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으로 갓생 살기 - 잠 (2) 수면 위생
수면 위생 간단 테스트, SATED
우선, 현재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겨우 다섯 개의 문항으로 된 아주 간단한 테스트다. 다섯 문항의 머리글자를 따 SATED 검사라 불린다.
- 현재 잠에 만족(satisfaction)하는가?
- 하루 종일 졸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alertness)하는가?
- 가장 중요한 타이밍(timing)인 오전 2시에서 4시 사이에 자고 있는가?
- 잠이 효율(efficiency)적인가? 잠자리에 누운 채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는 시간이 도합 30분 이내인가?
- 충분한 길이(duration)로 자는가? 하루 6~8시간을 자는가?
각 문항에 대해 "언제나 그렇다"는 2점, "종종 그렇다"는 1점, "거의 아니다"는 0점을 매긴다. 10점 만점에 몇 점이나 나오는지 계산해 보자.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점수가 낮다면 더 분발해야 한다.
매슈 워커는 더 간단한 설문지를 제안한다. 단 2개의 질문이다. 첫째, 아침에 기상하고 나서, 오전 10~11시에 다시 잠들 수 있는가? 둘째, 정오까지 카페인 없이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가? 당연한 얘기지만, 첫째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오, 둘째 질문에 대해서는 예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좋은 상태다. 둘 중 하나만 오답이라도 잠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 생각에는, 두 번째 질문보다는 첫 번째 질문에 오답을 내는 경우가 더 심각해 보인다.
매슈 워커의 수면 위생 원칙
잠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멋진 말로 수면 위생(sleep hygiene)이라 부른다. 매슈 워커의 책에 나오는 12가지 수면 위생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 수면 시간을 지켜라. 매슈 워커는 단 한 가지만 지킬 수 있다면 바로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 너무 늦은 시간에 운동은 피하라.
-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하라.
- 자기 전 알코올을 피하라.
- 자기 전 과식을 피하라.
- 잠에 방해가 되는 약물을 가급적 피하라.
-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마라.
-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긴장을 풀어라. 긴장을 푸는 루틴을 만들면 좋다.
- 잠자리에 들기 전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라.
- 침실을 어둡고 차갑게 하고, 침실에서 전자 기기를 치워라.
- 낮 동안 충분한 햇빛을 쬐어라.
- 잠이 안 온다면, 일어나서 졸음이 올 때까지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하라.
첫 번째 원칙인 루틴화가 핵심이다. 현대인은 대개 알람으로 일어난다. 즉, 일어나는 시간은 적어도 주중에 일정한 편이다. 그러나 자러 가는 시간은 들쭉날쭉하다. 이래서는 루틴화가 어렵다. 그래서 매슈 워커는 자러 가는 시간을 일정하게 해보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일어나는 시간은 물론, 자러 갈 시간도 알람을 맞춰 놓자.
운동에 대해서, 나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잠자기 전 운동을 피하라고 하는 조언은, 운동이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분명히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한다. 운동 중에 빨라지는 심박이 강력한 증거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 할수록 심박 조절 능력이 향상된다. 운동을 끝내고 10분 이내에 내 심박은 안정 심박으로 돌아온다. 교감 신경이 더는 흥분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운동이 취침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운동으로 근육에 누적된 피로는 오히려 꿀잠을 불러온다.
요약하면, 운동으로 단련된 신경계는 빠르게 흥분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오히려 잠을 더 잘 잔다고 믿는다.
잠을 더 잘 자기 위해, 잠자리에 드는 의식(ritual)을 만들라는 조언을 책에서 흔히 접한다. 예컨대 컴퓨터와 휴대폰을 멀리하고,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며 종이책을 보라는 식이다. 청색광이 제거된 조명으로 책 읽는 건 어떤 기분일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루틴을 만들어 지킨다면 분명 꿀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의식은 루틴의 다른 이름이다.
알코올에 관해서라면, 어떤 일본 사람이 쓴 책이 기억난다. 그 책에는 자기 전에 술 한 잔으로 꿀잠을 자라는 황당한 조언이 실려 있었다. 알코올이 수면 유도에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해도, 약물의 도움으로 잠을 자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기 전에는 그 어떤 약물도 조심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복용하는 영양제 중에는 마그네슘이 수면 유도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그네슘은 인체가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미네랄일 뿐이므로, 의존성이 없다. 그중에서도 마그네슘 글리시네이트(magnesium glycinate) 형태가 수면 유도에 가장 탁월하다고 한다. 이왕 먹는 마그네슘, 부가적인 효과에 따라 고르는 것도 좋다. 변비가 있다면 흡수율이 낮다고 욕먹는 산화마그네슘이 오히려 좋다. 신장 결석이 걱정된다면 구연산 마그네슘을 먹자. 잠들기 어렵다면 마그네슘 글리시네이트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