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3) 오메가-3 지방산
현대인의 만성 염증 상태
요즘 우리는 염증을 만병의 근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염증은 원래 꼭 필요한 것이다. 통증이 신호로서 중요하다면, 염증은 과정으로서 중요하다. 염증은 우리 몸이 침입자와 싸우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실황중계다. 내 몸이 지금 공격받는 중이 아니라 힐 받는 중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염증은 그 무엇보다 무서운 적이다. 염증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쟁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의미인데, 끊임없이 몰려오는 적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젠 놀랍지도 않겠지만, 그 적들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 우리 몸에 욱여넣는 것들이다.
우리는 입(소화기), 피부, 그리고 폐를 통해 시시각각 이상한 물질들을 밀어 넣는다. 탄수화물이나 담배는 (비록 중독 때문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원해서 흡입하는 것이지만, 미세 먼지나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는데 우리 몸속으로 침입해 온다.
오메가-3 대 오메가-6
혈당을 처리하지 못해 인슐린 공장이 파업 사태에 이르렀는데도 당 덩어리를 계속 주입하는 것처럼, 우리는 오메가-6 지방산을 끝없이 먹어 치운다.
현대인에 비하면 건강함의 화신이었을 원시인들에게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은 1:1에 가까웠을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먹을거리들에 두 지방산의 비율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식품들은 비율이 다르겠지만, 골고루 먹다 보면 저절로 균형이 맞는 법이다.
그런데 현대 식품 산업이 이 균형을 깨뜨렸다. 자연 상태에도 오메가-6 지방산을 훨씬 더 많이 포함하는 식품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간의 손이 닿는 음식들은 전부 오메가-3보다 오메가-6 쪽을 듬뿍 머금은 음식이 되어버린다. 가정에서 요리를 해도 공장에서 찍어 내도 마찬가지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균형을 유지해야 하듯, 이 두 종류의 지방산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교감 신경 우위인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느긋한 톤으로 언제나 느릿느릿 말하는 내 친구처럼, 누가 봐도 부교감 신경이 우위인 사람들을 우리는 가끔 만난다. 그런데 오메가-3의 경우는 다르다. 장담하건대, 몸속에 오메가-3 지방산을 오메가-6 지방산보다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은 현재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현대인들이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을 1:1로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목표치가 1:4 정도다. 이 정도만 돼도 좋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인들의 평균은 현재 대략 1:20 정도 되고, 지금도 시시각각 더 높아지는 중이라서 그렇다. 바로 이 때문에,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제 목록을 만든다면 오메가-3 지방산이 최상단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오메가-3 지방산
오메가-3 지방산은 불포화 지방산의 한 종류다. 불포화 지방은 포화 지방에 비해 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해서 쉽게 산패된다. 안 좋은 상황을 쉽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 자체가 나쁜 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메가-3 지방산도, 오메가-6 지방산도 인체가 꼭 필요로 하는 물질이다. 다만, 오메가-6 지방산이 염증을 유발하는 반면,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는 것이 다르다. 앞서 말했듯이, 염증을 유발한다는 말은 그것이 나쁜 물질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외부 침입자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일 뿐이다.
현대인이 오메가-6를 과다하게 섭취하는 통로는 크게 두 가지다. 식물성 기름과 가공식품이다. 앤설 키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포화 지방을 악마로 만드는 바람에, 사람들은 돼지기름(라드)이나 버터 대신 각종 식물성 기름이나 심지어 마가린을 요리에 사용하게 되었다. <식물성>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활용한 마케팅도 한몫 톡톡히 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에도 버터 대신 각종 식물성 기름이 들어가게 되었다. 불포화 지방은 실온에서 액체 상태라서 보존성이 좋지 못한데, 수소를 첨가해 경화유로 만들어 버리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음식에 아주 딱이다.
그냥 경화유라고 부르니 어감이 좋지 않아, 여기에도 마법의 단어인 <식물성>을 붙여 본다. 식물성 경화유. 어감이 훨씬 나아졌다. 한때, 마가린은 건강식품의 대명사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식물성 경화유라는 이름으로 미화해야 하는 상황은 그들에게도 오래된 일이 아니다.
