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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HR, 날씬하지만 고지혈

숫자에만 신경 쓰는 답답함

by 히말

마크 하이먼의 <영포에버>를 읽다가, LMHR이라는 개념을 만났다. Lean Mass Hyper-Responder의 약자로, 번역하자면 "날씬한 과도반응자" 정도 되겠다. 상당히 급조된 느낌의 작명인데, 이론적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관찰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니 어쩔 수 없다.


LMHR은 어떤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특징은


- 날씬하다 (체지방이 적다)

- 운동을 많이 한다

- LDL과 혈당 수치가 높다


그렇다. 핵심은 마지막에 있다. 운동을 많이 해서 날씬하고 체지방이 적은 사람들인데, LDL과 혈당 수치가 높은 것이다. 특히, 공복 혈당 수치가 높다. 이 개념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인 이유는,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marc-kleen-Jo025H0ILaM-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eriç tuna


콜레스테롤 관련하여 유명한 프레이밍햄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LDL이 낮은 경우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했다. 많은 기능 의학 전문가들이 LDL이나 중성지방 수치 자체를 보는 대신 LDL이나 중성지방을 HDL로 나눈 비율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이 연구를 제시한다.


https://pubmed.ncbi.nlm.nih.gov/11176761/


유전자 검사 결과, LMHR 유형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유전자 변이는 없었다. 즉, LMHR은 유전자에 따른 유형이 아니라, 특정한 대사 활동의 산물이다. 저탄고지와 운동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LMHR 유형의 사람이 (육식)단백질이 충분한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할 경우, LDL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이는 중성지방을 태워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해 LDL-c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설이다. 이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29세의 한 운동선수가 자기 몸으로 실험을 했다.


https://cholesterolcode.com/guest-post-making-of-a-lmhr/


이 사람은 일단 2주 동안 탄수화물이 풍부한 채식으로 LDL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춘 뒤, 2주간 육식 중심의 저탄고지를 통해 LDL 수치를 급격하게 끌어 올릴 계획을 실행했다. 이 사람은 주당 80km 이상을 달렸다.


단, 2주만에 이 사람의 LDL-c 수치는 68에서 139로 2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LDL이 200은 돼야 LMHR로 쳐주는 분위기에, 이 정도 수치는 약하다.


사실, 나도 LDL이 150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따르면, 저탄고지를 좀 완화하면, 즉 탄수화물을 적당히 먹어주면 LDL은 다시 떨어진다. 지방 대사를 위해 LDL 수치가 증가한다는 가설과 맞아 떨어진다.


나의 경우, LDL 150, HDL 99, TG 33이다. 말하자면, 저탄고지가 아니라 중탄고지라서 LDL이 과하게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면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가장 중요한 질문, 즉 LMHR에게 높은 LDL 수치가 좋지 않은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LMHR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강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대부분은 이렇게 대답한다.


"살면서 이렇게 건강하다고 느낀 건 처음이다."


나도 그렇다.


meric-tuna-a8BYzjkkH4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eriç t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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