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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넛과 사과 식초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12) 셀레늄, 사과 식초

by 히말

셀레늄


셀레늄은 다른 영양소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에 부각되기 시작한 미네랄이다. 갑상샘 호르몬을 활성형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므로 반드시 필요하다. 수은, 비소 등 독소 배출, 전립선암과 폐암 등 개선 및 예방에 효과가 있고 뇌졸중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항산화 능력도 탁월한데, 글루타치온 합성에 필요하다. 장내 세균총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익균이 셀레늄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셀레늄이 풍부한 음식으로 유명한 것이 브라질넛이다. 문제는 이걸 하루에 한두 개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넛 한 개에는 대략 100mcg 정도의 셀레늄이 들어 있는데, 하루 권장량이 이것보다 적다. 셀레늄의 하루 섭취 상한(UL)은 400mcg로 매우 낮은 편인데, 과다 섭취할 경우 독성이 꽤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셀레늄의 부작용으로는 탈모, 손발톱 약화, 피부 변색, 구토, 설사 등이 있다.


셀레늄은 참치, 새우 등 해산물,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 곡물 배아, 달걀, 시금치, 버섯, 마늘 등에 웬만큼 들어 있어 결핍이 잘 일어나지 않는 미네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살충제 및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인한 토질 고갈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maria-labanda-hEKN_m0qGMA-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aria Labanda


식물 뿌리가 토양에서 영양소를 흡수하는 방식을 근식(rhizophagy)이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해 식물이 필요한 영양소를 먹은 세균을, 뿌리가 통째로 삼킨 다음에 영양소만 빼 먹고 세균을 다시 뱉어내는 것이다. 먹고 뱉는다는 식으로 표현하니 무시무시하게 들리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세균은 살아 있고, 미네랄 등 식물이 필요한 영양소를 뺏기는 대신에 탄수화물 같은 대체 식품을 제공 받는다. 그러니까, 상리공생 관계다.


산업화된 현대 농업은 살충제와 항생제로 돌아간다. 눈에 보이는 식물들만 신경 쓰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생각하지 않는다. 살충제 및 항생제로 인해 식물들 입장에서 볼 때 유익균이라 할 수 있는 이 세균들이 죽어 나간다. 그래서 식물에 미네랄이 부족해지고, 그렇게 미네랄이 부족한 식물을 먹은 동물도 미네랄이 부족하고, 그걸 먹는 사람들도 미네랄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셀레늄처럼 부족해지기 쉽지 않은 미네랄이 부족해지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나의 경우, 견과류를 좋아해서 여러 종류를 찾아 먹다 보니 브라질넛을 먹게 되었고, 셀레늄에 대해 알아보니 아토피성 피부염에 좋다는 의견이 있다고 해서 챙겨 먹는 편이다.


셀레늄은 미량 미네랄이다. 많이 필요하지 않다. 많은 비타민 B군 복합제에 셀레늄이 소량 들어 있는데, 대개 이걸로 충분하다. 견과류치고는 맛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영양제보다는 맛있는 브라질넛을 하루에 한두 개 먹는 쪽이 더 즐거운 섭취 방법이다. 셀레늄 관련해서는 어쩌면 이것이 제일 중요한 정보다. 브라질넛 함부로 많이 먹지 말자.


ca-creative-uaMwBQ_wjng-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CA Creative


유기농 사과식초


전통 방식으로 사과를 삭혀 만든 식초, 즉 사과술식초(apple cider vinegar)가 요즘 뜨는 것 같다. 식초는 어차피 아세트산이 유효 성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단쇄지방산인 아세트산은 다른 단쇄지방산들과 마찬가지로 몸에 좋다.


