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넷을 처치하고 2레벨이 된 이준기.
레벨업 스탯 보너스 5포인트는 또 민첩성에 투자하고, 마나 책을 한 권 더 골랐다.
같은 방식으로 2인 1조의 고블린 추적꾼 무리 둘을 더 사냥했다.
한 무리만 더 잡으면 레벨업이지만, 맵 전체에 이제 고블린은 없다.
이제 코볼드 무리를 사냥해야 한다.
코볼드는 티어 1 몬스터로 고블린보다 약하다.
그러나 5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고, 리더인 코볼드 코만도는 불화살이라는 꽤 좋은 무기를 사용한다.
저레벨 시절 코볼드 코만도의 불화살에 맞고 나면, 꿈에 고블린이나 오크 대신 코볼드가 나온다.
불에 타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코볼드 무리 하나를 처리하면 레벨 3이 된다.
현재 가진 것은 마나의 책 두 권이다.
마나 책 두 권으로 사용 가능한 기본 스킬은 마나 미사일(Mana Missiles)이다.
- 마나 미사일. 마나 책 2권 소요. 사정거리 50미터. 마나 에너지를 응축한 발사체 다섯 개를 연쇄적으로 발사합니다. 채널링이 필요하며, 5초 동안 매초 1개의 발사체가 발사됩니다. 적중할 때마다 피해가 증가합니다.
레벨 2에, 강인함 10, 민첩성 30이라면 치명타율은 17.7%.
여섯 번에 한 번은 치명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 목숨을 가지고 도박을 할 수는 없다.
코볼드 순찰대는 두 종류가 있다.
전원이 활로 무장한 경우와 코만도 혼자만 활로 무장한 경우다.
초심자라면 구별하지 못하지만, 이준기는 구별할 수 있다.
잠깐의 정찰을 통해, 코만도 하나와 근접 보병 넷으로 구성된 순찰대를 찾았다.
우선, 코만도가 아닌 녀석을 상대로 먼 거리에서 화살을 쏘았다.
치명타가 터진다면, 화살 한 발로 코볼드 한 마리를 처리할 수 있다.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화살을 맞은 녀석이 절뚝거리는 사이, 근접 보병 셋이 소리를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코볼드 코만도는 활에 불화살을 매겼다.
'저걸 맞으면, 엄청 아프겠지. 하지만.'
이준기는 수풀 사이에서 일어서서 코볼드 코만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마나 미사일!"
1초에 한 개씩, 푸른색의 짧고 굵은 막대 모양의 빛 덩어리 다섯 개가 빠른 속도로 숲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 3.
- 4.
- 6. 치명타!
- 8.
- 9.
불화살을 장전하려던 코볼드 코만도는 마나 미사일에 맞으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졌다.
코만도는 일반 코볼드에 비해 체력이 두 배나 되는 엘리트 몬스터(Elite Monster)다.
하지만, 마나 미사일 한 세트는 엘리트급이라 해도 코볼드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
보병 셋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이준기는 숏 소드를 반 바퀴 돌려 적을 밀어냈다.
코볼드를 밀어내는 느낌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80 레벨 탱커의 마음이지만, 몸은 2레벨 초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준기는 키가 작은 코볼드의 신체 특징을 적극 활용했다.
셋 중 하나를 발로 차서 쓰러뜨리고, 남은 둘을 상대로 무빙탱.
무빙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코볼드 보병들이 하나둘 쓰러져갔다.
***
코볼드 무리를 잡고 3레벨을 달성했다.
엘리트 첫 킬에 대한 업적 보너스까지, 모두 10포인트를 또다시 민첩성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독서 취향은 조금 바꾸었다.
어둠의 책을 골랐다.
어둠의 책 1권과 마나의 책 1권으로 발동할 수 있는 기본 스킬, 되먹임(Feedback).
- 피드백. 어둠의 책 1권과 마나의 책 1권 소모. 적이 시전하려는 스킬을 무효화하고, 해당 스킬 시전에 소모된 책으로 시전 가능한 스킬 하나가 랜덤하게 선택되어 적을 향해 시전됩니다.
