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14
7일씩 딱 떨어지는 10월의 둘째 주다.
구름이 있든 없든, 하늘이 높아서 좋은 날들이다.
1. 책들
옷소매 붉은 끝동 1, 2 - 클리셰 범벅, 그러나 재미있다.
내장 지방 - 내장 지방에 관한 기본 상식.
왜 아플까 - 인슐린 저항성에 관한 또 하나의 걸작.
체지방 -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책. 대체 이런 책은 왜 번역하는 걸까.
문샷 - 파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흥미로운 뒷 이야기.
농담처럼 또 살아내야 할 하루다 - 누군가에게는 재미있을 수도.
늙은 소녀들의 기도 - ...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 - 제목은 싸구려지만, 내용은 훌륭하다.
에피쿠로스 쾌락 - 역시, 에피쿠로스!
이상한 정상가족 - 진단에서 대책까지, 사회 문제에 관해 이렇게 좋은 책이 있다니.
궤도의 과학 허세 - 유쾌한 썰렁 유머. (좋다는 얘기임.)
시어머니 유품정리 -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에 감동까지.
최고의 책은 벤저민 빅먼의 <왜 아플까>다.
제이슨 펑의 <비만 코드>, 니나 타이숄츠의 <지방의 역설>과 함께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선물보다 좋은 말>, <이상한 정상가족>, <에피쿠로스 쾌락>도 최고의 책들이다.
그러나 <시어머니 유품정리>에 관해 언급하고 싶다.
읽고 나서 엑셀에 적다 보니, 가키야 미우라는 작가의 책을 이미 읽은 적이 있었다.
<우리 아이가 결혼을 안 해서요>의 작가였다.
이 소설은 결혼 매칭 산업을 소비자 입장에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소설적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시어머니 유품정리>도 마찬가지였다.
유품정리에 관한 실용적 접근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책의 진가는 후반에 드러나는 감동이다.
이런 작가가 있다니.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가키야 미우.
2. 우리 동네 스벅
M은 예전부터 나를 알아보았지만, 이제는 S도 나를 알아보는 듯.
언제나 정해진 메뉴(카페 라테 그란데, 매장)를 주문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M은 쾌활한 말과 행동이 딱 스벅 직원다운 느낌이고,
S는 작은 목소리가 마스크에 가려 더 작게 들리는, 왠지 I일 것 같아 친근하게 느껴지는 친구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몇 달 동안 스벅에 오지 않았다.
집커피가 도저히 못 견디겠을 때에도, 더 가까운 카페에서 픽업하고는 했다.
재어보면 700미터밖에 안 되지만,
아파트 단지 가로지르고, 길 건너고, 상가 하나 지나, 작은 공원 가로지르고, 천에 걸린 작은 다리도 하나 건너야 스벅에 도착한다.
날씨 좋을 때는 기분 좋은 산책이고, 추울 때라도 운동 겸 걷기 좋은 거리지만, 여름에는... 아니올시다.
이사 가면, 이 스벅이 그리울 것 같다.
아주 바쁘지만 않으면, 언제나 라테 아트를 그려주는 정겨운 곳이다.
M은 내 주문을 받지 않는 경우라도 날 보면 인사를 건네준다.
이사 가기 전까지, 열심히 다녀야겠다.
3. 외국인 한정, E
M이 외국인이었다면, 이사가기 전에 함께 사진 찍자고 했을 것이다. (폰에 그런 사진들이 많다.)
외국인들은 내가 E라고 생각할 것이다.
리셉션이라도 외국인들이 있으면 나는 그들과 열심히 떠든다.
그런데 같은 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어렵다.
스위스 시절, 친하게 지냈던 Anita는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어느 회사 면접 볼 때, 영어로 말하니 몇 시간이든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외국어라서 오히려 아무 말이나 이어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내가 외국인을 더 편하게 느끼는 것도 그런 종류의 감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