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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는 언제 먹어야 할까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각론 (13) 영양제 섭취 시간

by 히말

언제 먹을까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빠른 대답은 이거다. 아무 때나 먹어도 상관없다.


영양제의 특성에 따라, 흡수율이나 생체 이용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섭취 방법이나 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영양제 섭취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빼먹지 않고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하루 중 가장 기름진 식사를 할 때 몰아서 먹는 것이다. 그러나 비타민 B 복합제처럼 하루에 두 번 이상으로 나눠 먹어야 할 영양제가 있을 것이다. 그건 그냥 아침에 먹으면 된다.



수용성 대 지용성


이제부터 설명 파트다. 설득력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다.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수용성 대 지용성이다.


비타민 B와 C, 그리고 모든 미네랄은 수용성이다. 반면, 비타민 A, D, E, K와 오메가-3를 포함한 모든 지방산, 코큐텐, 각종 오일류, 루테인, 지아잔틴은 지용성이다. 소프트 젤 형태로 되어 있는 것들은 지용성이라 보면 된다. 기름과 함께 유효성분을 넣어 놓은 것이다. 가끔 지용성 영양제를 캡슐이나 심지어 정제 형태로 만드는 어이없는 경우가 있는데, 잘 기억해 두고 다시는 구입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마법사들이거나, 기본도 안 된 업체들이거나 둘 중 하나다.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수용성 성분은 그냥 물과 함께 먹거나 그냥 씹어 먹으면 그만이다. 입안에는 언제나 침이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공복 여부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반면, 지용성 성분은 웬만하면 기름진 식사와 함께 먹어주는 것이 좋다. 대개 약간의 기름과 함께 소프트 젤 형태로 만들어져 있지만, 그걸로 체내에 잘 흡수되기를 바라는 것은 물 한 바가지 챙겨주면서 불 끄라고 하는 느낌이다. 지방은 몸에 좋다. 그러니까 이왕 영양제를 챙겨 먹을 생각이라면 좋은 지방도 잘 골라서 많이 먹자.


지용성 물질은 지방에 축적된 상태로 장기간 보관하며 조금씩 꺼내 쓸 수 있다. 지용성 영양제는 여러 번에 나눠 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비타민 D의 경우 고용량 주사제로 분기별 1회만 챙겨도 되고, 매주 월요일에 일주일 분을 몰아 먹거나, 매월 15일에 한 달 치를 한꺼번에 먹어도 된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매일 먹는 편이 좋다고 본다. 어차피 수용성 물질도 먹어야 하니까, 한꺼번에 엮어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다.


수용성 물질은 세포에서 수용하고 남는 양은 거의 곧바로 배출된다. 체내에 투여된 비타민 C의 반감기는 30분에 불과하다. 2시간만 지나면 10%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흡수율이 대단히 중요하고, 조금이라도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나눠 먹어야 한다. 내가 종합 영양제를 추천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많은 종합 영양제가 "간편하게"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하는 방식이라서다.


engin-akyurt-52mrdjVBwiM-unsplash (1).jpg 사진: Unsplash의engin akyurt


경쟁하는 미네랄


앞서 말했듯이, 미네랄은 서로 상보관계에 있어 경쟁하는 경우가 흔하다. 나트륨-칼륨이 그렇고, 칼슘-마그네슘이 그렇다. 그래서 예컨대 칼슘과 마그네슘을 한꺼번에 먹으면 서로 방해해서 흡수율이 떨어진다.


따로 먹는 게 좋은 경우다. 그러나 시판되는 많은 제품이 칼슘과 마그네슘을 함께 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칼슘 제제와 마그네슘 제제를 따로 사서 시간 간격을 지켜가며 먹는 것은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칼슘 보충제를 먹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살아 있는 유산균


유산균은 생물이다. 지용성이니 수용성이니 하는 말을 하면 실례다. 유산균을 어떻게 먹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이 친구들의 생존 확률에 대한 이야기다. 강산성인 위장을 통과해서 대장까지 살아 도착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제일 좋은 것은 대장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다. 맞다. 좌약 이야기다. 아기들에게는 실제로 좌약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좌약은 아무래도 적게 생산되다 보니 비쌀 것이고, 느낌도 좀...


그래서 결국 경구 투여를 해야 하는데, 공복이 좋을까, 위에 음식물이 차 있을 때가 좋을까? 우리 식약처는 음식으로 위액이 중화되었을 때를 노리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조언은 우리 식약처 외에는 찾기가 어렵다.


공복에 섭취하라는 의견이 절대다수다. 그 이유는 첫째, 위산은 음식물을 감지하여 분비되기 때문에 공복을 노려 침투하면 위산의 공격을 별로 받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 요즘 유산균은 코팅이 잘 되어 있어 어차피 위산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양쪽 주장을 다 들었으니, 스스로 결정하자. 나는 아침 공복에 먹는다.


erik-kossakowski-VLl9d-1_WiE-unsplash.jpg 어떻게든 살아 남을 수도 있지만... (사진: Unsplash의Erik Kossakowski)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비타민 B군과 코큐텐은 에너지 대사에 직접 관여하므로, 저녁때 먹으면 에너지가 넘쳐 잠들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에너지가 넘쳐 잠을 못 잔 경험이 있는지 잘 생각해 보자. 내가 먹는 비타민 B군 복합제는 하루 두 번 섭취하는 것인데, 체내 농도를 최대한 일정하게 하기 위해 12시간 간격을 지켜 아침, 저녁으로 먹는다. 코큐텐은 지용성이라 하루에 한 번 식사하는 나로서는 저녁에 먹는 수밖에 없다.


비타민 C는 신맛이 강하다. 그래서 빈 속에 먹으면 속이 쓰리다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분말 형태는 더욱 그렇다. 이 경우에는 식사와 함께 먹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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