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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11. 2024

5.18 기록관 방문

그 '소년'을 찾아서


5.18 기록관에 왔다.

마침, 이번 주에 <소년이 온다>를 다 읽었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은 바로 문재학 열사다.



1층에는, 바닥을 조금 띄워 당시 발포 현장을 재현한 바닥 전시물이 있었다.

말보다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는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현장은 이랬다.



어떤 소년은, 계엄군의 총알을 피해 뛰다가 벗겨진 신발을 주우려 돌아섰고, 결국 총탄에 맞고 사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그저 개울에서 놀고 있었을 뿐이다.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부마항쟁에 공수부대로 투입됐던 사람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내 이력을 듣고 자신의 이력을 고백하더군요. 가능한 한 과격하게 진압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그가 말했습니다. 특별히 잔인하게 행동한 군인들에게는 상부에서 몇십만원씩 포상금이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동료 중 하나가 그에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뭐가 문제냐? 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지 않아? (134쪽)


총이라는 무기는 사람을 찌르거나 베는 느낌이 없고, 그래서 잔인한 행동을 더욱 거리낌 없이 행할 수 있게 해준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소설에도 나오듯, 당시 죽은 사람들의 상당수는 총상 이외의 자상이나 관통상을 많이 당했다.

"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지 않냐"고 반문하는 자들의 행위일 것이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보면, 지구인처럼 같은 종을 잔인하게 죽이는 종은 없다고, 안드로메다인이 지구인을 힐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가끔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같은 종일까?



소설의 주무대 중 하나인 상무관의 모습을 전시된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광주에 살기는커녕 들러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잠시 광주에 살게 된 그해,

작가 한강이 <소년이 온다>로 노벨문학상을 타고,

그 소설을 구해 읽고,

또 그 주말에 5.18 기록관에 다녀오다니.



조비오, 김성용 신부에 대한 군법회의 관련 문서다.

어쩌다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당시 시민들이 적은 수많은 일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안네의 일기> 집단 버전이다.


잘 보존되어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 널리 알려지고, 읽혔으면 좋겠다.

엮어서 책으로 내도 좋지 않을까.



토요일 오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었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난 역사를 잊어도 좋은 민족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역사가 제대로 세워지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을 하늘이 예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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