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11) 아연
아연이 부족한 신비한 시대
아연은 갑상샘과 부신 기능에 꼭 필요한 영양소로 면역 기능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남성 호르몬과 정자 등 생식 세포 생성에도 관여하는 미네랄이다. 인체 단백질의 10%가 아연과 결합 상태로 존재한다. 아연은 인슐린을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다.
아연 결핍은 각종 면역 기능 저하는 물론 발육 부진, 후각 상실, 우울증, 각종 피부병, 염증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아주 다양한 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는 아연이 결핍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 위대한 자본주의다. 몬산토가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는 제초제 중에 글라이포세이트(Glyphosate)라는 것이 있다. 독극물이 잡초만 죽일 리 없다. 글라이포세이트는 토양 내 유익한 미생물을 싹 죽이는 걸로는 모자라서, 잔류 농약으로 섭취할 경우 우리 장내의 유익균도 싹 죽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글라이포세이트는 토양 내 미네랄과 킬레이트(chelate) 결합을 해버린다. 킬레이트 결합된 미네랄은 유기체가 이용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콩류를 먹으면 피트산과 킬레이트 결합한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킬레이트 결합된 미네랄을 식물 뿌리는 잘 흡수하지 못한다.
간단히 말해, 몬산토가 돈 받고 파는 농약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미네랄 보충제를 사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주 전형적인 외부 불경제다. 외부 불경제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흡수하면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 문제로 전 세계인 고통받고 있는 현실은 몬산토가 자본주의 경제학보다도, 각국 정부보다도 세다는 증거다.
사실 센 것은 몬산토가 아니라 몬산토가 가진 돈 버는 힘이다. 그래서 몬산토는 지난 2018년, 독일계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Bayer)에 인수되었다. 아이디가 너무 유명해져서 계속 차단을 당하다 보니, 아이디를 바꾼 것이다.글라이포세이트 같은 제품 이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대로지만, 몬산토라는 이름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연
아연이 특히 풍부한 음식으로는 게, 소고기, 호박씨 등이 있지만 역시 제일 유명한 것은 굴이다. 카사노바가 열심히 굴을 먹었던 걸 보면, 원했던 효과를 본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18세기가 아닌 21세기를 사는 죄로, 아연을 따로 챙겨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연의 하루 권장량(RDA)은 남자 11mg, 여자 8mg이다. 아연은 복합 영양제에 세트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칼마아디"라는 약칭에서도 볼 수 있듯, 칼슘-마그네슘 보충제에도 비타민 D와 함께 흔히 보너스로 들어간다. 비타민 B6 복합제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선가 추가로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니, 체크해 두는 것이 좋다. 아연의 하루 섭취 상한(UL)은 40mg이다.
아연은 아토피성 피부염에 좋은 보충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체에서 아연이 3번째로 많이 분포하고 있는 기관이 바로 피부다. 그만큼 피부에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아연 결핍은 피부에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연 단독 제제는 함량이 50mg 이상인 것들도 많다.
RDA, UL은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신중하게 결정한 수치들이지만,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어떤 영양소가 모자라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섭취해도 된다.
아연 과다는 구리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구리는 정말 결핍되기 어려운 미네랄이지만, 결핍되면 구토, 설사, 고지혈증(!)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아연을 좀 많이 복용하는 경우라면 구리도 챙기는 것이 좋다. 그런데 구리는 결핍보다 과다 축적이 훨씬 더 문제 되는 미네랄이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아연 섭취량의 1/15 정도는 구리를 섭취하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영양제로 섭취하는 비율이 87:1 정도 된다. 구리 결핍과 관련된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음식으로 구리를 충분히 섭취하는 모양이다. 내가 매일 먹는 견과류에 구리가 풍부하다고 한다.
아연은 인체가 저장하지 않으므로 꾸준히 섭취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데 미국 국립보건원(NIH)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인체는 1.5~2.5그램의 아연을 주로 근골격계에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유튜버가 NIH 자료를 근거로 인체가 아연을 저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1년 사이에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 모양이다.
https://ods.od.nih.gov/factsheets/Zinc-HealthProfessional/
커피와 아연
커피와 아연의 관계는 아주 재미있다. 커피에는 아연이 소량 들어 있다. 아연이 들어 있는 음식은 많으므로 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커피 역시 콩류라서 피트산을 포함하고 있고, 피트산은 아연과 같은 양이온 미네랄과 킬레이트 결합을 형성한다. 병 주고 약 주는 셈이다.
커피에 아연이 들어 있다고는 해도 100그램당 0.35mg 정도의 소량이다. 따라서 커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아연은 고갈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에를랑겐-뉘른베르그(Erlangen-Nuremberg)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아연과 함께 커피를 마실 경우 커피의 항산화 효과가 커진다고 한다.
커피나 초콜릿에 포함된 폴리페놀은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의 일종인데, 하이드로퀴논 단독으로는 과산화물(superoxide)을 분해할 수 없지만, 금속 이온과 결합하면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지닌 SOD(superoxide dismutase enzyme)와 비슷하게 작용하여 과산화물을 분해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금속으로는 망가니즈, 니켈, 구리, 철 등도 있지만, 가장 독성이 약한 것은 아연이다. 그래서 초콜릿이나 커피에 아연을 첨가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이제 불소 함유 치약이나 요오드 첨가 소금처럼 아연 첨가 커피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당분간은, 커피와 함께 아연을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