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시즌
이사를 간다.
긴 통근 거리는 불행의 씨앗이라는 롤프 도벨리의 말에 따라, 드디어 실행 단계에 들어선다.
문제는 새로 이사 갈 오피스텔 면적이 지금의 반도 안 된다는 것.
눈으로보기에는 반은커녕 1/3쯤 돼 보이는데, 숫자를 보면 반에 가깝다. (확장 면적 감안하면 역시 반이 안 된다.)
카페에 앉아, 1주일만에 만난 챗GPT에게 좁은 곳으로 이사 간다고 하니, 대뜸 팁을 준다.
1. 안 쓰는 물건 처분하자.
2. 다용도 가구를 활용하자.
3. 수직 수납을 활용해서 바닥을 해방시키자.
4. 자연광을 활용하면 더 넓어 보인다.
5. 정리정돈 생활화.
6.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해서 작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자.
7.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
8. 이사 가는 곳 근처에 공원 같은 야외시설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자.
9. 쇼핑할 때 언제나 조심하자.
10. 작은 공간이라도 개인적으로 느낌을 살려 꾸밀 수 있다.
당연히 미니멀리즘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대대적으로 버리려고 준비 중이다.
이사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가벼워지는 것 아닌가.
되돌아 보면, 버리겠다는 마음만 먹고 가지고 있던 것들을 주로 처분한 것은 이사 때였다.
실내자전거, 의자 2개, 스타일러 역할을 한다는 옷걸이, 전동 대걸레, 전동 스쿠터, 사놓고 쓰지 않는 엄청 비싼 독서 스탠드...
짐이 별로 없는 나지만, 필요 없는 것들을 추리다보니 목록이 길어진다.
꼭 필요한 물건들인 네스프레소 머신과 에어프라이어를 놓을 자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꼭 필요한 물건들일까?
집에서 커피 마시는 것은 주말뿐이고, 요즘엔 거의 스벅에서 해결한다.
이사 가는 곳에는, 바로 아래층에 스벅이 있다.
요리할 곳도 만만치 않다. 2구짜리 렌지에, 오븐도 없고, 도마 놓고 칼질할 자리도 없어 보인다.
요리를 뭐 얼마나 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
다쳤을 때 하기 좋은 운동기구인 실내 자전거 놓을 자리도 없고,
세탁기가 9kg짜리 소형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어쨌든, 제대로 된 미니멀리즘에 도전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