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인간의 모든 죽음>
죽음에 관한 백과사전. 존재론적 차원에서 죽음의 의미에서 시작하여, 연령별, 원인별 죽음에 관한 의학적 설명, 죽음과 관련한 사회, 문화적 요소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심리적 접근과 실제적인 준비까지 포괄적으로, 짧지만(496쪽...)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 퇴계 이황도 시묘살이를 비판했는데, 그럼에도 사대부 사이에서 풍속으로 널리 행해졌다. (322쪽)
- 식물인간 상태의 인간은 지금까지 인식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왔는데, 이는 환자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뇌 영상 등 현대적 의료 장비를 동원해 연구한 결과 이들에게 지각력(sentience)이나 인식 능력이 있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249쪽)
- 임종을 앞둔 환자가 느끼는 시간감각은 간병인의 시간감각과 다르다. 단 1분간의 기다림도 엄청난 상실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234쪽)
- 환자와 논리적 대화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간병인은 환자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대신, 환자의 손을 만지면서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와 같은 말을 해주는 것이 좋다. 환자의 의식이 왔다 갔다 하거나 혹은 아예 의식불명 상태일지라도 듣고 느낄 수는 있기 때문이다. (235쪽)
- 임종이 다가오면 환자는 간병인에게 서운함을 내비치는 일이 많다. 죽음이란 누구와도 같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병 일만으로도 힘겨운데 환자에게 싸늘한 반응을 받게 되는 상태에까지 이르면 간병인은 또 다른 역경을 넘어야 한다. (208쪽)
- 미국인을 대상으로 생애 마지막에 어느 정도 간병이 필요한가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결국 마지막 2년 동안은 타인의 간병 도움을 받아야 한다. (203쪽)
- 자살자의 절대적 수는 노인이 훨씬 많지만, 상대적 비율은 10~30대에서 가장 높다. (173쪽)
- 우리나라에서 모성사망이 더 이상 줄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임산부의 연령이 높기 때문이다. (146쪽)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신체손상(신체장애), 피부질환(건선), 뇌전증(간질) 등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자살 위험성이 높다. 만성피부질환인 건선 환자는 자살위험도가 일반인의 16배이며, 신체 여러 곳에 손상이 있는 사람은 11배, 뇌전증 환자, 특히 여성 환자는 20배나 높다. 암 환자도 일반인에 비해 자살 시도가 3배 정도 높으며, 폐결핵 환자는 13배나 높다. (133쪽)
- 발암원은 고무 공장, 도색 공장, 철공장 등에 많다. (98쪽)
- 모든 암이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며 증상이 없는 암도 많고, 또 모든 암이 치명적인 것도 아니다. 암의 70%는 완치가 된다. (98쪽)
- 세계보건기구는 사망진단서에 기록되는 사망 원인으로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심장기능상실) 등과 같이 사망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상을 적지 말도록 권유했다. 이는 사망의 기전(mechanism)에 해당하는 것으로, ‘숨이 멈추는 것’이나 ‘심장이 정지하는 것’은 죽는 과정에서 항상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실혈사’도 마찬가지다. 출혈을 많이 해서 죽었다는 것인데, 그게 아니라 출혈 원인을 사망 원인으로 기록해야 한다. 복부를 칼에 찔려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면 사인은 복부자창이 되고, 대동맥류가 터져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면 사망 원인은 대동맥류파열이 된다. 사망 원인은 ‘왜 죽었느냐?’에 대한 대답이어야 하기에 노화도 사망 원인에서 배제된다. 노화는 거의 모든 종류의 질환을 초래하는 근본 요인이기 때문에 노화로 초래되는 특정 질병을 기록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고령의 노인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 사망 원인을 노쇠라고 기록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지만, 원칙적으로 의사는 과거 병력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또 손상은 없는지 검안을 실시한 후 적절한 사망 원인을 기록해야 한다. (48쪽)
- 퀴블러-로스는 죽음의 과정을 연구한 사람답지 않게 자신의 비참함을 드러내고 독설로 신을 비판하면서 힘겨운 9년을 살다가 죽었다. (25쪽)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일터에서 죽지 않을 권리"(제8장)에 관해 많이 배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영국의 <기업살인법>이 모델이다. 관련된 사람의 행위 책임을 묻는 대신, 그런 사고를 야기한 시스템의 "구조적 책임"을 묻는 것이 취지다.
- 세계적으로 어떤 작업을 외주 주지 못하게 아예 금지한 해외 입법 사례는 찾기 어렵다. 관련 단체도 도급을 법으로 ‘금지’하기까지 해야 할 위험업무의 목록을 만들다 포기했다. 김용균법은 위험 업무를 도급 주는 건 금지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사내하청에서 사고가 나면 원청에 책임을 묻도록 했다. (190쪽)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슈바이처가 왜 프랑스인인가 의아했는데 (나는 그가 알자스-로렌 사람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그는 독일인이었고, 1차 대전 당시 프랑스에 의해 적국인으로 억류당했다. 1차 대전 종료 후 프랑스로 국적을 바꾸었다. (그런데 알자스-로렌 출신인 것은 맞았다. 국적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가 그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