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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27. 2023

그런 날 있잖아,
GMO를 피하고 싶은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16) GMO, 그 첫 번째

식품 선택에 있어 생각해 볼 점들


식품 유해성 논쟁이라는 미궁에 들어서는 일은 어리석다고 말했다. 그러나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내가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뭐, 내가 어리석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일단 가보자.



GMO라는 진흙탕 싸움터


GMO가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나 사전주의의 원칙은 국제환경법 기본 원칙이기도 하고, 그 전에 너무 당연한 상식이다.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으니 안전하다는 말을 입 밖에 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연 자본주의는 위대하다. 돈이 목숨보다 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사실 GMO가 아니더라도 인체에 유해한 요소는 무수히 많으며, 그중 대부분을 우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GMO를 피하는 일은 쓸데없이 유난 떠는 행동으로 비칠 여지도 분명히 있다. GMO가 유해하지 않다는 최종 결론이 나온다면, 그동안 GMO 피하는 데 들였던 에너지가 낭비처럼 생각되어 억울할 법도 하다. 선택은 자기 몫이다. 그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것도 결국 자기 몫이다.


GMO가 유해한지 아닌지, 유해하다면 어느 정도로 유해한지, 굳이 피하려는 노력을 들여야 할 가치가 있는지 하는 문제들에 대해 정부가 답을 내줄 필요는 없다. 다만, 소비자에게는 판단할 권리가 있으며, 판단을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즉, 소비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GMO 표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부터는, 어떤 이유에서든 GMO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다.


사진: Unsplash의Michael Obeysekera


유기농


GMO를 피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략적인 방법일 뿐, GMO를 확실히 피하게 해주는 방법은 아니다. GMO 농산물은 대체로 한 세트로 판매되는 제초제/살충제를 사용하여 경작된다. 따라서 제초제/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제품의 경우, 종자 자체가 GMO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대략 맞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 전략이 유효한데, 미 농무부가 GMO 작물에는 유기농 레이블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https://www.usda.gov/media/blog/2013/05/17/organic-101-can-gmos-be-used-organic-products


그러나 우리나라 법령은 유기농 레이블 관련 규정에 GMO 관련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는 일이 자동으로 GMO를 배제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


지금도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GMO 생산자들은 많은 소비자들이 GMO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GMO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기농 제품을 소비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안다. 언제라도 유기농 적합 GMO 농산물이 개발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또한, 어떤 농업인이 제초제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잡초를 뜯고 해충을 잡아가며 GMO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키우는 대담한 시도를 할지 어찌 알겠는가? (농담이다.)


사진: Unsplash의Gary Ellis


GMO라고 표시된 것만 피해서는 곤란하다


다음은 GMO 표기를 보고 구분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GMO 레이블링 규정이 매우 창의적이라는 데 있다. 우리 법 관련 규정인,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 기준 제3조 제2항은 다음과 같다.


제1항의 표시 대상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유전자변형농산물이 비의도적으로 3% 이하인 농산물과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다만, 이 경우에는 구분유통증명서 또는 정부 증명서를 갖추어야 한다. 
2. 고도의 정제 과정 등으로 유전자 변형 DNA 또는 유전자 변형 단백질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검사불능인 당류, 유지류 등


1호의 3% 규칙도 찜찜하기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2호다. 다시 말해, 최종 생산품에 GMO 흔적이 남지 않는 경우 GMO 농산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GMO 옥수수로 만든 과당이 훌륭한 사례다. 


성분 표시에 등장하는 (액상)과당은 (100% 과당이 아니고) 과당과 포도당이 적당히 섞인 제품인데, 과당이든 포도당이든 단당류일 뿐이고, 단백질은 한 조각도 섞여 있지 않으므로, 유전자 조작 흔적이 남아 있을 DNA도 없다. 따라서 100% GMO 옥수수로 만든 액상 과당이라도 GMO 식품이라는 사실을 표기할 의무가 없다.


카놀라유와 대두유 같은 "식물성" 기름도 이 종류에 해당한다. 기름은 100% 지방이므로, 단백질도 없고 DNA도 없다. GMO 비트로 만든 설탕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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