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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13. 2024

노아의 파친코

<파친코>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선자지만, 내게 가장 강렬했던 인물은 노아다.

처음 읽었을 때 여러 차례 다시 읽은 부분은,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 뒤 방황하는 노아의 모습이었다.


E인 모자수에 비해, I인 노아가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결말의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는 마지막 장면이 크게 와 닿았다.

노아가 예전에 이삭의 무덤을 계속해서 방문했다는 사실을, 선자가 알게 되는 장면이다.

노아는 나가노에서 숨어 살던 때에도 이삭의 무덤을 정기적으로 찾아왔다.


야쿠자가 자신의 생부임을 알게 된 뒤 노아의 행적은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자이니치, 조선인임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과도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삭의 무덤을 찾았다.

한수가 아니라 이삭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선자에게도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가족과 연을 끊고 숨어버린 큰아들이, 결코 아버지를 잊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으니.



노아에 관해서 perplexity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친코>의 주인공은 선자가 분명한데, 두 번째로 중요한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AI는 한수라고 대답했다.


과연, 그렇구나.

내게는 노아와 이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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