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으로 갓생 살기 - 위생 상식
손 씻기
상식이지만 의외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손 씻기가 있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손 씻기가 많이 확산된 모습이다. 그러나 나는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손을 씻지 않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았고, 요즘에도 보고 있다.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어야 한다는 상식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어떤 대기업에서 개인 위생용품을 총괄하는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런데 비누와 샴푸를 만들어 파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지 않고 나가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당시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 중이어서 버스나 지하철에 손을 씻자는 포스터가 도배되어 있었는데도 그랬다. 한국도 아니고 캐나다였지만, 다를 게 없었다.
코로나-19가 폭풍처럼 지나간 다음이지만, 여전히 나는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요즘도 화장실에서 손을 씻지 않고 나가는 사람을 하루에 한 명씩은 본다.
손 씻기의 핵심은 비누 거품과 15초다. 우선, 15초는 생각보다 길다. 30초 정도 씻는 것이 더 좋기는 하지만, 15초도 지키기 어려우므로 작은 목표를 정하고 달성률을 높이는 <사소한 목표> 전략을 여기에서도 활용하자.
많은 사람들이 비누를 손에 덜자마자 흐르는 물에 손을 가져다 댄다. 의식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비누를 묻히는 것이 달성해야 하는 조건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달성해야 하는 조건은 비누를 묻히는 것이 아니라 비누 거품이 발생하는 것이다.
계면활성제는 친수성 꼬리와 소수성 꼬리로 이루어져 있다. 소수성 꼬리 쪽에 손에 묻은 것들을 달라붙게 한 뒤, 친수성 고리에 낚여 온 물과 함께 떨구는 것이 비누로 씻는 이유다. 계면활성제 친구에게 일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일이 어느 정도 되었다는 증거를 우리는 거품이라는 현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거품이 나기 전에 물로 씻어 낸다면, 조금 전에 손에 뭍은 비누라는 물질을 씻어내는 데 그친다. 우리가 손을 씻는 이유가 그건 아니지 않을까.
손가락 사이사이도 씻고, 엄지손가락, 손등, 손바닥, 손톱도 꼼꼼하게 씻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거품과 15초라는 두 개의 퀘스트라도 깨는 것으로 목표를 잡아보자. 손 씻기의 마에스트로가 되고 싶다면 아래 링크에서 그 비법을 익힐 수 있다.
화장실
많은 감염병이 화장실에서 시작한다. 황건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 세계사>를 보면,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사망자의 대부분은 감염병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위생 환경이 문제였는데, 야영지에 화장실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데서나 일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취사병이 위생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음식을 통한 집단 감염도 많았다. 화장실과 부엌을 분리하는 것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지만, 배관 편리성 때문인지 대개의 아파트 도면에서 화장실과 부엌은 벽을 사이에 두고 딱 붙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말이 날아가는 거리가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재채기로 인한 비말의 순간 속도가 시속 300km에 달한다고 하니 과연 대단하기는 하지만, 비말만 멀리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콜로라도 대학교 실험 결과에 따르면, 변기에서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비말 역시 초속 2미터의 속도로 날아오르며, 작은 비말은 수 분간 공기 중을 떠도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1209047900009
화장실 변기 뚜껑은 닫은 상태로 유지하고, 사용 후에는 뚜껑을 덮고 나서 플러시를 하도록 하자. 습관이 되면 하나도 귀찮지 않다.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팔을 다쳐 오른손을 거의 못 쓰는 상황이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변기 뚜껑을 닫는다. 그야말로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건과 칫솔을 화장실에 두는 것도 좋지 않다. 화장실은 습한 공간이다. 세균 번식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란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변기 뚜껑을 닫지 않고 물을 내리는 화장실이라면 대장균 입장에서 금상첨화다. 그야말로 대번식의 황금시대를 구가할 기회다.
핵방공호에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외선 칫솔 살균기는 필요 없다. 햇볕에 잠깐 쬐기만 하면 칫솔 살균 문제는 해결된다. 수건 역시 가끔 완전히 건조된 상태가 되어야 세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화장실 말고 해 나는 거실에 걸어 두자.
세균전
다시 말하지만, 세균 번식에는 습기와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다. 칫솔과 수건이 아니더라도, 이 생각을 확장하면 세균 번식을 막을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컨대 빨래를 밀폐형 빨래 바구니에 모으는 것은 아주 좋지 않은 생각이다. 공기가 잘 통하는 바구니에서 충분히 건조될 수 있도록 모아야 한다.
생각을 확장시켜 보자. 빨래에 있던 세균은 어디로 갈까? 세탁이 끝나면 세탁기의 세균도 전멸할까?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빨래가 끝난 세탁기는 뚜껑을 열어 건조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세균은 물론 곰팡이의 창궐도 막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세탁기를 청소하는 것도 좋겠지만, 애초에 세탁기가 오염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 휴대폰 화면 등 화장실 변기와 대장균 수를 두고 자웅을 겨루는 물건들이 있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청소해 주면 좋은 물건들이다. 세균을 퍼뜨리는 데 있어 우리 손을 따라갈 자는 없다.
손이 자주 닿는 곳이라면 세균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해서 틀릴 일이 없다. 각종 손잡이, 각종 버튼, 터치스크린을 자주 청소해 줘야 하는 이유다. 청소는 마음도 가볍게 하니,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는 자리 주변 청소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