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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20. 2023

끝도 없는 논란의 미궁, 식품 유해성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13) 식품 유해성 논란

식품 유해성 논란이라는 미궁


답이 없는 것으로 "건강해지려면 뭘 먹어야 할까"라는 질문만 한 것도 없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만든다는 유명한 말도 맞고, 의식동원이라는 사자성어도 깊은 진리를 담고 있다. 독이라도 적게 쓰면 약이 될 수 있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하면 좋을 리가 없다. 선사 시대, 먹는 날보다 굶주리는 날이 더 많았던 우리 조상님들과는 달리,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뭘 먹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뭘 먹지 말아야 하는지다.


와인이 몸에 좋은가 아닌가 하는 연구는 믿을 수 없다. 와인 산업 후원 없이 진행되는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커피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커피가 몸에 좋다는 기사 제목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클릭한다. 커피를 끊을 수는 없으니, 커피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안정을 보태려는 얄팍한 조건 반사에,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마우스를 쥔 손이 움직인다.


생각해 보자. 커피란 무엇인가? 홀랑 태운 커피콩을 물에 우려먹는 것이다. 살짝 볶는 이탤리언 로스팅도 있지만, 절대다수가 숯덩이 수준의 프렌치 로스팅을 더 좋아한다. 


WHO에서 커피를 발암물질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안심해도 될까? 탄 음식 자체가 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확정적인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그러나 탄 음식에는 아크라마이드(acrylamide)가 함유되어 있으며, 이것은 WHO 국제암연구소(IARC) 지정 2-A군 발암물질이다. "발암 가능성이 상당히 의심되는 물질"이라는 의미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대신,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자. 동물 실험에서 이미 발암 연관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사진: Unsplash의Will Dutton


채식 논쟁


육식은 어떤가? 육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주장과 고기를 먹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하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채식주의도 음식 허용 범위에 따라 페스토, 오보, 락토 등 다양하다. 프랙탈을 실존적으로 보여주는 브로콜리의 미세 잔가지에는 벌레들이 살고 있다고 하니, 완전한 채식주의자라도 어느 정도는 육식을 하는 셈이다. (이쯤되면, 무엇이 동물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으로 이미 차원 이동을 한 다음이다.)


채식주의의 끝에는 근본주의자라 할 수 있는 프루태리언이 존재한다. 스티브 잡스는 과일만 먹는 프루태리언이었으나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육식이 췌장에 부담을 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나,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췌장이 안전한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가장 위험한 음식은 식품 산업에서 나온다. 가공식품도 문제지만, 이미 그 원료부터가 대단히 위험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먹고 죽었다는 사람이 없으니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GMO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육가공 산업을 살펴보자. 


도축 과정이 대단히 불결하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나는 슬래셔 무비를 싫어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육가공 과정을 눈으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들이 어떻게 절단되고 포장되는지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소시지나 베이컨 같은 가공육에 더 끌리는지도 모른다.


사진: Unsplash의Nadine Primeau


고기 산업


가공 전 단계도 문제는 심각하다. 한승태의 <고기로 태어나서>는 고기로 태어난 닭, 돼지, 개가 어떻게 사육되는지를 고발한 현장 르포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국산 닭, 국산 돼지라고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 중 어떤 것들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된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공장식 축산, 즉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로 거의 마취된 상태로 짧은 삶을 살다 가는 동물들만이 문제가 아니다. 피터 싱어의 <죽음의 식탁>의 한 구절을 보자.


