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리처드 도킨스, <확장된 표현형> (5)
정확히 무엇이 이기적 유전자인가
유전자의 어느 단위를 도킨스가 말하는 '이기적 유전자'로 볼 것인가.
폴리펩티드 사슬을 형성하는 시스트론(cistron)을 사용한다면 통일성에 있어서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자연선택을 통해 무언가 이득을 얻는 주체, 즉 '이기적 유전자'를 정의하기 위해,
도킨스는 자연선택의 압력을 받는 단위로 옵티몬(optimon)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마이어라는 학자는 같은 의미로 셀렉톤(selecton)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당연하게도) 굴드는 맹렬히 반대했다.
그는 개체가 자연선택의 주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선택받는 단위와 개체를 동일시하는 것은 다윈 사상의 중심 주제다. (……) 개체는 선택 단위다. ‘생존 투쟁’은 개체 간의 문제다. (……) 지난 15년간 개체에 초점을 맞춘 다윈에게 도전하는 주장이 위아래에서 생겨났다. 위로는 스코틀랜드의 생물학자 V. C. 윈 에드워즈V. C. Wynne-Edwards가 적어도 사회적 행동의 진화에서는 개체가 아니라 집단이 선택 단위라고 주장해 15년 전의 정통파들을 분노케 했다. 아래로는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유전자야말로 선택받는 단위이며, 개체는 단지 유전자를 담는 일시적 용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해 근자에 나를 분노케 했다. (굴드의 글, 이 책 제5장에서 재인용)
이 글을 보면 굴드라는 사람에 대해 몇 가지를 느끼게 된다.
첫째, 그는 자기 생각과 다른 주장을 만나면 분노한다는 것이다.
둘째, 그는 어떤 주장('주제')이 변함 없어야 하며, 권위자를 내세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싶어한다.
종교인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특징이다.
도킨스가 옵티몬이란 개념을 만들어야 했던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유전자란 개념은 그렇게 깔끔한 개념이 아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부터가 매우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기능별로 단위를 다르게 정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지 이 이유로 염기서열의 얼마 만큼을 끊어야 하는가를 정의하는 일은 효용이 너무 작다.
그래서 도킨스는 사실 두 번째 이유로 옵티몬이란 개념을 창안했다고 봐야 한다.
바로 굴드 같은 사람들이 할 것이 뻔한 질문, 즉
"개체가 아니라면 '정확히' 무엇이 선택 단위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다.
복제자의 4가지 유형
집단 선택 대 개체 선택 논쟁은 제시된 두 종류의 운반자를 다루는 논쟁이다. 유전자 선택 대 개체(또는 집단) 선택 논쟁은 우리가 선택받는 단위를 말할 때, 운반자를 의미해야 하는지 또는 복제자를 의미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논쟁이다. (제5장 중에서)
복제자는 자기 사본을 만드는 존재다.
복제자는 능동적 복제자와 수동적 복제자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자신의 복제 확률에 스스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예컨대 뭔가가 쓰여 있는 종이 한 장은 수동적 복제자로 보기 쉽지만, 사실은 능동적 복제자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가 복제 확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구분 방법은 생식계열 복제자와 막다른 복제자다.
생식계열은 무한히 다시 복제 가능한 반면, 막다른 복제자는 언젠가 복제 과정이 멈출 운명이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막다른 복제자다.
상황이 바뀌어 쓸모가 없어지면 폐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렇게 두 가지 특성을 활용하면 2*2 = 4개의 카테고리로 복제자를 분류할 수 있다.
옵티몬은 이중 '능동적 생식계열 복제자'다.
성공하는 복제자
도킨스는 복제자의 성공 비결로, 수명, 다산성, 충실성을 꼽았다.
이들은 서로 보완한다.
자신의 '충실한' 복제를 '다산'할 수 있다면, 긴 '수명'은 필요 없다.
물론 다른 방향으로도 보완 가능하다.
충실도가 낮으면 다산으로 보완 가능하고,
영원한 수명이 보장된다면 충실성은 물론 다산도 필요 없다.
투자의 기본은 분산이다.
옵티몬 역시 분산투자를 한다.
수명에도, 충실성에도, 다산성에도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가장 성공적인 전략이 바로 '성'이다.
성적 융합, 그리고 이에 필요한 감수분열 때문에 개체는 절대로 선택 단위가 될 수 없다.
감수분열과 성적 융합은 우리 유전체와, 우리 자신 어느 쪽도 복제자가 되지 못하게 한다. (제5장 중에서)
그러나 논란은 계속된다.
많은 사람들이 개체가 운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도, 마음(mind)의 이기적(유아적) 속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기적 유전자'는 마음이라는 기관을 만들었을까?
이런 질문은 데닛이나 인식론 철학자들에게 맡기고,
운반자와 복제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학자들에게 도킨스가 어떤 해설을 떠먹여주는지 살펴보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