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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26. 2023

우리와 함께 사는 유익균 친구들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4) 프로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우리 몸은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세계와 공생하는 유기체다. 질량으로 따지면 우리 몸에 비해 확실히 열세지만, 유전자 수로 따지면 우리 몸의 10배가 넘는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하는 말대로 진화의 최종 방향이 정보 처리의 효율성에 있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을 제외하고 호모 사피엔스 혼자 그 길을 나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인간의 자아 개념을 좀 많이 바꿔야 할 것 같다. 자아라는 게 결국 의식의 결과물이라면, 그 의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제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총 내지 세균총이라고도 부르는데, 대부분이 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장내세균총이라고도 부른다. 장은 뇌 다음으로 신경 세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조직이며, 세로토닌과 같은 일부 신경전달물질은 뇌보다 장에서 훨씬 많은 양이 만들어진다. 장 다음으로 작은 친구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면 피부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 섭취를 통해 우리가 친구를 가려 사귀려고 할 때, 중점은 아무래도 대장이다.


장내세균총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끊임없이 세력 대결을 벌이는 곳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립균은 우세한 쪽에 가세하는 박쥐 같은 행태로 유명하다. 그래서 장내세균총의 균형이 무너지면 그냥 무너지는 게 아니라 아주 와르르 무너지며 산사태를 일으킨다.


사진: Unsplash의Portuguese Gravity


유산균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유산균은 락토바실루스 목에 포함되는 세균들을 통칭하는 말인데, 락토바실루스 목이 아닌 비피도박테리움도 유산균으로 부르는 등 분류 방법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유산균으로는 가장 연구가 잘 되어 있는 락토바실루스 람노수스, 비피더스 균이라고도 부르는 비피도박테리움 비티둠 등이 있다. 균주 이름을 알아둘 필요가 있는 이유는, 좋은 유산균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다. 


우리 식약처는 장 건강 기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유산균 균주 19종을 고시하고 있으므로, 이들 균주가 주종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보장균수 역시 중요한데, 10억 미만인 제품은 찾기 힘들다. 식약처 보도자료를 살펴봐도, 대체로 100억 CFU 정도는 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와 관련, 유산균을 많이 들여보내는 것과 유산균을 뱃속에서 많이 증식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 전략인가 하는 논의가 있다. 장내 유산균의 증식을 도우려면 이들에게 먹이를 충분히 줘야 하는데, 그것이 프리바이오틱스다.


사진: Unsplash의Nadine Primeau


프리바이오틱스


나는 프리바이오틱스라는 단어도 참 마케팅스럽다고 생각한다. 장내 세균총이 "먹는" 것은 결국 우리가 소화시키지 못한 물질이고, 유익균의 경우 대개 섬유질, 그중에서도 수용성 섬유질이다. 물론 장내 유해균인 대장균과 그 친구들도 먹이를 먹는다. 즉, 발효를 한다. 유해균이 우세할 때 변의 냄새가 고약해지는 것은 유해균이 소화시키면서 만들어 낸 부산물의 냄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몸의 이상을 알아챌 수 있도록, 그 냄새를 싫어하는 방향으로 진화 적응했기 때문이다.


장내 세균총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섬유질은 먹어야 한다. 음식과 함께 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찌꺼기와 유해 물질을 몸 밖으로 빼내려면, 섬유질로 흡착해서 배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아마씨, 치아씨, 차전자피 등 많은 종류의 섬유질 제품을 먹어봤지만, 제일 만족했던 것은 단연 이눌린이다. 크게 부풀지도 않고, 물에 녹지는 않지만 잘 섞이는 편이며, 무엇보다 맛이 좋다. (설탕 대신 써도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다.) 이눌린은 돼지감자나 치커리를 포함한 수많은 식물의 뿌리 또는 땅속줄기에서 발견되는 다당류 복합체로,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으니 쉽게 구할 수 있다. 프리바이오틱스 캡슐 대신, 이눌린 가루를 한 숟가락씩 물에 녹여 먹어 보자.


사진: Unsplash의Shalev Cohen


유산균 섭취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는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앞으로 쏟아질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장내 유익균의 혜택을 몇 가지 살펴보면 이렇다. 면역력을 강화한다. 뷰트릭산과 같이 유익한 단쇄지방산을 만든다. 일부 비타민 합성에 관여한다. 쓸개즙 재활용에 관여한다. 항산화 기능을 한다. (아마도, 자유 라디칼의 공격을 대신 받고 죽어서 우리 몸 세포를 살려주는 식일 것이다.) 장운동을 도와준다.


유산균은 언제 섭취해야 할까? 아침 공복에 섭취하라는 말이 많은데, 음식과 함께 먹을 경우 위산이 분비되어 유산균을 다 죽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실제로 식약처는 음식으로 위산을 중화한 다음, 즉 식후에 먹기를 권장한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음식과 위산의 관계를 생각하면 양쪽 다 맞는 이야기다.


내 생각에는 아무 때나 먹어도 상관없다. 그 이유는 첫째, 요즘 제품들은 대개 위산에 대비한 코팅이 되어 있어 장까지 살아가기 때문이고, 둘째, 가공식품에 찌들어 있는 현대인들의 위액은 그다지 산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한 논리대로 공복 상태에는 아직 위산 분비 신호가 떨어져 있지 않으므로 슬그머니 위를 통과할 수도 있어 보인다. 구글 또는 유튜브 검색 결과도 이쪽을 지지한다. 식후에 먹으라는 정보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9hCTedV5T8


영양제를 언제 먹어야 할까 하는 문제는 뒤에서 다시 정리하겠지만,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영양제 먹는 방법이 복잡해지면 영양제를 빼먹을 확률이 높아진다. 위산 공격으로 약간의 병력 손실이 나더라도, 지원군을 보내는 것이 아예 안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 위 영상에 등장하는 대리언 서튼(Darien Sutton) 박사도 아침 공복에 양치질하면서 먹는 것으로 하면 잊지 않고 매일 챙겨 먹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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