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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30. 2023

GMO를 GMO라 부르지 못하는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17) Non-GMO로 표기할 수 있는 것

바이오 해저드


내가 GMO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환경 파괴다. GMO 작물을 모두 어린 왕자의 장미꽃처럼 유리 돔으로 씌워 키운다면 몰라도, GMO 작물의 꽃가루는 결국 주변의 다른 작물들에게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를 꽃가루 오염(pollen contamination)이라 한다. 외래종 개구리가 어느 저수지의 제왕이 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그 외래종 개구리가 GMO가 아니라면 말이다.)


유전자 오염은 자연 상태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므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벌어지는 유전자 오염과 GMO 작물의 대규모 경작에 의해 벌어지는 유전자 오염은 그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도 자연 상태에서 벌어지지만, 그걸 손 놓고 구경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분기별, 연도별로 회계보고서를 발간하고 그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GMO 기업 CEO도 마찬가지고, 그는 100년 뒤는커녕 5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하지 않는다. <바이오 해저드>에 나오는 유전자 조작 아포칼립스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면 지나친 상상력일까?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안전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무책임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생각이 없다고 보는 쪽이 맞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원래 그렇다. 상장기업 CEO에게 연말 회계 결산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는 1년이 한계다.


(c) Capcom


Non-GMO로 표기할 수 있는 것들


GMO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Non-GMO 표기가 된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그러나 Non-GMO 표기는 다른 레이블링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레이블링이 진정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즉 진짜 Non-GMO일 수도 있지만, Non-GMO로 표기할 수 있도록 가공된 식품일 수 있다. 둘째, GMO 원료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더 나쁜 원료가 사용되었을 수 있다. 셋째, 레이블링은 그저 마케팅 수단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최종 제품에 GMO DNA가 검출되는 경우에만 GMO 식품 표기가 필요하다. 나처럼 GMO 식품을 피하고 싶은 소비자는 대개 GMO 자체를 피하고 싶은 것이지, GMO의 결과물인 조작된 유전자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고려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규칙도 우려스럽다. 비의도적인 경우라고 한정했지만, 의도인지 아닌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대놓고 속이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재수 없게 검사에 걸릴 경우 3% 이하로 나오기를 바라면서 핑계만 잘 준비하면 그만이다.


두 번째 문제는 Non-GMO 레이블보다는, 글루텐 프리처럼 어떤 요소로부터 자유롭다는 표기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예컨대 BPA가 안 들어 있는 대신 아직 유해성 검증을 해본 적도 없는 수상한 물질이 포함되는 경우가 그렇다. 


Non-GMO의 경우라면, GMO가 아닌 종자를 쓰는 대신 농약도 비료도 듬뿍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GMO 종자가 애초에 개발된 이유가 농약 절약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단지 GMO를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농약을 덜 먹고 싶다면, Non-GMO도 중요하지만 유기농 제품을 고르는 편이 낫다.


세 번째 문제야말로 Non-GMO 표기의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유기농, 친환경, 공정 거래 레이블에 비해 Non-GMO 레이블은 쉽게 획득할 수 있다. 그저 이상한 회사의 종자를 사용하지 않기만 하면 된다. 다시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Non-GMO 레이블을 쓸 수 있다. (물론 검사는 받아야 한다.)


레이블은 돈이 된다. 유기농, 친환경, 공정 거래와 달리, 생산자는 추가 비용 소모 없이 Non-GMO 레이블을 붙이고 더 비싼 가격을 매길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소비자들이 Non-GMO 레이블을 유기농 레이블과 혼동한다. 아래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들은 이 점을 열심히 활용한다. 홀푸드 마켓은 "유기농 달걀의 대안으로 Non-GMO 달걀을 많이 준비했다"라고 광고한 적이 있다. 재차 말하지만, Non-GMO 표기는 그저 GMO를 쓰지 않았음을 말할 뿐이다. Non-GMO 달걀을 강력한 항생제로 10cm쯤 코팅해도 여전히 Non-GMO 달걀이다.


https://www.npr.org/sections/thesalt/2014/02/28/283460420/why-the-non-gmo-label-is-organic-s-frenemy


사진: Unsplash의Scott 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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