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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28. 2023

피로 해결사, 비타민 B군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5) 비타민 B군

유명한 영양제, 비타민 B군


나는 아주 오랫동안 영양제라는 것을 모르고 지냈다. 오메가-3가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한 병 사서 먹다가 버리고, 유산균이 아토피에 좋다고 하면 한 통 사서 먹다 버리고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비타민 C의 효능에 대해 듣고 비타민 C 메가도스를 시작했다. 소변이 선명한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비타민 C를 많이 먹지만, 바뀐 건 소변 색뿐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비타민 B가 피로에 좋다는 약사의 말을 듣고 비타민 B를 시도해 보았다. 소변이 비타민 C 섭취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영롱한 색깔로 바뀌었다. 그냥 노랑이 아니라 형광 노랑이었다. 이 영롱한 색을 만드는 주인공은 비타민 B2다.


사진: Unsplash의Luis Quintero


비타민 B군은 비타민 C를 제외한 모든 수용성 비타민을 아우르는 집합이다. 흔히 피로 회복 비타민으로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복용 즉시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비타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타민 B군은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 과정에 참여한다. 비타민 B가 모자라면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에너지로 바뀌지 않는다. 에너지가 모자라니 당연히 피곤하다.


비타민 B군은 피부 및 근육 조직의 유지, 세포 성장, 면역, 그리고 신경 작용 보조 등의 기능도 담당한다. 비타민이라는 말 자체가 원래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어 먹어줘야 하는 물질들을 지칭하려는 것이었지만, 비타민 B군이야말로 그 명칭의 취지에 맞는 물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먹으면 어디에 좋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없으면 말 그대로 인체가 작동하지 못한다고 말해야 옳다.



한꺼번에 섭취하는 것이 편하다


비타민 B는 복합제로도 판매되고 개별적으로도 판매된다. 피부에 좋다는 마케팅 문구를 꼭 달고 다니는 B5, 임신부 필수 영양제인 엽산(비타민 B9), 채식주의자들이 음식으로 섭취하기 힘들어 보충제로 챙겨야 하는 B12 등이 대표적이다. 나는 비타민 B군 복합제보다 비타민 B12를 먼저 접했는데, 이 물질이 아토피성 피부염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비타민 B는 전부 수용성이기 때문에 복합제로 섭취하는 것이 편하다. 모두 수용성이므로 하나의 알약으로 만들기 쉽고, 필요량이 거의 전부 mcg 단위 수준이라 전부 다 담아도 알약 크기가 작다. 소비자들도 여러 개를 챙겨 먹는 것보다 알약 한 개로 끝내는 쪽이 편하므로, 비타민 B 제제는 수요와 공급 모두 복합제를 선호하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자본주의는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마법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저렴한 제품을 찾는 수요가 있으니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가끔 안 먹느니보다 못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앞 장에서 활성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타민 B군의 경우 활성형과 활성형이 아닌 경우 인체 활용률이 꽤 차이가 난다. 게다가 활성형이 아닌 다음에야 전구체에 뭘 가져다 붙이든 결국 나중에 떨어져 나갈 것이므로 저렴한 녀석을 가져다 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당연하다. 자본주의니까. 그러나 몬산토 직원들이 자기 가족에게는 절대 GMO 식품을 먹이지 않는 것처럼, 이들도 자기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을 자기 가족에게는 절대 먹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진: Unsplash의Alexander Grey


제품 선택할 때 주의할 점


시판되는 비타민 B12의 대다수는 시아노코발라민이다. B12는 최종적으로 메틸코발라민 또는 아데노실코발라민(adenosylcobalamin)의 형태가 되어야 인체 대사에 활용될 수 있다. 시아노코발라민은 4단계의 화학 변환을 거쳐야 이들 활성형으로 전환되는데, 그 첫 단계는 시아노코발라민이 청산기와 하이드록소코발라민(hydroxocobalamin)으로 분해되는 것이다. 이전에도 게거품 물고 말했듯이 , 청산기는 청산가리의 유효 성분이다. 검마가 아닌 다음에야 매일 독을 챙겨 먹으며 독 저항력을 키울 이유가 있냐는 말을 다시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아토피성 피부염 때문에 비타민 B12를 별도로 사 먹고 있었고, 그래서 더 좋다는 메틸코발라민 제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복합제라면 제조자가 섞는 조합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다. 하나하나 성분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쓸데없이 칼슘이나 철분이 들어있는 경우도, 지용성 주성분에 수용성 물질을 보너스라고 섞는 경우도 문제가 되겠지만, 주성분이 어떤 형태로 들어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행히도, 많이 팔리는 비타민 B 복합제 중에서 메틸코발라민이 들어 있는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종합비타민 제제, 즉 지용성, 수용성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다 들어 있는 센**이나 라****** 투퍼데이 같은 제품은 간편하지만 차선책에 불과하다. 비타민 B군 복합제의 성분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만도 어려운데, 거기에 비타민 A, C, E, D, K에 칼슘, 마그네슘, 아연, 철분, 셀레늄, 크롬, 망가니즈, 구리까지 어떤 형태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 삶이 너무 힘겹다. 사실, 모든 최저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이 단 한 가지라도 있을지 의심이 된다. 그래서 비타민 B군만 복합제로 선택하고, 나머지는 웬만하면 단일 제제로 섭취하는 전략이 좋다고 본다. 


물론 칼슘-마그네슘 제제처럼 과학적 근거에 따라 복합제로 만들어진 제품의 경우는 괜찮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한 번 더 따져보는 것이 현명하다. 실제로 칼슘이 부족한 경우는 별로 없고, 칼슘은 과다할 경우 위험할 수 있는 물질이다. 칼슘-마그네슘 복합제보다는 그냥 마그네슘 단일 제제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이런 과학적 발견에 따라 시장 수요가 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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