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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Dec 08. 2023

조심해야 하는 영양제들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9) 피해야 할 미네랄

피해야 할 미네랄


바쁜 사람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그네슘, 아연, 셀레늄 정도를 챙기고, 칼슘과 철을 멀리하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미네랄에 대해서는 우선 조심해야 하는 친구들부터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문제 되는 것으로 칼슘과 철이 있고,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요오드도 문제 될 수 있다.


칼슘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많이 쌓여 있다. 고칼슘혈증(hypercalcemia)은 복통, 근육통, 우울증, 신장 장애, 심혈관 증상 등을 일으키는데, 가끔은 뼈의 약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뼈에 있는 칼슘을 뽑아 혈액 속으로 흐르게 하는 상황이다. 칼슘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뼈가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진: Unsplash의engin akyurt


칼슘은 과다 섭취하고 비타민 D와 K2가 부족한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다. 몸 안으로 칼슘은 자꾸 들어오는데, 그걸 골격 조직으로 이동시키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 D와 K2가 없다. 그래서 칼슘 이온이 혈액 속을 돌아다니다가 여기저기 쌓이는데, 심장을 움직이는 관상 동맥은 크기도 크니 공간이 충분해서 칼슘을 쌓아두기 딱 좋다.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관상동맥 석회화가 이렇게 발생하는 것이다.


칼슘의 위험은 단지 고칼슘혈증에서 끝나지 않는다. 2008년 발표된 아래 논문은 폐경기를 맞아 뼈 건강을 챙기기 위해 칼슘을 복용한 여성들에게 오히려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칼슘을 복용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심근경색이 두 배 이상 발생했고, 심근경색, 뇌졸중, 급사를 더한 수치 역시 칼슘 복용 집단이 60% 이상 높았다. 더구나 두 가지 모두 p 값이 1% 이하로, 대단히 신뢰할 수 있는 통계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222999/


비슷한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자, 대한골대사학회는 칼슘은 보충제로 처방하기보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https://www.medicaltimes.com/News/1128523


우리 몸에 존재하는 칼슘의 대부분은 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의 형태로 각종 조직에 고정되어 있고, 혈관을 통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는 전체 칼슘의 1%에게만 허락되어 있다.


칼슘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뼈가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통계를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칼슘 섭취와 골다공증 발생이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1992년 일본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칼슘 섭취량이 일본에 비해 2배가 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골다공증 발생이 2.5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백인 인구가 흑인 인구에 비해 훨씬 많은 칼슘을 섭취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통계에서도 백인 인구가 훨씬 높은 골다공증 발생을 보였다. 공시적 비교뿐 아니라 통시적 비교를 해봐도 상황은 같다. 그리스, 홍콩의 사례에서 칼슘 섭취 증가에 따라 골다공증 발생이 증가했다.


2000년 발표된 아래 논문은 폐경기 여성을 네 집단으로 나누어 각각 칼슘, 비타민 D3, 비타민 K2, 그리고 비타민 D3와 K2를 모두 복용하게 했다. 칼슘을 복용한 집단은 골밀도가 낮아진 반면, 나머지 세 집단은 모두 골밀도가 증가했는데, D3와 K2를 함께 투여받은 집단이 가장 골밀도가 높았다.


https://pubmed.ncbi.nlm.nih.gov/11180916/


몸속을 떠도는 칼슘 이온(Ca2+)은 비활성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으로 변환된 후 활성화되어야 뼛속으로 진입할 수 있다. 칼슘 이온이 비활성 오스테오칼신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비타민 D3가, 이것이 다시 활성 오스테오칼신으로 다시 변환되는 과정에서 비타민 K2가 필요하다. 따라서 위 실험 결과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사진: Unsplash의Mathew Schwartz



철 역시 절대 피해야 할 미네랄이다. 빈혈은 철이 모자라서 생긴다는 것을 마치 공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철 부족성 빈혈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희귀한 질병이다.


철 과다는 특히 남성과 폐경 이후 여성에게 문제 되는데, 철을 배출하는 대표적인 방법, 즉 피 흘릴 기회가 별로 없어서다. (내가 피트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철을 배출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맛있어서가 가장 큰 이유다.) 



요오드


요오드(아이오다인)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 미역 등 해조류를 많이 먹기 때문에 결핍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서양식 식단의 경우 요오드 결핍이 심각하기 때문에, 외국산 종합 영양제를 구입할 경우 요오드가 들어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다른 미네랄과 마찬가지로, 요오드도 과다 섭취 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요오드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미네랄 중에서도 가장 원자 번호가 높은 원소다. 원자 번호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더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원소 중 가장 원자 번호가 높은 것이 바로 우라늄이다. 우라늄은 안정한 상태인 납이 되기 위해 자연 상태에서도 열심히 붕괴한다.


요오드 과다 섭취가 야기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증상은 하시모토병(Hashimoto's Disease)이다. 하시모토병은 갑상샘 기능이 저하되는 질병인데, 요오드는 갑상샘 호르몬의 주원료이기 때문에 갑상샘이 꼭 필요로 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요오드가 부족한 경우에 갑상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갑상샘은 중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기인지 요오드가 과도할 경우에도 기능 저하가 발생하는데,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해조류를 가장 많이 먹는 일본에서 흔하고, 그래서 일본에서 발견되는 바람에 저런 이름이 붙었다.


어쨌든 요오드는 미량 미네랄(trace mineral)의 하나다. 마이크로그램(mcg) 단위의 미량만 필요하니 그냥 흔적만 남는 정도로 섭취하면 된다. 한식은 김, 미역 등 다양한 해조류를 포함하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영양제에 만약 요오드가 포함되어 있다면 용량을 체크해 보자.


사진: Unsplash의Patrick Per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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