트랜스 지방 집안의 형제들
트랜스 지방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나서, 트랜스 지방은 사라지는 추세다. 무엇보다, 트랜스 지방은 1회 섭취량에 0.2그램 미만이 아닌 다음에야 식품 영양표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표시해야 한다. 다른 성분들은 최저 하한이 0.5그램인 것에 비해 더 강력한 규제다. 그래서 식품 업체들은 트랜스 지방인 듯, 아니면서, 결국 같은 일을 하는 기름을 만들어야 했다.
궁즉통이라 했던가. 돈이면 안 되는 게 어디 있을까. 방법이 있었다. 완전 수소화와 에스테르교환(interesterification), 두 가지나 된다. 트랜스 지방은 부분 수소화 과정에서 발생한다. 조금 더 고열, 고압으로 처리해서 아예 '완전' 수소화를 해버리면 트랜스 지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료비가 좀 더 들지만, 뭐 어떤가. 식물성이라는 이름을 붙여 더 많이 팔면 그만이다.
에스테르교환은 산, 효소 등 에스테르를 활용해서 지방산의 분자 구조를 바꾸는 것인데, 이 또한 트랜스 지방을 만들지 않으면서 불포화 지방을 딱딱하게 만든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완전 수소화나 에스테르교환을 통해 만들어진 경화유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없다. BPA의 유해성이 밝혀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BPA를 BPF나 BPS 등의 대체물질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체물질은 무해한 것이 아니라, 유해성 연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트랜스 지방을 만들지 않는 경화 방식의 유해성도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시비를 거는 사람이 많아져야 떠밀려 연구가 시작될 것이니, 열심히 시비를 걸자.
오메가-3 지방산에 대해 알아둘 점들
비타민 D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메가-3의 효능 역시 굳이 나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많고, 잘 알려져 있다. 일단, LDL 수치를 낮추는 재주에 있어 오메가-3 지방산은 스타틴 계열 약물만큼 효과적이며, 부작용이 없다. 오메가-3 지방산은 또한 염증 수치를 낮춘다. EPA와 DHA는 우리 뇌세포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그 외에도 효능은 많다. 혈전을 방지한다. 혈압을 낮춘다. 인슐린 저항성을 줄인다. 치매성 뇌 질환과 ADHD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동물성 기름에는 주로 EPA와 DHA, 식물성 기름에는 주로 ALA의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는 동물이므로, 우리 몸이 오메가-3 지방산을 활용하려면 EPA나 DHA로 변환해야 한다. 게다가 그 변환율도 대단히 낮다. 따라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오메가-3 지방산은 ALA보다 EPA, DHA로 섭취하는 편이 좋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물성 음식으로는 아마씨(flax seed), 치아씨(chia seed), 호두 등이 있고, 동물성 음식으로는 각종 생선 기름과 달걀, 풀을 먹고 자란 소고기 등이 있다. 풀 대신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는 전혀 아닌데, 옥수수가 오메가-6 진영의 대표주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불포화 지방산이다. 따라서 산패에 취약하다. 따라서 안전하게 먹으려면 이누이트 전통 방식으로 물개를 잡아 그 자리에서 간을 꺼내... 농담이다. 동물 권리 차원에서 물개 간으로는 더 이상 오메가-3 지방산 제품을 만들지도 않는다. (대구나 참치도 동물인데 이들에게는 왜 권리가 없는 걸까?)
산패에 취약하므로, 오메가-3 지방산 제품은 대용량보다는 소량 패키지로 구매해서 산패된 기름을 먹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좋다. 빛, 산소, 열과의 접촉도 최소화해야 한다. 제정신인 제조사라면 어두운색이 아니더라도 빛은 확실하게 차단하는 성질의 용기에 담겨 있을 것이다.
빛 차단 차원에서 보면 어두운 병에 담겨 있는 쪽이 개별 포장보다 낫다. 공기 중 산소와 접촉을 피하려면 용기를 자주 여닫지 않는 편이 좋다. 불포화 지방산이니 열에도 대단히 취약하지만, 굳이 냉장 보관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섭씨 50도가 넘어가지는 않으니까. (2023년 현재까지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