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으로 갓생 살기 - 스스로 판단하기 (2) 알루미늄
알루미늄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알루미늄은 지구에 가장 흔한 금속이다. 워낙 흔한 금속이라서 그런지, 인체는 알루미늄을 상당히 빠르게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그러나 배출시키는 과정에서 신장에 부담을 준다. 여기까지는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뇌가 알루미늄 범벅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흔히 말하듯, 상관관계와 인과 관계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까지는 알루미늄 축적이라는 현상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인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유발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제3의 원인에 의해 함께 발생하는 현상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모르니까 괜찮다는 태도가 과연 괜찮은 전략일까?
많은 사람에게 알츠하이머병은 그 어떤 질병보다도 두렵다. 자아를 잃어가며 죽는 병이다. 확률이 낮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임팩트가 크다면, 두 값을 곱해 구하는 기댓값은 클 수 있다. 아니, 확률이 낮은지조차 아직 모른다. 위험에 조심하는 태도는 우리가 진화 적응을 통해 얻은 핵심 특징 중 하나다. 너무 복잡한 세상이라서,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본성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정은 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17년 동안 캡슐 커피를 마셔 왔다. 알루미늄이 걱정되어 플라스틱 캡슐로 바꿔볼까 생각해봤지만, 플라스틱이 더 유해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15기압으로 뜨거운 물을 밀어낸다. 상상을 아무리 다시 해도, 플라스틱 원샷이라는 이미지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알루미늄 캡슐을 유지하되, 집보다는 바깥에서 더 자주 커피를 마시는 쪽으로 작은 변화를 주었다. 일반적으로 외식은 집밥보다 위험하지만, 커피의 경우 원재료가 워낙 분명해서 큰 차이가 없기도 해서다.
커피에 관한 이 작은 결정은 로랑 슈발리에의 책을 읽고 생각 끝에 내린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새로운 뉴스를 접하고 나니, 이 결정에 대한 지지 논거가 하나 더 늘어난 상황이다.
<참고> 2020년 6월에 발표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알루미늄 캡슐 커피로 만든 커피에서 용출되는 알루미늄 양이 일반 커피와 비교해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알루미늄은 워낙 흔한 원소라서 자연계에 많이 존재하고, 당연히 커피를 포함한 모든 식품에 조금씩 섞여 있다. 실험에서는 일반 커피와 알루미늄 캡슐 커피를 추출하여 알루미늄 함량을 비교했고, 캡슐 커피가 일반 커피에 비해 알루미늄 함량이 전혀 높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가장 알루미늄이 많이 용출된 경우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모카 팟을 사용한 경우다. 알루미늄을 챙겨 먹고 싶다면 이 방법이 좋아 보인다. https://pubs.acs.org/doi/10.1021/acsomega.0c01410
정보 홍수 사태에 살아남기
정보가 폭발하는 세상이다. 인류가 최근 1년 동안 생산하는 정보량은, 그 1년을 제외한 역사 전체의 기간 동안 생산한 정보량보다 많다. 앞으로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며, 오히려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인류가 쏟아내는 정보량에 비하면 그야말로 미세 플라스틱만큼이나 미미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뉴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롤프 도벨리는 <뉴스 다이어트>라는 책에서 뉴스를 아예 끊으라고 조언한다. 정말 중요한 뉴스라면 누군가가 내게 그 뉴스를 전해줄 것이니 걱정 말고 뉴스를 끊으라고 그는 단언한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휴먼카인드>에서 다른 전략을 제시한다. 단편적인 기사는 멀리하되, 분석 기사를 구해 읽으라는 것이다.
뉴스가 아니더라도 당신의 삶은 이미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당신의 인생에 아무런 유익함이 없는 인위적인 스트레스는 이제 내려놓고 뉴스 끊기에 동참하자. (롤프 도벨리, <뉴스 다이어트>, 192쪽)
<호모 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이제 인간이 "정보 처리 기계"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없는 것처럼, 폭발해 튀어 오는 정보 파편들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방법 역시 없다. 뉴스를 끊으라는 롤프 도벨리조차, 중요한 뉴스라면 어떻게든 내게 도달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사피엔스가 정보 처리 기계로 진화한 지금, 정보 처리에 관해 최소한의 생각, 나만의 방침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정보에 대해 능동적인 태도를 갖자. 무방비 상태에서 정보에 노출되어 지내다 보면 은연중에 남의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상황이 닥친다. <가짜 뉴스>라는 멋진 이름으로 거짓말이 부끄러움 없이 돌아다니는 세상이다. 정보 홍수에 그냥 몸을 맡기는 일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위험하다.
정보의 편향성을 극복하려면 찬반 양쪽 의견을 일부러 찾아 보고, 출처와 근거를 알아보는 수고를 들이는 일이 필요하다.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일은 자제하자. 알고리즘이 당신을 한쪽 끝으로 몰고 갈 것이다. 뉴스 포털을 이용한다면, 가끔 로그인을 풀어 맞춤 뉴스가 아닌 뉴스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유튜브에 이런 버튼이 있지만, 눌러 보면 평소에 보이던 것만 보이는 느낌이다.)
정보를 흡수하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다. 새 제품을 사면서 포털 사이트에서 추천 제품 목록을 검색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좋은 책들
로랑 슈발리에, <우리는 어떻게 화학물질에 중독되는가>
롤프 도벨리, <뉴스 다이어트>
미치코 가쿠타니,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칼 뉴포트, <디지털 미니멀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