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으로 갓생 살기 - 잠 (3) 수면 환경과 카페인
수면 환경
쾌적한 수면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수면 위생에 중요하다. 암막 커튼으로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좋다. 나는 노르웨이에서 백야를 피하기 위해 암막 커튼을 처음 사용해 보았는데, 그 이후로는 침실에 꼭 암막 커튼을 설치한다. 일단 사용해 보면, 어둠 속에서 자는 것이 얼마나 쾌적한지 깨달을 것이다.
침실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것이 좋다. 너무 당연한 얘기를 굳이 반복하는 이유는, 수면 최적 온도가 의외로 좀 낮기 때문이다. 18.3도라고 한다. 여름 기준이라면 참 시원한 온도지만, 겨울에 이 온도라면 좀 춥다. 어쨌든 이 온도가 최적이라 하니, 추우면 이불을 꼭 덮고 자자.
청색광은 멜라토닌 사이클을 교란해서 수면에 지장을 준다. 청색광이란 그냥 푸른 빛을 말한다. 인간의 호르몬 체계가 청색광을 탐지하여 멜라토닌 사이클을 조절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행히도, 해 지는 시간에 맞추어 천천히 청색광의 비율을 낮춰주는 휴대폰 앱과 컴퓨터용 소프트웨어가 많이 나와 있다. 화면이 좀 우습게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사용해 보고 나서 효과가 있는지 판단해 보도록 하자.
낮 동안 햇빛을 쬐면 좋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인이 한낮에 30분씩이나 해를 쬘 수는 없다. 그럴 수 있었다면 비타민 D를 섭취해야 하는 상황이 아예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원칙은 최대한 노력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물론, 주말에는 훨씬 쉽게 달성 가능한 목표다.
전자 기기를 멀리하는 것도 중요하기는 한데,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톰 오브라이언은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에서 전자기파 차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각종 뇌 질환을 예방하는 생활 습관으로 식이요법(글루텐, 유제품, 설탕 배제), 운동과 함께 전자기파 회피를 꼽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와이파이를 끄고 잔다.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전자기파가 인체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교란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뇌파가 전자기파다. 그리고 전자기파는 모두 같은 종류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당신 뇌에 흐르는 전자기파만 예외일 리가 없다.
한 가지 더. 휴대폰은 침실 바깥에 두고 자는 것이 가장 좋지만, 기상 알람이라든가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기 전에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자자.
카페인
카페인과 질 좋은 잠은 양립할 수 없다. 나는 오랫동안 저녁 식사 후에 디저트로 커피를 즐겼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예전 직장 동료 중에 아주 점잖고 겸손한 분이 계셨다. 어떤 일에도 자기 자랑 같은 걸 하지 않는 분이었다. 어느 날 사담 중에 혹시 저녁때 커피 드시냐고 물었더니, 대뜸 이렇게 대답하셨다.
"커피는 자기 전에 한잔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분이 젠체하시는 것을 직접 본 일은 이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분은 커피를 마시고도 잘 잔다고 자랑을 하신 것이다. 나는 매슈 워커의 책을 읽고 나서 저녁 커피를 끊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적응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잠의 질의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내가 잘 잔다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로 잘 자는 것과 비교했을 때 효율이 대략 17분의 1 정도 아니었을까. (그냥 말해본 숫자다.)
혈중 카페인의 반감기는 4 내지 6시간이다. 내가 운이 좋아 반감기가 빠른 쪽이라고 해도, 커피를 마시고 8시간이 지난 다음까지 나는 섭취한 카페인의 25%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인 카페 라테 한 잔에는 약 1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4분의 1이 되어도 37.5mg이나 된다. 녹차 한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보다 많은 양이며, 신진대사에 충분히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이다.
아래 그림은 1995년 NASA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다. 각종 약물을 투입받은 거미가 만든 거미집을 비교한 그림이다. 카페인은 마리화나나 LSD보다도 더 강력하게 거미의 능력을 망가뜨렸다.
https://www.thesun.co.uk/tech/6818187/nasa-spider-webs-drugs-lsd-marijuana/
절대 끊을 수 없는 단 한 개의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내게 그것은 커피다. 그러나 정신 기능과 신체 기능을 100% 활용하며 살고 싶은, 쉽게 말해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망은 커피에 대한 나의 사랑에 앞서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저녁 커피를 끊었고, 그 대가로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질 좋은 잠을 잘 수 있었다.
현재 나는 오후 2시 이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저녁 디저트로 다크 초콜릿이나 녹차를 즐기기도 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 카페인 섭취가 제로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 최대의 카페인 섭취 루트는 커피다. 이 정도만으로도 잠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시험 삼아 한번 해보고 나서 결정해도 되는 일이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일단 해보자. 저녁 커피를 끊어도 잠의 질이 그대로라면, 다시 되돌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