게 혈당을 올리는 방법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더구나 설탕보다도 훨씬 안 좋은 과당이다. 과당은 인체가 원래부터 저장용으로만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그러니까 곧장 지방이 되어 몸에 축적된다. 그 과정에서 간을 혹사시키는 것은 덤이다.


제로 칼로리라고 광고하는 탄산음료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체 감미료 중 현재까지 위험성이 파악되지 않은 것은 스테비아, 에리스리톨, 나한과(monk fruit) 등 셋뿐이다. 어차피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맛도 없다. 탄산이 당긴다면 탄산수를 마시고, 단것이 당긴다면 반성하자. (농담이다. 단것이 당긴다면 액체 말고 고체 형태로 된 것을 적당히 먹자.)


이것조차 좋지 않다 (c) Unsplash의Jennifer Burk


1-1) 100% 과일 주스를 포함한, 단 음료


미국에서 살던 시절 제일 좋아하던 음식 중 하나가 플로리다 내추럴(Florida's Natural) 오렌지 주스(펄프 많이)였다. 100% 착즙 주스를 그렇게 싼 가격에 마구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 미국을 떠날 때 제일 아쉬웠던 것이 이 주스를 못 마시게 되는 점이었다. 나중에 유럽에 살게 되었을 때, 100% 착즙 주스를 찾으려고 애를 썼는데, 미국과는 달리 찾기가 쉽지 않았다. 뭐든지 유럽은 더 고루하지만, 그래서 더 안전하다.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음료일 것 같은 100% 착즙 주스가 왜 안 좋을까? 액체로 빠르게 흡수되는 과당이기 때문이다. 액체 형태의 당분은 독극물이라 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키는 데 있어 액체 당분보다 더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마도 인슐린 그 자체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프로틴 드링크도 매우 좋지 않다. 단백질 대사는 간에 매우 부담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힘든 일을, 빠른 속도로 쏟아져 들어오는 고순도 아미노산을 상대로 벌여야 한다. 대두 단백질이라면 GMO일 확률이 대단히 높으며, 유청 단백질 역시 안전성 논란이 있다. 


간단한 규칙으로 외워두면 좋은 것이 있다. 순도가 높게 가공된 것, 그리고 고운 분말 형태로 분쇄된 것은 대개 몸에 좋지 않다. 정상적인 소화 과정을 건너뛰고 간과 신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프로틴 드링크에 포함된 당분과 기타 쓸모없는 첨가물이 좋지 않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2) 트랜스지방 또는 가짜 버터(마가린)


제대로 명칭을 붙이자면, '수소 충전 씨앗 기름' 정도가 되겠지만, 경화 불포화지방은 워낙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경화'라는 표현은 포함하는 편이다. 경화 식물유라는 이름이 흔히 쓰이는 것은, 경화라는 표현이 가지는 나쁜 이미지를 식물이라는 아름다운 단어가 희석해 준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경화 불포화지방은 사실상 피할 방법이 없다. 지방이 필요한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니 커다란 덩어리만이라도 피해 보자. 가짜 버터를 피하자는 것이다. 마가린이라는 명칭은 이제 혐오 표현이므로 만나기 쉽지 않다. 요즘엔 버터도 치즈도 가짜가 많다. 원재료를 잘 확인하고 구입하자.


완전 경화 공정을 사용하면 트랜스지방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양 성분표의 트랜스지방이 0이라고 경화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곤란하다.


사진: Unsplash의ian dooley


3) 아이스크림


세상에 원래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려니 별의별 희한한 것들이 들어가는 가짜식품의 결정체다. 설탕, 과당은 기본이고, 유화제, 점증제, 인공 색소 등 식품첨가물 전시장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배스킨라빈스 창립자의 손자가 왜 가업 잇기를 거부했는지 알아보라.



4) 통조림 국물


복숭아 통조림 시럽이 얼마나 맛있던가. 그러나 먹지 말아야 한다. 단 음료이니 당연히 먹지 말아야 하지만, 통조림의 부산물이다 보니 잊기 쉽다. 그러나 통조림 국물은 당류 외에 색다른 별미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통조림 내부는 음식물에 의한 포장재 부식을 막기 위해 에폭시 수지 등 유해 물질이 코팅되어 있다. 오랫동안 보관한 통조림이라면,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은 그 코팅제로 잘 버무려져 있다고 봐야 한다.


통조림 자체를 포기하면 먹을 것의 범위가 너무 줄어드니, 통조림을 먹을 때 국물만은 버리자. 



5) 화이트초콜릿


예전에 내가 아주 좋아하던 것이다. 카카오매스는 빼고 카카오버터만을 취해 초콜릿을 만든 것이다. 집에서 초콜릿을 만들어 보면, 카카오버터는 초콜릿의 필수 성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화이트초콜릿은 그냥 설탕 덩어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끝도 없는 논란의 미궁, 식품 유해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