설명만 보면 엄청 좋아 보이지만, 기본 스킬이 대개 그렇듯 이 스킬도 저레벨 때에나 쓸 만하다.
20레벨만 넘어가도 저항하는 몬스터가 많으며, 40레벨을 넘어가면 사실상 사장되는 기술이다.
어둠의 책은 어차피 나중에 필요하게 되니, 미리 쟁여놓으면서 저 레벨에 유용한 기술도 하나 확보한 셈이다.
코볼드 코만도가 쓰러진 자리에서 이준기는 불화살을 챙겼다.
모두 3개다.
하나도 쏘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3 레벨이 되었고, 민첩성이 40, 그리고 불화살 세 개가 있다.
거기에 80렙 회귀자의 기억까지 가지고 있다.
이제 레벨업이 아니라 던전 클리어에 착수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맵은 수풀이 우거진 평지이고, 가운데에는 동그란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보스 몬스터인 부두 술법사는 분명 그 호수 한가운데에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쇳돌을 사용해서 위장을 해제하지 않는 한, 접근은커녕 보이지도 않는다.
'열쇳돌은 엘리트 몬스터들 중 하나가 가지고 있다. 코볼드 코만도, 또는 오크 경비병.'
이미 맵 전체를 확인했다.
오크 경비병 하나가 남쪽 산 아래 길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았다.
오크 경비병은 희귀 몬스터다.
이 포맷 던전에서 약 30%의 확률로 등장하며, 등장할 경우 열쇳돌은 놈이 가지고 있다.
오크는 티어3 몬스터다.
게다가 경비병은 엘리트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희귀몹은 100% 레어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드랍한다.
첫 던전에서 만난 행운, 그대로 놓아 보낼 수는 없다.
***
공기를 태우는 소리를 내뿜으며, 불화살이 날아갔다.
날아오는 화살 소리에 반응한 오크 경비병이 왼팔을 들어 화살을 막았다.
굵은 팔뚝에 불타는 화살이 박혔다.
"허?"
오크 경비병은 우습다는 듯, 오른손으로 왼 팔뚝의 화살을 뽑았다.
그리고 간지럽다는 듯, 불화살 맞은 자리를 손가락으로 눌러 비볐다.
오크 경비병이 이준기를 향해 달려왔다.
아직 6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
이준기는 차분하게 또 하나의 불화살을 날렸다.
퍽.
허벅지에 화살을 맞은 오크 경비병이 뜀박질을 멈추었다.
허벅지에서 화살을 뽑았다.
아직은 화가 나지 않은 모양이다.
다시 이준기를 향해 달리는 오크 경비병을 향해 세 번째 불화살이 날아갔다.
또다시 허벅지.
오크 경비병이 땅바닥에 굴렀다.
둘 사이의 거리는 이제 10미터 안팎.
이준기는 뒷걸음질 치며 오크를 향해 왼팔을 내밀었다.
"부패(Decay)!"
- 부패. 5초에 걸쳐 주기적으로 암흑 대미지를 입힙니다. 숙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체 대미지가 증가하고 대미지 주기가 빨라집니다.
1초.
2초.
"크워엉!"
눈동자가 붉은빛으로 변한 오크 경비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준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대미지를 입을 때마다, 오크 족은 일정 확률로 광란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
허벅지의 불화살, 그리고 부패 스킬에 의한 지속 대미지가 광란 스위치를 켠 것이다.
공격력이 50% 증가하지만, 방어력이 20% 감소한다.
게다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공격에 올인한다.
유리 대포라 할 수 있다.
허벅지에 박힌 화살에 신경도 쓰지 않고, 오크 경비병은 이준기를 향해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3 레벨, 민첩성 40.
회피율 20.2%.
이준기는 근접 회피율에 기대지 않고 몸을 뒤로 뺐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 수는 없다.
