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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03. 2018

내 마음에 귀 기울이기

[서평/제안] 변지영,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내 심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 감정입니다. (123쪽)

그렇다. 이 얼마나 강력한 자기 모니터링 장치인가. 그런데 현대인들의 모니터링 장치는 과부하로 고장 나 있다. 너무 많은, 그리고 대개 부정적인 감정들이 몰아쳐서, 계기판이 고장 난 거다. 수많은 감정들이 뭉쳐 있는 그 실타래를 풀고, 계기판을 고치는 일은 나 스스로 해야 한다.

미국 인지심리학자 제럴드 클로어와 캐런 개스퍼에 따르면, 원인이 분명히 확정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일수록 더 오래 간다고 한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우선 어떤 감정이 내 안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서분별(emotion differentiation)이 필요하다.

저자가 가르쳐주는 정서분별의 여섯 단계를 알아보자.

1. 몸 전체에 주의 기울이기. 몸 어느 곳이 긴장되는지, 어디가 아픈지 집중해 본다. 심장이 빨리 뛰거나 체한 것처럼 뱃속이 거북하다든가 하는 느낌을 적어본다.

2. 긴장된 몸의 부위를 파악했다면, 그 부위의 구체적 감각에 집중한다. 따끔따끔하거나 쓰라린 느낌에 주의를 집중해 본다.

3. 해당 부위의 느낌에 이름을 붙인다. 배신감, 분노처럼 한 단어일 수도 있고, '화와 분노가 반반' 또는 '네모난 회색 외로움'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다.

4. 그 느낌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맥락을 파악한다. 어째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가? 하지 못한 말에 대한 후회인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그런가?

5. 소망 알기. 그 느낌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내던지고 싶다든가, 그 사람이 나를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든가.

6. 행위 선택.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늘어놓고 보아야 전체적인 그림도 보이고, 구체적으로 실천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또는 무작정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내 몸 어디에 어떤 느낌이 있는지,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면 어떤 것인지, 왜 그런 느낌이 생겼는지, 그 느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면 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 '감정일기 쓰기'다. 대개 우리들은 감정에 대해 뭉뚱그려 생각한다. 막연히 우울하다든가, 불안하다든가, 화가 날 뿐이다. 정확히 어떤 감정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지 알아야, 그 감정의 원인을 살펴보고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꾸준하게 감정일기를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세 번, 아주 짤막하게 감정일기를 써보자. 그냥 솔직하게, 아래 사례처럼 쓰면 된다.

아침 - 회사에 가기 싫은 마음이 든다. 이유 없이 몸이 무겁다.
낮 - 다 귀찮다. 아무 말도 하기 싫다.
저녁 - 내 마음, 내 사정을 정확히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매우 답답하다. 왜 나한테 짜증이야? 내가 만만한가? (108쪽)


요즘 내가 심리학책을 들춰보는 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요즘엔 아침에 명상할 여유도 없다고 느끼며 산다. 책을 펼쳐보니 심리검사 문항 같은 것들이 많이 보였다. 그냥 좋은 말 몇 마디 듣는 것보다 뭔가 나 자신을 검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을 집었다.

막연한 기분에 짓눌려 있는 느낌, 그걸 하나씩 이해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내 감정 알기. 이것만 제대로 해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부터 감정일기를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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