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역에서 1호선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플랫폼에 사람들이 많아진다. 사람이 없는 쪽으로 걷는다.
이어폰을 헤집고 들어오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
"서울 가려면 여기서 타면 돼요?"
걷는 나를 따라오며 묻는다.
정확한 한국어, 그러나 어조가 이상하다.
이어폰을 귀에서 빼면서,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혹시 중국에서 오셨냐고 물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가 오지 않는다.
시간표를 확인하러 다시 터벅터벅 걸었다.
시간표 위에 떡 붙어 있는 안내문.
요즘 누가 안내문을 보냐...
철도 파업이란다. (아, 1호선은 철도였던가...)
40분의 기다림 끝에 도착한 기차.
사람들이 몰려들고, 나도 들어가서 앉는다.
아까 그 관광객들이 내 옆자리에 앉는다.
서울역까지 가는 기차냐고 다시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한다.
혹시 나도 서울역에 가느냐고 물어서, 서울역 너머까지 가니 서울역에 도착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안내 방송이 나온다.
누가 안내 방송을 듣나...
그러나 철도 파업이니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이 차는 용산역까지만 운행하는 급행입니다.
급행인 건 좋지만, 용산역이라니.
나는 그들에게 이 기차가 용산역까지만 간다고 안내한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혹시 저 기차는 서울역 가냐고 묻는다.
뒤를 돌아보니, 플랫폼 건너편에 다른 차가 들어와 있다.
"서울역까지 가는지 체크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이때 가방을 놔두고 나왔다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플랫폼을 가로질러 건너편 기차에 들어선다.
그리고 안내 방송을 기다린다.
그런데, 저쪽 기차의 문이 닫히고, 뛰어 나오는 나를 놔두고 출발한다.
물론 그 기차는 서울역까지 갔다.
부산까지 간다던 그 관광객들은 잘 갔겠지?
왜 하필 여행 중에 철도파업이냐.
하긴 하필 그때 출장 중이었던 나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