허공을 가른 거대한 도끼가 회전했다.
그 무게에 이끌려, 오크 경비병이 무게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오크 경비병이 등을 보이는 순간.
아이스픽 그립(icepick grip)으로 쥔 이준기의 숏 소드가 달려들었다.
오두막에서 공짜로 지급되는 숏 소드로, 엘리트 등급의 오크에게 피해를 입히려면 어쩔 수 없다.
숏 소드가 오크의 등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그러나 날이 부러졌다.
틈을 주지 않았다.
"마나 폭발!"
불화살 대미지, 부패의 지속 대미지, 그리고 검이 부러지며 입힌 조금 전의 대미지.
마나 폭발 대미지의 20% 이상을 저항했을 엘리트 등급의 오크.
광란 상태에 돌입하여 저항력이 약해진 탓에 마나 폭발 대미지를 거의 그대로 받는다.
- 마나 폭발로 59의 대미지를 입혔습니다.
5% 정도 저항했군. 만족한다.
"마나 폭발!"
오크 경비병이 돌아서기 전에, 이준기는 남은 마나 책 한 권을 폭발시켰다.
- 마나 폭발로 104의 대미지를 입혔습니다.
오크 경비병이 피떡이 되었다.
오버킬이라니.
이준기는 피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뒷걸음질 쳤다.
처음 이런 장면을 본다면, 끔찍하겠지.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오크라면, 아마 수천 마리를 죽였을 것이다.
-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광란 오크 제압.
- 업적 보상: 오크 분쇄자의 검.
- 오크 분쇄자의 검: 숏 소드. 오크에게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그래. 누구나 언젠가는 달성하는 이 업적.'
그러나 3레벨에 달성한 것은 이준기가 처음일 것이다.
***
광란 오크 제압.
광란 상태에 돌입한 오크에게 막타를 날리면 달성되는 업적이다.
오크 족이라면 누구나 대미지를 입을 때마다 광란 상태에 돌입할 확률을 가진다.
게다가 오크는 가장 흔하게 상대하는 몬스터다.
누구나, 언젠가는 달성할 수밖에 없는 업적이다.
이 업적을 달성하고 얻는 보상은 겨우 숏 소드다.
오크에게 추가 피해를 입힌다고 되어 있지만, 추가 피해는 미미하다.
일반적으로 이 업적을 달성하는 10레벨 중후반이라면, 이 무기보다는 나은 무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업적 수집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러나, 지금 이준기에게 이 무기는 각별하다.
던전 입구 오두막에서 주워 쓸 수 있는 공짜 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무기다.
적어도, 조금 전처럼 엘리트 등급 오크에게 휘둘러 깨질 염려는 없다.
아직 룻이 끝나지 않았다.
희귀 몬스터를 처리했으니, 레어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보물 상자를 마주하자, 이준기는 마치 크리스마스라도 맞은 느낌이었다.
- 전리품을 획득했습니다.
- 마력 저항의 펜던트.
- 장신구. 에픽 등급.
- 착용 효과: 원소 저항 +5%p
- 사용 효과: 7 개 영역 중 하나를 골라 원소 저항을 1시간 동안 25%p 만큼 증가시킵니다. 또한, 선택한 원소 계열의 첫 번째 공격을 무효화합니다. 사용할 때마다 아이템이 영구히 파괴될 가능성이 10% 존재합니다.
레어 등급만 해도 감사한데, 에픽 등급 아이템이 떨어졌다.
이준기의 레벨이 워낙 낮아 보상 등급이 조정된 것이다.
이준기는 마지막으로 열쇳돌을 챙겼다.
- 열쇳돌.
- 보유 효과: 은둔자의 오두막을 볼 수 있습니다.
- 사용 효과: 은둔자의 오두막 주변의 마법 결계를 걷어내 접근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준기는 열쇳돌을 쥔 채, 호수 쪽을 바라보았다.
호숫가 한쪽으로, 거대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두 술법사의 '오두막'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