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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03. 2018

나도 번아웃일까

[짧은 평] 이진희,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

요새 다른 책들도 많이 그렇지만, 제목이 참 자극적이다. 그러나 요즘 정말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저절로 읽게 되었다. 조금쯤 위로받고 싶었는데, 위로가 되었다. 나 말고도 힘들게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느끼는 얄팍한 위로감. 

하지만 번아웃은 정말 조심해야 할 심각한 증상이다. 번아웃을 인정해 주지 않는 우리 사회가 야속하다. 저자는 번아웃 환자들이 휴직계를 낼 수 있도록, 우울증으로 진단서를 써 준다고 한다. 정말 우울한 이야기다.



이 책의 1~3장은 번아웃이 위험한 증상이며, 며칠 쉰다고 나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번아웃을 이겨내기 위한 실질적 처방이 나오는 4장이 핵심이다. 번아웃을 이겨내려면, 무엇보다 숙면이 중요하다. 숙면을 돕기 위해 운동, 호흡법, 경락 두드리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제4장에 나오는 호흡법이나, 특히 암시의 말을 되뇌이며 경락 두드리기는 보는 사람에 따라 미신 잡설로 보일 수 있다.

데카르트 이후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시인 예이츠도 <나 자신과 영혼의 대화(A Dialogue of Self and Soul)>라는 시를 쓰지 않았던가. 이 시에서 '자신'이라 지칭되며 일본도로 상징되는 개념은 다름 아닌 육체다. 훌륭한 정신 분열 아닌가. 장자가 봤더라면 뭐라고 했을지 웃음이 지어진다.

데카르트적 이분법에 따라 표현하면, 번아웃은 정신이 육체를 좀먹는 현상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암시의 말을 읊조리며 경락을 마사지하는 것은, 적어도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보다는 덜 미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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