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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03. 2018

<도깨비>를 한마디로 평하자면?

[서평/요약] 임정섭, <글쓰기 훈련소>

'포인트 글쓰기'를 주장하는 책. 포인트를 잡아서 글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어쩐지 그 기본을 망각한 글을 자주 본다. (물론 내가 그런 글을 쓰기도 하고.) 글쓰기는 배경+내용+의견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배경을 강조하는 글쓰기는 솔직히 처음 봤다. 글에서 배경은 보통 넘치는 쪽이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배경, 즉 맥락이 생략되어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글 역시 많이 본다.

글쓰기를 빨리 하려면 단문쓰기를 해야 하고, 빨리 쓰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글을 쓸 때 데드라인, 즉 시간을 정해서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71쪽)

포인트 글쓰기는 P-O-I-N-T, 즉 포인트(Point), 아웃라인(Outline), 배경 정보(Information), 뉴스(News), 생각(Thought)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기에 서론과 결론을 포함하면 7단계가 된다. 서평은 원고지 9장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이 저자의 기준이다. 7단계라면 원고지 9장 정도는 쉽게 채우리라.

원고지 9장 분량은 생각보다 적다. 콤팩트한 글쓰기 역시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포인트 글쓰기니까, 포인트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포인트란 별 거 없다. 그냥 우리가 대화할 때 이야기에 포인트 있네 없네 할 때 그 포인트다. 그걸 말로 설명하려니 길어진다.

포인트의 정의
1) 글을 쓰려는 대상에서 발견한 특이한 점
2) 주제를 가리키는 표지판 혹은 주제와 연결되는 버튼(때론 주제를 잡는 모티브)
3) 뉴스
4) 관점 혹은 초점 (85쪽)


이어서 저자는 상황에 따라 무엇이 포인트가 될 수 있는지를 지리하게 설명한다. 근원적인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내 생각에 포인트는 포인트다. 간단히 말해, 하고 싶은 말, 그러니까 주제다. 예를 들면, 드라마 <도깨비>에 대한 감상평을 아래와 같이 한 문장으로 포인트를 잡을 수 있겠다.


"드라마 <도깨비>는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고도의 풍자다."

개인적으로 <도깨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멋있는 장면인데, 뜬금 없기는 어쩔 수 없다. © TvN



글쓰는 연습으로 요약만한 것이 없다. 작가 유시민도 발췌, 요약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저자 역시 요약 연습을 권한다.

요약을 잘하는 두 번째 방법은 원문을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다. 글을 A4용지 한 장 정도로 압축한 뒤 그 분량을 절반씩 줄인다. 즉 A4 반 장, 세 단락, 한 단락, 한 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중략) 요약의 대상은 짧은 동화나 이야기, 혹은 신문 기사로 하면 무난하다. (122쪽)

묘사 역시 작가 유시민이 소싯적에 틈만 나면 했다는 글쓰기 연습법이다. 저자는 묘사를 단계별로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정물, 풍경, 영상 순으로 연습해 나간다.

학생 운동 할 당시, 작가 유시민은 사람을 기다리면서 눈에 보이는 이것저것을 묘사하고는 했다고 한다.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조언 역시 어느 글쓰기 책에도 나온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 직선적으로 주장을 내던지는 방법, 인용, 질문, 또는 요약으로 시작하는 방법, 그리고 영화, 책 이야기나 개인적 경험으로 글을 여는 방법이 있다. 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방법이 강력하면서도 비교적 쉽다고 본다.

책 4부에는 '글쓰기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글쓰기에 있어 피해야 할 것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렇다. 처음부터 경계해야 할 대상이 '것', '들'이다. 주어든 서술어든 다른 요소이든, 한 문장에서 같은 표현이 두 번 등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과도한 수사 또한 거듭해서 나타나는 병증이다.

제 5부는 실전 글쓰기란 제목으로 서평, 리뷰, 그리고 비즈니스 글쓰기에 관해 다루고 있다. 좋은 서평이라면 네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한다.

좋은 서평의 조건은 첫째, 쉽게 읽혀야 한다. 둘째, 책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254쪽)

"그래서? 그 책 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서평은 책에 대한 평가라는 결론을 포함해야 한다. 분명한 평가가 빠졌다면, 무책임한 서평이거나 그냥 감상문일 뿐이다.



서평 역시 상품이다.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주목을 끌 만한 표현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2005년 나온 <삼성 신입사원>이라는 책에 관한 서평에서 삼성맨이 되려면 미감유창을 갖춰야 한다고 썼다. 미감유창은 '아름답고 감성적이고 유연하고 창의적임'이라는 뜻으로 그냥 한자 넷을 붙여쓴 것으로, 사자성어도 없고 그냥 저자가 만든 말이다. 그런데 그 해의 4자 성어로 미감유창이 뽑혔다고 한다. 대단한 성과다.

나는 TV를 별로 안 보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TV도 좀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TV 리뷰가 글쓰기 연습에 좋다면서 다섯 가지 장점을 들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다. 원전을 파악하는 데 책보다 시간이 덜 걸리고, 다양한 장르에, 포인트 잡기 연습에도 좋다. 무엇보다 '생생한 묘사' 연습에 좋다는 주장이 마음에 든다. 앞서 말한 묘사의 3단계에서 영상 묘사는 최상위에 있다. TV 리뷰는 묘사 연습의 최종 단계인 셈이다.

비판글을 쓰려면 근거를 최소한 세 가지는 대라는 충고도 흥미롭다. 비판은 공격이다. 남을 공격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는 근거를 가지고 임하라는 충고다.

메일을 주고 받다 보면, 어떤 분들은 메일에 꼬리말이 달려 있다. 처음에는 지나쳐도, 계속 보다 보면 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된다. 저자는 그래서 멋진 문구를 메일 꼬리말로 써보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거래처 직원으로부터 받은 메일 꼬리말 중에 사례로 든 것들은 다음과 같다.


메일에 꼬리말을 달아 보자



후회가 꿈을 앞서는 순간부터 인간은 늙는다. - EBS 방송작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교보문고 직원
당신과 신나게 일하고 싶습니다! - 네이버 직원 (299쪽)

책은 언제나 스승이 되어 준다. 이 책이 글쓰기 관련 최고의 책은 아닐지 몰라도, 누구라도 이 책에서 무언가 한 두 가지는 배워갈 수 있다. '미감유창'이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한 번쯤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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