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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19. 2023

음식에도 영양제에도, 첨가물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4) 첨가물

섞어 먹는 게 과연 좋은 생각일까


영양제에는 부형제 외에도 첨가물이 종종 포함된다. 가장 문제 되는 것은 물론, 맛을 좋게 만드는 용도의 첨가물이다. 비타민 거미 베어가 대표적인데, 비타민보다 설탕 또는 과당이 100배쯤 들어 있을 테니, 맛 좋은 젤리가 먹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이런 사탕으로 비타민을 섭취하려는 생각이라면 말리고 싶다. 이것보다는 더위사냥이 더 몸에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더위사냥은 더위를 사냥이라도 해주지 않는가. 발포형 비타민 제제도 비타민 젤리와 별 다를 바가 없는 물질이다. 비타민 C를 굳이 달짝지근하게 먹어야겠다면, 유자차를 추천한다.


각종 색소도 없는 편이 낫다. 식용 색소라고는 하지만, 굳이 왜 색을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위험한 것으로는 적색 2호, 적색 40호, 황색 203호, 황색 4호, 황색 5호, 황색 6호 등이 있다고 하니 잘 피해 보자. 적색 2호는 심지어 미국도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사용이 허가된 물질이다. 포지티브 방식이라 사용 가능한 제품이 한정적이기는 한데, 과자, 떡, 소시지, 젓갈, 건강기능식품 등 총 13가지 제품군에 사용이 허가되어 있으니 살다가 만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다.


https://www.foodsafetykorea.go.kr/foodcode/04_03.jsp?idx=8200242


몸에 좋다는 이유로 들어 있는 물질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딸기 맛 과자는 몸에 좋은 딸기가 들어 있으니 몸에 좋은 식품일까? 그런 제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없겠지만), 몸에 좋은 홍삼 제품에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땅콩을 갈아 넣는다면 어떨까? 이런 제품이 있었다면,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주인공 릴리 킨트너는 샌드위치 대신 홍삼 제품으로 남자 친구에게 복수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인류는 모든 식품의 전 성분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전 성분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성분 간 상호작용은 우주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조합으로 인한 경우의 수가 우주의 역사를 초 단위로 환산한 숫자조차 넘어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아무리 몸에 좋은 성분이라 하더라도, 쓸데없이 조합하는 일은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아니, 위험하다. 


영조가 그 오랜 즉위 기간 내내 경종 독살설에 시달렸던 이유는 그가 게장과 곶감을 함께 진상했기 때문이다. 게장을 진상하고 석 달쯤 지나서 곶감을 진상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영조가 왕이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릴리 킨트너처럼 누굴 독살할 생각이 아니라면, 쓸데없이 뭔가를 섞는 일은 안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섞어 먹어 좋은 것은 섞어찌개 정도다.


이런 거, 안 들어 있다. (사진: Unsplash의Tetiana Bykovets)


옛다, 보너스다


몸에 좋은 성분 40가지가 들어 있는 루테인이라든가, 기능성 원료 50가지가 포함된 비타민 B 복합제도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 40가지 성분이 뭔지, 하나씩 살펴보고 함량도 체크해야 한다. 이런 제품들의 경우, 추가로 포함된 성분은 없느니만 못한 수준으로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경우가 오히려 낫다. 


더 큰 문제는 과다복용의 위험이다. 칼슘, 철, 셀레늄, 아연, 나이아신(비타민 B3), 그리고 지용성 비타민 등 과다 복용의 위험이 확인된 물질들이라면 이런 보너스 제품들 때문에 복용량을 오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셀레늄은 권장 일일 허용량(Recommended Daily Allowance, RDA)이 55mcg,최적 일일 허용량(Optimal Daily Allowance, ODA)이 200mcg에 불과하다. 내가 먹는 비타민 B 복합제에는 셀레늄이 200mcg 들어 있다. 내가 이 사실을 모르고 셀레늄 보충제를 또 먹는다면, 돈 쓰고 혹 붙이는 격이다. 셀레늄은 과다 독성이 확실하게 확인된 몇 안 되는 영양제 중 하나인데, 브라질넛에 매우 많이 들어 있다. 브라질넛 두 개만 먹으면 하루 권장량을 채우는 정도다. 따라서 중복 섭취를 주의 깊게 체크해야 하는 물질이다.


기능성 원료 40~50가지가 보너스로 들어 있는 제품이라면, 안전 복용량을 넘겨버릴 무언가가 들어 있을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러나 아무 효과도 없고, 기능을 인정받지도 못한 그 원료들이 추가로 들어 있다는 이유로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따라서 쓸데없이 기능성 원료 수십 종이 추가되어 있다고 광고하는 영양제는 우선 거르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주요 성분에 자신이 있었다면 보너스로 뭘 잔뜩 넣었다고 광고했을 리가 없다.


Image by Freepik 


안전성 인증이라는 게 있을까?


또 사족이지만, 미국 FDA에서 안전하다고 승인한 소위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분류 물질이라 하더라도 더블 체크는 필요하다. 미국 FDA도 우리 식약처도 철저히 건강 위해성 측면에서만 어떤 물질의 위해성을 평가해서 등급을 매길 수는 없다. 무엇보다 경제성 변수가 판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든 농약은 인체에 유해하니 전면 금지한다고 해보자.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인해 굶는 사람들의 수가 폭증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라는 더 큰 유해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완전히 무해하거나 완전히 유해하기만 한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산소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지만, 미토콘드리아 펌프로 에너지를 돌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조선 시대 기록에는 사약을 몇 사발 들이켜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아니, 건강이 좋아진 사람도 있다. 당시 사약은 강력한 한기(음기)로 인체 대사를 마비시키는 방식이었는데, 몸에 열이 매우 많은 사람에게는 보약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FDA에서 GRAS 등급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무조건 괜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게 어떤 물질이며 왜 쓰이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예컨대 트랜스글루타미나제(transglutaminase)는 동물의 피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물질이라는 이유로 FDA가 전혀 규제하지 않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통칭 고기 본드(meat glue)라 불리며 가공육에는 물론, 정육 제품의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이 물질이 자가면역질환 등 많은 병증에 악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많이 나와 있다. 


트랜스글루타미나제가 사용 금지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갈비탕 갈비에 고기가 아주 조금만 붙어 있게 될 것이다. 넓적한 크기의 스테이크는 부자들이나 먹을 수 있고, 마트에서는 조그만 고깃덩어리를 모아 포장한 것을 스테이크 대용이라며 판매해야 할 것이다. 떡갈비, 고기 산적, 동그랑땡 등 가공식품 가격도 훨씬 비싸질 것이다. 


소시지, 햄, 어묵, 두부, 요거트, 치즈, 빵 등등 가격이 올라갈 제품들의 목록은 끝이 없다. 이쯤 되면 왜 트랜스글루타미나제의 유해성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는지 감이 오지 않는가?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상자 밖으로 꺼내면 걷잡을 수 없으니, 그냥 두 눈을 가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사진: Unsplash의pawel szvma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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