수출용은(대체로 한국과 일본, 미국으로는 소규모만이 수출된다) 보통 150일 정도 사육되는데, 그것은 해당국의 소비자들이 '마블', 즉 지방이 얼룩진 육질을 더 좋아하며, 그런 육질을 갖게 하려면 상당 기간 소들에게 곡물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피터 싱어, <죽음의 밥상>, 199쪽, '곡물을 먹는 오스트레일리아산 소고기')


그러니까, 마트에서 파는 '호주 청정우'는 원래 더 청정할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것이라서 곡물을 잔뜩 먹여 오메가-6 덩어리로 바꾼다는 얘기다. 오메가-6 지방산은 탄수화물과 함께 현대인이 너무 먹어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그렇다면 지역 농장의 유기농 제품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 이 점에 대해서도 피터 싱어는 할 말이 많다. 위의 책에는 피터 싱어가 유기농 달걀 농장을 방문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닭들은 모두 계사에 갇혀 있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리지 않으려면 지나가는 철새들을 피해 있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언제 방문해야 들판을 뛰노는 닭들을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농장주는 답한다. 날씨도 좋고, 야생 조류가 날아다니지 않는 날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새들이 날아다니는지 않는지 확신할 수는 없는 거죠!"
"그렇죠. 그게 바로 문제죠. 하지만 언젠가는 문을 열어두어야만 해요. 닭들이 많이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 점에 대해 조사관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던가요?"
"전혀요. 아무도 그 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했답니다." (피터 싱어, 같은 책, 298쪽, '상표의 진실 - 유기농 인증 및 인도적 사육 인증 달걀')


사진: Unsplash의chatnarin pramnapan


바다의 보배


페스토 베지태리언은 상황이 어떨까? 해산물은 괜찮을까? 첫째, 우리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해산물 역시 산업 생산물이다. 즉, 양식된 해산물이다. 해산물 양식 환경에 대해 알아보면, 끔찍한 닭장이 더 나아 보일 지경이다. 예컨대 연어는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인 밀도의 양식장에서 항생제가 절어 있는 물을 마시며 그 안에서 살아간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가끔 그물 틈새로 탈출해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연 상태의 연어를 만나 번식하며, 그들을 오염시킨다. 


GMO 연어라면, 유전자 차원에서 자연 상태의 연어들을 오염시키는 것이므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GMO 연어는 AquaAdvantage Salmon이라는 아주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GMO라는 명칭을 피하고자 GE(Genetically Engineered) 연어라고 홍보된다. 제너럴 일렉트릭이 이런 명칭 사용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는 걸 보면, GE 경영진은 GMO에 대한 대중 정서에 좀 둔감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AquaAdvantage 연어가 '발명'된 것이 이미 1989년이므로, 야생 연어의 상당수가 이미 유전자 변형에 오염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야생 연어라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양식 해산물이 아니어도 위험 요소는 많이 있다. 대표적인 위험은 수은 등 중금속 오염이다.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오오토로, 즉 참치 대뱃살이야말로 중금속의 보고라 할 만하다. 참치는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위치하는 포식자라서 먹이사슬 아래쪽의 중금속을 싹쓸이해서 몸속에 보관한다. 어디에 보관할까?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바로 지방층에 보관한다. 오오토로의 감칠맛은 바로 그 기름진 지방에 있는 것이니, 그 맛의 상당 부분은 중금속의 감칠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Unsplash의CA Creative


설득이 불가능한 논쟁


식품의 위험 요소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끝이 없는 미궁에 발을 들이는 것과 같다. 위에서 말한 모든 위험 요소를 다 파악했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한 가지 진실이 남는다.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엔트로피에 저항해서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은 엔트로피에 대항해 싸우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잔부상을 입는다. 그걸 되돌리기 위해, 즉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역학 제2 법칙을 위배하게 될 테니까.)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리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더 작은 단위로 분해하며, 에너지로 만든다. 


이 과정은 본질적으로 산화 과정이며, 산화 과정에서 활성 산소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간단히 말해, 먹는 행위 자체가 위험한 행위다. 숨 쉬는 것도 마찬가지다.


식품 유해성 논쟁은 발 들이지 말아야 할 미궁이다. 시작할 때는 식품 유해성에 관한 이야기였더라도, 어느새 이상한 토픽으로 옮겨가서 답이 없는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진화론이 과학임에도 그냥 이야기에 불과한 창조설을 믿는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런 논쟁은 감정적 소모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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