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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06. 2023

이눌린도 달다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20) 이눌린, 그리고 단맛에 관한 생각

이눌린


이눌린은 왜 대체감미료로 쳐주지 않는 걸까? 이눌린은 꽤 은은한 단맛을 낸다. 충분히 달지 않을지 모르지만, 조절해서 사용하면 설탕을 어느 정도는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눌린은 거의 100% 섬유질이다. 과당 분자의 복합체지만,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이다. 이눌린은 소장을 그대로 통과해 대장에 도달하며, 그곳에 사는 유익균들의 먹이가 된다. 


소위 말하는 프리바이오틱스의 대표주자가 바로 이눌린이다. 영양제로 챙겨 먹기도 하는 물질인데, 달다. 게다가, 이눌린은 돼지감자 등 뿌리채소에서 추출하는 자연식품이다. 


달게 먹고 이런 느낌 - 사진: Unsplash의Nadine Primeaue


프로바이오틱스보다 프리바이오틱스 섭취가 장 건강에 더 좋다는 주장이 있다. 황무지를 개척하려고 노동자들을 이주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라면,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더 많은 노동자들을 투입하거나, 투입된 노동자들이 잘 살아남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노동자 추가 투입 전략이라면, 프리바이오틱스 전략은 노동자 지원 전략이다. 새로운 노동자들을 대거 투입하더라도 그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정착한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조달해 주는 편이 나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면, 프로바이오틱스보다 프리바이오틱스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프리바이오틱스 중 가장 널리 추천되는 것이 이눌린이다. 먹기 편해서라고 생각한다. 물을 너무 흡수해서 입에 넣자마자 불어나는 차전자피에 비해, 이눌린은 물에 대강 섞어 넘기면 그만이므로 섭취하기 편하다. 이눌린도 물에 잘 녹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이에 끼어 식도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고집 부리는 차전자피에 비하면 먹기가 10배는 수월하다.


이눌린도 보관에는 주의해야 한다. 습기를 흡수해서 떡이 되는 차전자피와는 달리, 이눌린은 습기를 흡수하면 엿이 된다. 차전자피가 이 사이를 파고드는 반면, 이눌린은 이에 들러붙는다. 그래서 물에 섞어 휘휘 저어 단숨에 삼켜야 하는 것이다. 습기 많은 여름에 이눌린 보관을 잘못하면 이눌린 덩어리를 엿처럼 깨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내 경험담이다.)


사진: Unsplash의Colin Davis


단맛 그 자체에 관한 생각


설탕, 과당과 같은 당류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이들이 몸속에서 대사되는 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맛 그 자체도 문제라는 것을 잊으면 곤란하다. 단맛은 중독성이 강하다. 원시 시대 환경에서 고효율 에너지원은 단맛으로 스스로를 마케팅했으며, 인간뿐 아니라 많은 동물들의 유전자가 이 사실을 그야말로 각인했다.


아래 글은 단맛의 중독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코카인에 중독된 쥐가 코카인 정맥 주사와 경구용 사카린 중에서 사카린을 선택한 것이다. 그냥 입으로 먹는 사카린이 정맥에 직접 찔러 넣는 코카인보다 중독성이 더 강하다니, 무섭다.


https://www.health.harvard.edu/blog/artificial-sweeteners-sugar-free-but-at-what-cost-201207165030


단맛을 피할 수 없다면, 대체 감미료보다 설탕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우리가 먹는 탄수화물은 어차피 포도당이 될 운명이다. 설탕은 과당 한 분자와 포도당 한 분자가 결합한 이당류다. 과당 부분이 좀 찝찝하기는 하지만, 대사되면서 발암물질(메탄올 대사로 인해 발생하는 폼알데하이드)을 만드는 아스파탐보다는 나을 수 있다. 게다가, 설탕은 더 맛있다. 그리고 먹을 때 약하게나마 죄책감이라도 느낄 가능성이 있다.


대체 감미료를 평생의 동반자고 삼기보다는, 치팅 데이에만 설탕과 비밀 데이트를 즐기자는 생각이 더 지혜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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