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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01. 2023

"제로 칼로리", ㅋㅋ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18) 대체 감미료

제로 칼로리 마케팅이 핫하다. "제로 칼로리"를 만들기 위해 동원되는 대체 감미료는 과연 괜찮은 걸까?



대체 감미료가 아닌 그냥 감미료


우선, 대체 감미료가 아니라 그냥 감미료인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자. 이들은 설탕을 대체하는 감미료가 아니라 설탕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꿀은 불순물이 약간 함유된 순수한 설탕이다. 식물의 꽃에서 나오는 자당(설탕)을 꿀벌이 먹었다 뱉어낸 것이 꿀이니 당연하다. 설탕은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가 결합한 이당류인데, 꿀의 소화 효소에 의해 이 결합이 분리되므로 꿀은 포도당과 과당이 적당히 섞여 있는 단당류 혼합체다. 말하자면 설탕보다 꿀이 소화가 더 잘된다는 얘기이기는 한데, 단당류가 이당류보다 더 쉽게 소화된다는 말은 도토리 키재기 같은 이야기다.


물론, 꿀은 설탕보다 맛이 훨씬 좋다. 건강 염려는 잠시 접어두고 단맛을 즐기고 싶을 때 꿀은 좋은 선택이다. 뉴질랜드 특산물인 하누카 꿀을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는 정리 전문가도 있으니, 과연 인간은 꿀을 거부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진: Unsplash의Andy Holmes


메이플 시럽 역시 설탕이다. 메이플 시럽은 단풍나무 수액을 졸인 것인데, 물을 제외하면 설탕과 미네랄이므로, 꿀과 마찬가지다. 꿀과 달리 설탕이 이당류 상태로 들어 있으므로, 꿀보다 더 설탕에 가깝다. 사탕무(비트)나 사탕수수를 정제한 것이 설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메이플 시럽을 정제해도 설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해서 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을 싼 물건으로 바꾸는 일을 하지는 말자. 요컨대, 메이플 시럽은 비정제 원당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메이플 시럽 역시 설탕보다 맛이 좋으므로 단맛으로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라면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가베 시럽은 과당 덩어리다. 누차 말하지만, 과당은 지방간을 만드는 일 외에는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액상 과당과 같은 과당 제품의 GI 수치가 설탕보다 낮은 이유는 설탕(50%)보다 과당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GI 수치가 0이 아닌 이유는 과당 100%인 제품이 (적어도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아가베는 심지어 GMO 작물이다. GMO 옥수수로 만든 과당 시럽을 설탕 대용으로, 건강을 위해 사용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가베 시럽은 GMO 옥수수로 만든 과당 시럽과 별 차이가 없다. 아가베 시럽은 메이플 시럽의 저렴한 대체용품으로 광고되고 있지만, 사실은 옥수수 과당 시럽의 더 비싸고 마찬가지로 몸에 안 좋은 대용품일 뿐이다.


https://geneticliteracyproject.org/2018/12/14/can-gmo-agave-transform-the-tequila-industry/



대체 감미료의 종류


대체 감미료는 크게 천연 대체감미료, 합성 감미료, 그리고 당알코올로 구분할 수 있다. 


천연 감미료는 스테비아와 나한과(몽크 프룻)처럼 그냥 단맛 나는 식물을 설탕 대신 쓰는 것이다. 특정 성분을 추출해서 쓰는 것이 아니고 식물을 그대로 식품으로 쓰는 것이므로, 안전성에 가장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스테비아는 특유의 쓴맛이 문제가 되어, 보통 에리스리톨과 1:9로 혼합한 형태로 판매된다.


당알코올은 일부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물질이다. 다만, 식물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아니고 당알코올만을 추출해서 사용한다. 버드나무 껍질을 그냥 씹어도 진통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 형태로 추출해서 고농도로 사용하는 게 더 나은 경우와 같다. 당알코올에는 만니톨, 자일리톨, 에리스리톨 등이 있다. 


합성 감미료는 자연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사카린(사카린나트륨),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초로 발견된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은 콜타르(coal tar) 부산물에서 얻어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콜타르라면, 아스팔트가 있다. 그걸 맛볼 생각을 한 콘스탄틴 팔버그(Constantin Fahlberg)도 대단하지만, 1879년이니 그럴 만도 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다만, 같은 물질을 21세기에도 맛봐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현대에 와서도 사카린은 톨루엔에서 합성하는데, 톨루엔은 환각제이자 독성 물질이다.


사진: Unsplash의Zian Fzr


대체 감미료는 어떤 물질인가?


대체 감미료는 당류를 포함하지 않으므로, 포도당이나 과당이 만드는 수많은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혈당과 전혀 상관이 없지는 않다. 단맛 자체가 인슐린 회로를 자극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추측이다. 


이견을 제시하는 학자들도 있으나, 사카린, 아스파탐, 아세설팜(acesulfame)과 수크랄로스(sucralose)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거나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인슐린 민감성을 초래한다면, 설탕 대체의 의미가 없으므로 일단 배제하고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다음 문제는 안전성이다. 오랫동안 좋은 대체 감미료의 대명사였던 아스파탐은 이제 피해야 하는 대상이다. 아스파탐은 대사 과정에서 아스파테이트, 페닐알라닌, 그리고 메탄올로 분해된다. 메탄올이 뭔지는 다들 알 테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사진: Unsplash의David Underland


문제는 아스파탐이 아직도 FDA 승인 대체 감미료 목록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소량이라서 상관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우리는 무협지에 나오는 사파 고수도 아니고 특수부대 전투원도 아니다. 청산염을 포함하는 사이노코발라민과 마찬가지로, 독극물을 소량이라도 굳이 먹어가며 독극물 저항 훈련을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메탄올은 과일 등 다른 식품에도 소량 포함되어 있으니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메탄올을 굳이 왜 더 먹어야 하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다. (물론 가장 일반적인 대안은 설탕이다.) 


아스파탐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므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성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 막걸리,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사탕처럼 들어 있을 만한 것들은 물론, 단무지, 젓갈, 어린이용 해열제와 영양제에도 들어 있을 수 있다.


아스파탐이 구설수에 휘말리자 그 자리를 대체해서 제로 칼로리 음료에 투하되는 것이 수크랄로스다. 수크랄로스의 하루 섭취 허용량은 0.9그램인데, 이는 제로 칼로리 음료 6리터에 해당한다. 많은 양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절대 못 먹는 양은 아니다. 사이다가 아니면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던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하루 6리터 마시는 날이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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