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샾에 간 남자
가까스로 KTX를 놓치고, 다음 차를 예약하니 역에서 50분 정도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데, 눈에 들어오는 입간판.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고 내려가 입간판을 확인해 보니, KTX 당일 티켓 보유자에게 무료 네일 서비스를 해준다는 거였다.
그런데 카톡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고.
아마 안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톡을 던졌더니,
곧바로 답이 온다.
하긴, 당일 티켓으로 예약을 받으려면 응답 시간이 빨라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네일 부스로 들어갔다.
당연한 얘기지만, 네일샾은 처음이다.
그러나 네일샾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심지어 잠이 온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
다소의 창피함을 무릅쓰고, 네일샾에 들어섰다.
네일샾 이름은 섬섬옥수.
장애인 일자리 제공과 KTX 사용자 편의라는 두 마리 물고기를 잡겠다는 사회 공헌 사업이고,
일반 기업들이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모양이다.
오송역 지점은 KB증권에서 지원한다.
***
우선, 손톱 길이, 모양, 원하는 부가 서비스 등을 종이에 체크한다.
이걸 참고하면서, 네일 아티스트가 단계별로 손톱을 다듬어 준다.
1. 2단계 손톱갈이로 손톱 길이와 모양을 잡는다.
2. 비누 거품 같은 것을 바르고, 손톱 안쪽 끝을 다듬는다. 이때 주걱 같은 것으로 손톱끝 피부를 파내는데, 약간 무섭다. (이렇게 멀쩡한 살을 파내도 괜찮을까?)
3. 네일 클리퍼(?)로 들뜬 살을 뜯어낸다(!). 이때 손톱 끝을 잘라내 다듬기도 한다.
4. 매니큐어를 바른다.
5. 손을 물티슈로 닦아낸다. 끝.
모두 해서 20분 정도 걸렸다.
***
소감을 말하자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든가 잠이 오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손톱 안쪽 살 파낼 때 긴장했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니 신기하기는 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좋았고,
이런 사회 공헌 사업에 참가하는 기업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덤이다.
아무튼, 갑자기 남게 된 시간에 새로운 경험을 했으니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