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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10. 2023

최강 난이도, 글루텐 피하기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22) 글루텐 피하기, 피하고 싶다면

최강 난이도, 글루텐 피하기 게임


글루텐을 피하려면 환상적인 맛으로 우리를 사로잡는 밀가루 음식을 모조리 피해야 하고, 그 정도로 당기지는 않지만 여전히 맛있는 편에 속하는 호밀과 보리도 피해야 한다. 이것만도 절대 쉽지 않다. 셀리악병이 있는 사람들은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으로 이런 어려운 일을 실천하고 있을 뿐,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사 글루텐까지 피하려면 거의 모든 곡물을 끊어야 한다. 글루텐 대체 식품 상당수가 유사 글루텐을 함유해서다. 함유 단백질 대비 글루텐 함량을 생각해서, 쌀 정도는 허용한다 하더라도 실천은 여전히 어렵다. 


이 상황만도 벅찬데, 렉틴까지 식탁에서 치우려면 도대체 먹을 것이 없다. 팔레오 식단, 즉 석기 시대로 돌아가자는 식이요법 정도밖에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처럼 프루태리언이 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 길 역시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별로 건강하지 않았다.)


프루태리언이 칩을 먹고 싶을 때, 수박칩 - 사진: Unsplash의K8


인간은 결국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쾌락을 능가하는 고통이 주어졌을 때라면 중독에 저항할 여지가 있지만, 그것조차 오래는 못 간다.


다시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에 나오는 사례를 생각해 보자. 사례의 노부인은 이미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된 환자였다. 그런 그녀가 글루텐을 끊으며 상태가 호전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단지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그런데 상태 개선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고 나서도, 그녀는 결국 밀가루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쾌락은 가깝고, 고통은 멀다.


결국 이 장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지점으로 돌아간다. 생명 연장 대 경험의 구도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이것도 흑백의 문제가 아니라 스펙트럼의 문제다. 단지 생명 연장만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감금증후군 환자들의 수기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건강한 장수를 원하는 사람은 많다. 조금 더 조심해서 건강하게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일이라면 다들 환영할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을 위해 체중감량 퀘스트에 목을 매는 사람들도 스케줄에 치팅 데이를 넣는다. 게다가 그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여름이 끝날 때까지만이다. 내키지 않는 일을 오래 하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본성에 어긋난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는 종이다. 유전자가 만든 생존 기계지만, 유전자의 이익 너머를 볼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쾌락과 고통에 일희일비하는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돼지가 아니라 소크라테스가 우리의 본질이라 생각한다면, 판단한 대로 행동할 용기를 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가장 위험하지 않은 수준의 글루텐 이미지 - 사진: Unsplash의Gaelle Marcel


글루텐을 피하는 방법


글루텐을 피하는 정석은 글루텐을 먹지 않는 것이다. 글루텐 프리 제품을 찾아 먹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의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지 않느냐다.


찰진 파스타가 주는 행복한 만족감은 글루텐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글루텐 프리 파스타가 비슷하게 찰진 식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건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다. 뭔가가 프리하다고 한다면, 그것 대신에 뭔가 다른 술수가 쓰였을 것이고, 그래서 대신 들어간 무언가가 원래 피하려고 했던 것보다 더 나은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BPA가 인체교란물질이라고 해서 BPA Free 제품이 유행이지만, 이들은 대개 BPS나 BPF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들은 독성이 없는 물질이 아니라 아직 독성 테스트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물질들일 뿐이다. 아직 찍어 먹어보지 않았을 뿐, *인지 된장인지 아직 모른다.


정말... 프리하고 싶다 - 사진: Unsplash의KAL VISUALS


위험한 뭔가가 들어 있지 않다는 식의 마케팅은 효과가 좋다. 공포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그중 글루텐 프리는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글루텐이 들어 있을 수 없는 물건이 글루텐 프리라고 광고하는 제품들도 있다. 당연한 사실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스마트한 생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기도 스마튼한 생각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글루텐 프리 타이어나 BPA free 빵은 당연한 것이지, 특별한 제품이 아니다.


글루텐을 피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글루텐이 포함된 식품들은 잘 알려져 있다. 글루텐 또는 글리아딘만 피할 것인지, 유사 글루텐까지 피할 것인지, 글루텐은 절대 허용하지 않고 유사 글루텐은 하루 섭취량을 제한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고 지키면 된다. 다만, 어떤 제품이 글루텐 프리라고 해서 덥석 집어 드는 일은 말리고 싶다. 대문짝만하게 새겨진 글루텐 프리라는 레이블은 한번 쳐다보기만 하고, 뒤로 돌려 성분표를 자세히 살펴보자. 글루텐이 빠진 대신 더 위험한 물질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보너스 이야기 - MSG>
MSG도 갑론을박이 심한 물질인데, 안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요 논거는 식약처, FDA, WHO가 금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 담배는 건기식이었다. 소화 촉진, 혈액순환 개선, 에너지 증진, 정신 집중은 물론 결핵과 일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마케팅이 난무했다. 당시에도 지금도, 식약처, FDA, WHO는 담배를 금지하지 않는다. MSG와 마찬가지로, 담배(니코틴)의 1일 허용치는 없다.
MSG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에 나트륨(소듐) 이온이 하나 붙은 것이다. 신경전달물질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꺼림직한 게 정상 아닐까? 더구나 그 양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2002년 논문에 따르면, MSG 섭취는 포도당에 대한 인슐린 반응을 촉진한다. 실험동물을 비만하게 만드는 데 MSG를 사용한다는 내용이 1969년 출판된 책에 쓰여 있다. 벤저민 빅먼의 <왜 아플까>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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