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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pr 13. 2018

[짧은 평]
전창림, <미술간에 간 화학자>

미술 감상은 즐겁다

1. 화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과학교양서는 찾기 어렵다. 도서관에서 화학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찾은 책이다.

2. 이 책처럼 두 개의 분야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 책은 어느 쪽이 과연 주가 될까 하는 부분이 관전 포인트다. 이 책은 미술 95%, 화학 5%다. 김홍도의 씨름도에서 왼손과 오른손이 바뀌어 그려진 인물 이야기를 하면서 이성질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뜬금 없었지만, 이성질체 정도 이야기면 좀 심도 있는 화학 이야기가 나오나 했더니 그냥 거기서 끝이다.

다비의 <마라의 죽음>. 이 그림이 세 가지 버전으로 존재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이것은 가장 유명한 브뤼셀 왕립 미술관 버전이다. 세 버전은 상자의 글이 다르다.



3. 마라(Jean Paul Marat) 이야기. 마라는 프랑스 혁명 당시 열혈 자코뱅이었고, 샤를로뜨 코르데라는 지롱드 당원에 의해 암살당했다. 역사 속 누구나 그렇듯이 마라에 대한 재평가도 당연히 있겠지만, 마라와 코르데의 평가가 현대에 와서 뒤바뀌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뭐, 난 프랑스 혁명 전문가는 아니지만, 당시 자코뱅 당원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빠심이 있는 사람이다. 마라와 코르데는 신념의 깊이가 다르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지만, "설마 코르데가 위인?"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저자가 화학자라는 점이 가장 드러난 부분이 다비의 <마라의 죽음>에 관한 부분이다. 마라가 화학자로서 라브와지에에게 시기 내지 원한을 품고 그를 단두대에 보냈다는 이야기는 정말 화학자의 시각이 아닐까.

프리드리히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안개 바다의 방랑자>



4. 하지만 난 이 책이 매우 마음에 든다. 화학은 그렇다고 치고, 미술에 대한 저자의 조예가 놀라울 정도이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대단히 능숙하기 때문이다. 많은 미술 교양서처럼 시대순으로 화가들을 늘어 놓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이 많이 나오는 점도 좋다. 피터 브뤼헬, 베르메르, 프리드리히, 터너, 그리고 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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