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권 자기 혁명]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저돌적인 책 제목의 주장을 비판하기 전에, 책을 읽었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책을 읽었다고 책 내용을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인간은 학습 후 3시간이면 절반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책을 읽는 이유가 꼭 지식 때문만도 아니다.
독서에 있어서 핵심은, 텍스트라는 매개를 통한 저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책을 읽었다는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책과 충분한 소통을 해야 한다. 책 내용을 속속들이 기억하는 것이 독서의 증거는 아니지만, 책 내용을 하얗게 잊어버리는 것도 독서는 아니다.
책과의 충분한 교감을 하려면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할까. 단순히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독서에 관한 책들을 읽다가 이 책을 만났다. 저자의 독서법은 새로운 어떤 것은 아니지만, 잘 정리된 체계적 방법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책을 많이 읽고, 인터넷에 많은 문장을 쓴다." (34쪽)
한마디로 표현한 저자의 15년 습관이다. 저자에 따르면, 잊지 않는 책읽기의 핵심은 아웃풋과 틈새 시간이다. 책을 많이 읽기 위해 활용할 것이 틈새 시간이고, 인터넷에 많은 문장을 쓰는 것이 아웃풋이다.
스티븐 킹의 말처럼,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수밖에 없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저자는 많이 써보지 않고도 잘 쓰는 사람은 있어도, 많이 읽지 않고 잘 쓰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이것이 잊지 않는 독서법의 전부다.
해마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려면, 그 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뇌가 인식해야 한다. 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둘 중 하나다. 임팩트가 큰 사건이거나, 여러 번 참조되는 정보다. 책을 읽고 아웃풋을 하는 이유는, 책에서 얻은 정보를 여러 차례 참조하기 위해서다. 단어를 외울 때 여러 번 반복해서 기억하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면, 아웃풋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아웃풋이 전제된 독서는 그것만으로도 집중도를 높인다.
아웃풋 독서법
아웃풋 방법은 다음 네 가지다.
1.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다.
2. 책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책을 추천한다.
3. 감상 글, 깨달음, 책 속의 명언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공유한다.
4. 페이스북이나 메일 매거진에 서평과 리뷰를 쓴다. (74쪽)
우선 첫 번째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 저자는 책은 더럽게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책을 소화하기에 메모는 대단히 훌륭한 방법이다. 나도 예전에는 여백에 잔뜩 메모를 하면서 책을 읽었다. 읽는 흐름이 중단되는 단점이 있지만, 나중에 되짚어볼 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메모는 접착식 메모지에 해서 붙여도 되고, 밑줄 대신 접착식 표딱지를 써도 된다. 책을 깨끗이 보면서도 표시를 하는 방법이다. 책을 깨끗이 보려는 이유는 미니멀리즘이다. 소유하는 책의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싶어서다. 책을 읽고 나서는 친구에게 주거나 도서관에 기증하는데, 그러려면 책이 깨끗해야 하니까. 물론, 책에 낙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을 쓰려고 하면, 좋았는지 아니었는지, 5점 만점에 몇 점인지 정도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것이다. 책을 권하려면 어떤 점이 좋은 지 한두 가지는 이야기를 해야 하므로, 저절로 요점 정리를 하게 된다. 스티븐 코비도 남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고 나서, 한두 가지라도 그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말할 수 있다면, 글자만 읽는 독서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로서 아주 좋다.
다음 단계가 소셜 네트워크에 공유 글을 쓰는 것이다. 비공개 글이 아니므로 아무렇게나 쓸 수는 없다. 말로 책을 추천할 때와 마찬가지로, 막연하게 추천할 수는 없고 무언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SNS의 장점은 몇 문장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좋았던 문장 몇 개를 골라 그냥 인용하는 것도 훌륭한 SNS 글이 된다. SNS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과제다.
서평을 쓰는 것은 책 내용을 기억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책을 여기저기 다시 들춰봐야 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책 내용을 기억하려고 책 전체를 다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다. 저자는 책을 다 읽은 당일이 아니라 다음 날에 서평을 쓰라고 한다. 책을 읽은 당일에는 '좋았다', '감동했다' 등의 감정언어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인 서평이 써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게다가 다음 날에 서평을 쓰려면 책 내용을 다시 한 번 기억하려고 하게 되므로 시차를 두고 복습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서평을 쓰는 것을 전제로 독서를 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나중에 다시 돌아오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처음 읽을 때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서평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책을 읽을 때 집중력이 달라진다. 이것이 '아웃풋을 전제로 하는 독서'이고, 이 책의 결론이다.
서평을 써보자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오래 기억하려면 책과 깊게 교감하고, 여러 번 교감해야 한다. 그 방법은 서평을 쓰는 것이다. 읽은 모든 책에 대해서 서평을 쓸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서평을 전제로 책에 접근하면, 자세부터 진지해진다.
이 책에서 배워 가져갈 실천 아이템은 서평 쓰기다. 많이 쓸 필요도, 길게 쓸 필요도 없다. 서평을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읽는 책 두세 권마다 서평 하나 쓰는 것을 시작점으로 잡자. 읽은 책의 목록을 만드는 것은 정말 즐겁고 뿌듯한 일이다. 그 목록에서, 서평을 쓴 책은 별도의 표시를 해두자. 그리고 연말에 그 목록을 돌아보면서 한 해의 독서를 정리하는 짧은 글을 써보자. 벌써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