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듣던 대로, 문장이 유려하다. 그러나 지루하다. 5점 만점을 매겼으나, 카를로 로벨리나 프리모 레비의 5점도 아니고, <나는 메트로폴리탄 경비원입니다>의 5점도 아니다. 3월에 읽었던 김초엽의 소설, <파견자들>의 5점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충무공은 정말 최고다. (너무 완벽해서 비현실적이지.)
<사는 게 뭐라고>
일본의 유명(?) 작가 사노 요코의 수필집. 한류가 왜 그렇게 인기 있었는지에 관한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이 나오는데, 무려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몇 만 엔이면 욘사마를 언제든지 볼 수 있어 DVD에 평생 모은 돈을 다 날렸다고 한다.
나는 한국 드라마에 재산을 탕진했다. 남들 눈에는 경솔해 보일지라도 사실 소심한 나는 무언가에 재산을 탕진한 적이 없었다. 명품에 미친 적도 없고 맛집을 찾아다닌 적도 없다. 여행도 귀찮아했고 남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지도 않았다. 영화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봤다. 하지만 <겨울연가> DVD를 손에 넣은 이후로 욘사마가 우리 집에 있다는 안도감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DVD를 박스째 사들이기 시작했다. (100쪽)
나치 수준의 사고방식을 가진 작가의 사촌 언니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일본의 우경화, 특히 소위 <정상국가화>라는 아름다운 명칭으로 부르는 재무장을 왜 막아야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뉴스에서 덴노가 뭘 처먹었는지 이야기할 때 최상급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신병자인데, 아마도 머릿속에 우동이 들어 있는 듯.
다행히도, 작가는 이 <사촌 언니>와 평생 의절과 화해를 반복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냥 의절로 끝냈어야지.)
아들한테 “모건 프리먼은 맨날 좋은 사람 역할로 나오네”라고 말했더니 “저 녀석이 악당 역이면 정말로 무섭다고. 저런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정답입니다. (186쪽)
- <원티드>가 나오기 전인가 보다. <원티드>에서 모건 프리먼은 지적인 스타일의 악당이라 무섭지 않은 건가?
<죽는 게 뭐라고>
아마도 전작의 히트에 따라 출판사에서 강행한 후속편이 아닐까. 전작보다 훨씬 못한 것은 물론이고, 급조한 티가 난다.
굳이 이 책의 의미를 찾는다면, 전작에 이어 이 책에서도 일본에 창궐하는 나치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정도일까.
<최현우의 마법 타로>
드디어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번 읽은 책에 비해, 좀 더 전통적인 해석에 충실하다. 카드마다 10점 만점으로 평점이 매겨져 있는 점도 좋다. 오늘 뽑은 카드가 한마디로 얼마나 좋은 카드인지 알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가.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범죄자를 옹호하는 몇몇 장면이 좀 꺼려지지만 (예컨대 어떤 마약상은 지금까지 착하게 살아왔다고, 폭력 전과 몇 개밖에 없다고 한다...) 마약에 관한, 아니, 마약하는 사람들에 관한 궁금증을 많이 풀어준다. 무엇보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아주 제대로 심어준다. (마약 = 인생퇴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