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1) 비타민 D 논쟁
영양제 각론 프롤로그
영양제 또는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으려고 하면, 컴퓨터나 자동차 구입 때와 같은 딜레마를 만난다. 즉 조금씩 원하는 것들을 반영하다가는 끝도 없는 오르막길을 오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기본적인 것만 챙기려고 하면 아예 그만두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단지 돈 때문만도 아니다. 레이 커즈와일처럼 챙겨 먹다가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떤 상호작용으로 인해 영양제를 챙겨 먹지 않은 것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날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중용 내지 균형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번 장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양제 또는 건강기능식품을 중요도에 따라 서술하려고 한다. 내 생각에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은 비타민 D, 오메가-3 지방산, 그리고 유산균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겠다면 비타민 C, 비타민 B군, 마그네슘, 셀레늄, 사과식초(apple cider vinegar) 등을 챙기면 좋을 것 같다. 섬유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필수 식품이므로, 영양제 차원이 아니라 식품 차원에서 챙겨야 한다. 칼슘과 철분은 특별한 사정이나 의사 처방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피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비타민 D 논쟁
수많은 건강 서적과 유튜브 영상에서 가장 흔하게 추천하는 영양제는 비타민 D다. 영양제를 딱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비타민 D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타민 D 제제는 매우 저렴하다. 그런데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 컨텐츠가 아주 많은 편이다. 이 현상은 비타민 C와 판박이 같은 모습인데, 조만간 결론도 비슷하게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효능에 비해 무시해도 좋을 부작용을 침소봉대하는 메시지가 등장해서 대등한 세력을 이룰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의 수많은 귀차니스트들이 비타민 D를 그냥 무시하고 살 것이다. 그들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만하면 대성공이다.
호기심만 많은 비전공자의 사견일 뿐이지만, 비타민 D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많은 이유는 비타민 D라는 주제가 공공 담론에서 핫한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핫한 주제에 대해 특이한 견해를 내는 것만큼 주의를 확 끌기에 적합한 전략도 드물다. 이건 에리스리톨이나 포화지방을 대놓고 저격하는 논문과는 다른 동기다. 그저 한번 튀어보고 싶다는 것인데,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왜 끝도 없이 공급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시대다.
모든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한다. 필 콜린스의 명곡, <Both Sides of The Story>의 가사처럼, 양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하자. 양쪽 이야기를 그냥 한번 듣기만 해도, 어느 쪽이 사심 가득한 이야기를 하는지, 어느 쪽이 억지를 부리는지 꽤 선명하게 보이는 게 보통이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즉 LDL 수치를 낮춰주는 스타틴 계열의 약들은 혈중 코큐텐 수치를 대폭 떨어뜨린다. 이 약으로 돈을 쓸어 담는 제약사들로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그러나 돈의 힘은 창의성을 한계까지 끌어낸다.
신발을 안 신는 수렵채집인들에게 신발을 팔았던 전설의 세일즈맨처럼, 제약사들은 이제 스타틴에 코큐텐을 얹어 판다. 비타민 C에 옥살산염 제거제를, 비타민 D에 칼슘 제거제를 얹어 파는 신박한 마케팅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질산나트륨과 함께 산화방지제를 첨가하는 가공육 제조업체들처럼 알약을 하나로 만들어 팔지도 모르겠다.
논쟁이 벌어지는 지점
비타민 C의 경우와는 달리, 비타민 D의 과다 복용에 대한 논리는 훨씬 더 허약하다. 계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용성인 비타민 C는 반감기가 4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체내에 비타민 C가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그토록 짧게 몸속을 지나가는 동안 해를 입히는지 아닌지를 두고 그렇게 싸우는 것이다.
반면, 지용성인 비타민 D는 몸속에 오래 저장된다. 따라서 간단한 혈액 검사로 혈중 농도를 알아볼 수 있다. 과다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면 잠깐 휴지기를 가지면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과다한 수준이 어느 정도냐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다.
비타민 D의 혈중 농도가 20ng/mL 미만인 경우가 좋지 않다는 점에는 양쪽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비타민 D 혈중 농도가 이보다 낮은 사람들에게 구루병이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이냐는 것인데, 뭐든지 최저로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 당국은 비타민 D 권장 일일 허용량(RDA)을 600IU로 정하고 있다. 많은 실험에 따르면, 이 용량을 3~4개월 정도 섭취했을 때 비타민 D의 혈중농도는... 미안하지만 4ng/mL 정도가 된다. 나머지 16은 해 나는 날 민소매 옷을 입고 들판을 뛰어다니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600IU짜리 비타민 D 제제는 구경해 본 적도 없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30~60, 50~80 등 다양한 최적 농도 범위를 제안해 왔고, 100이나 150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겨우 30의 농도에서 사망률이 올라갔다는 주장을 하는 논문도 발표되었다. 저널이 논문을 싣는 방식을 조사해 보면, 이런 주장을 무려 논문으로 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허탈할 뿐이다.
어쨌든, 비타민 D에 관해서는 효과와 부작용은 물론 최적 혈중 농도에 관련해서도 혈투가 벌어지는 중이라는 것만 말하고 넘어가겠다. 나는 비타민 D를 꼭 챙겨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