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3일
농담 같은 현실
미국 시간으로 2025년 4월 3일.
나스닥이 6% 폭락했다.
또람푸라는 사람(?)의 말 때문에.
세계 각국에 적용할 관세율 표를 들고 나왔는데,
기본이 10%이고, 미국에 대해 무역 흑자를 보는 나라들에는 더 매겼다 한다.
(펭귄만 사는, 그러니까 인구 0인 Heard and McDonald Islands에도 10%를 매겼다.)
나중에 Fortune지 등등에 나온 기사에 의하면,
이 관세 공식은 다음과 같다.
관세율 = (해당국의 대미 수출액 - 대미 수입액) / 대미 수입액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나라가 미국에 1250원을 수출하고 1000원을 수입한다고 보면,
(1250-1000)/1000 = 25%
그렇다. 바로 이 숫자다.
농담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수출액 1250원에서 250원을 미국이 삥땅할 수 있고,
그래서 양국 무역수지는 1000원 - 1000원으로 똔똔이 되어 공정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농담이 아니다.
수많은 똑똑이들이 밤새 통계 자료를 가지고 계산해 추정한 공식이다.
강성 트럼프 지지자인 Bill Ackman이 어제 이렇게 말했다 한다.
"상대방이 당신을 미친놈이라 믿게 하는 게 때로는 최선의 전략이다."
진지한 이야기
지금까지 너무 농담조로 말했는데, 이건 사실 매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세계 각국들은 "이웃 거지 만들기(beggar thy neighbor)" 정책을 밀어부쳤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 정책의 핵심은 관세였다.
그 결과, 경제 블록이라는 것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나?
서로 거래를 하던 관계라면, 전쟁을 했을 때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지금 전쟁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봐도 알 수 있다. 가스관 말이다.)
그런데 경제 블록이라는 걸 만들어 내편하고만 무역을 하고, 다른 편하고는 놀지 않는다면?
전쟁이라는 결정을 하는 데 별로 거리낄 것이 없어진다.
지금 또람푸가 하는 행동은 3차 세계 대전이 와도 좋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물론, 미필적 고의다. 아니, 정말 미필적일까?)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미국과 중국이 협력 대신 고립되어 인공지능 개발에 몰두하게 되면,
세계가 2개의 진영으로 나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 GPU 대중 수출을 막은 결과다.
이렇게 되면, 2차 대전 직전 서로 거래가 없던 경제 블록과 비슷한, 장막으로 분리된 2개의 진영이 생긴다.
냉전 당시 "철의 장막"에 빗대어 하라리는 이것을 "실리콘 장막"이라 부른다.
"철의 장막"은 다행히 열전이 아닌 냉전으로 이어졌다. (그것도 살벌하기는 했다.)
반도체 장막이 무엇으로 이어질지, 하라리는 매우 우려스럽다 말하고 있다.
그런데 또람푸라는 존재가 나타나, 더 가시적이고 심지어 전례도 있는 전쟁 유발 카드를 쓰고 있다.
노벨 평화상 받고 싶어한다는 바로 그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