매일 산성 물질이 안 좋다는 말만 들어와서 그런지, 우리 몸이 알칼리화되어 있을 수 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자연 상태에서 우리 몸은 pH 7.35에서 7.45 사이의 약산성을 띤다. 그런데 이것도 정확한 얘기는 아니다. 피는 약알칼리성이어야 하고, 위액은 강산성이어야 한다. 피가 산성화되면 가슴 통증, 불안감, 두통, 관절 통증 등이 나타나고, 알칼리화되면 알레르기, 근육 경련, 근육 통증, 탈수 등 증상이 나타난다. 알칼리화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상황 중 하나는 칼슘이 혈관 벽 등 유연조직(soft tissue)에 쌓이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산성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알칼리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는 혈액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는 하는데, 일반적인 혈액 검사에 비해 매우 비싸다고 한다. 어떤 경우든, 우리의 위액은 강산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인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식초는 당연히 산성이고, 위 내 pH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중에 구아니딘(Guanidine)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강한 염기성을 띤다. 단백질 섭취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저탄고지 식이를 실천하는 경우, 식초 섭취는 더욱 필요하다.

식초는 술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저절로 발견한 음식이다. 과일을 방치하면 술이 되고, 그걸 또 방치하면 식초가 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식초를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들고, 자본주의 세상에서 시간은 돈이다. 그래서 과일즙이 아니라 술에서 시작해서 만드는 식초가 대부분이다. 원료에 주정이 들어 있다면 무조건 이 방식으로 만든 속성 식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어차피 식초는 아세트산 용액이니, 처음부터 곧장 아세트산을 만들면 된다. 가장 저렴한 방법은 석유의 부산물인 나프타에서 일산화탄소를 뽑아낸 다음 메탄올과 반응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빙초산이다. 초산은 아세트산을 뜻하는데, 거기에 얼음 빙자를 붙인 이유는 이렇게 만든 순도 높은 아세트산이 겨우 16.6도씨에서 얼기 때문이다. 왠지 으스스한 느낌이지만, 화학적 조성은 과일을 삭혀 만든 비싼 식초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화학 조성이 같으니 같은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면, 1리터에 만 원이 넘는 유기농 사과식초에 헛돈을 쓰지 않고 같은 가격에 열 배를 살 수 있는 빙초산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키토제닉 식이요법을 설파하는 서양인 유튜버들조차 하나같이 유기농 사과식초를 마시라고 강조한다. 그게 겨우 1리터에 5그램이나 들어 있을까 말까 한 초모(mother) 때문은 아닐 것이다. 초모가 가라앉아 있으면 그럴싸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섬유질, 효모, 박테리아 등등 이물질 덩어리에 불과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선택은 자기 몫이다.


terry-vlisidis-RflgrtzU3C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Terry Vlisidis


유기농 사과식초 섭취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효소를 자극해서 소화를 돕는다. 위액의 산성도를 정상화한다. 역류성 식도염을 개선한다. 일부 미네랄과 비타민의 흡수를 돕는다. 췌장과 담낭 기능을 개선한다. 소장 내 균 증식(Small Intestine Bacterial Overgrowth, SIBO)을 개선한다. 백혈구 활동성을 개선하여 면역력을 강화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서 혈당을 낮춘다. 사실 이 이유 때문에 당뇨인 및 당뇨 전 단계인 사람들에게 유기농 사과식초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마시는 방법은, 하루에 한두 스푼(14~28ml) 정도를 물에 희석해서 마시면 된다. 강산성이므로 치아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냥 재빨리 마시고 입안을 물로 여러 번 헹구면 된다. 맛이나 냄새가 그다지 끌리는 쪽은 아니므로, 이것저것 첨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꿀이나 과일청을 섞으면 맛은 좋겠지만 애초에 사과식초를 마시는 이유와 잘 맞지 않는다.


나는 강황 한 찻숟가락과 검은 후추 한 꼬집을 섞어 마신다. 강황 역시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진 물질이고, 사과식초와 유사한 이점도 많다. 검은 후추를 넣는 이유는 강황 흡수율을 대폭 (20배!) 올려주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그다지 끌리지 않는 강황 향이 사과식초와 아주 잘 맞는다는 것이다. 이이제이라고나 할까, 고약한 두 악취가 서로 중화돼서 아주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언제 마시는 것이 좋을까? 아무 때나 마셔도 상관없다. 공복이든 아니든 상관없고, 아침이든 저녁이든 상관없다.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언제 섭취하느냐보다 빼먹지 않고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추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식사 중에 마신다. 빈속에 마시면 왠지 속이 쓰린 것 같아서다. 식사 중에 마시는 것의 또 다른 이점은, 식사 후에 어차피 양치질을 해야 하니 별도로 양치질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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