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표현형

[책을 읽고] 리처드 도킨스, <확장된 표현형> (10)

by 히말

표현형이란 무엇인가


자연 선택은 어떤 대립 유전자가 그 대안보다 더 많이 퍼지는 과정이며 이를 달성하는 도구가 표현형 효과다. 여기서 표현형 효과는 언제나 대안적 표현형 효과와 상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따라온다.
차이는 늘 개체의 몸이나 다른 별개의 ‘운반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뜻한다고 말하는 게 관례다. 다음 세 장은 표현형 효과를 분리된 운반자에서 완전히 해방할 수 있음을 보이려 하며, 이것이 ‘확장된 표현형’이 의미하는 바다. (11장 중에서)


확장된 표현형이란 표현은, 이미 전작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되었듯이

대립 유전자의 선택에 따른 발현 효과가 개체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이야기다.

자연선택 단위를 개체로 정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핑계도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하는 점은,

대립 유전자의 발현이 멘델의 실험처럼 정확히 분리되어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확률적 발현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는 옵티몬, 즉 도킨스적 의미에서 '이기적 유전자'의 단위가 명확히 경계지어지기도 어렵고

통상 많은 유전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즉 네트워크적 맥락에서

표현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내는 확장된 표현형 효과, 가령 댐의 높이를 올리는 효과는 꼬리 길이를 늘이는 보통의 표현형 효과를 내는 유전자와 정확히 똑같은 의미로 생존 기회에 영향을 준다. 댐이 비버 여러 마리가 수행한 건설 행동으로 공유하는 산물이라는 사실은 다음의 원리를 바꾸지 못한다. 즉, 모든 댐을 비버 여러 마리가 공동으로 건설한 것이라 해도, 비버에게 높은 댐을 짓게 하는 유전자는 평균적으로 높은 댐이 낳는 이익(또는 비용)을 얻는 경향이 있다. 같은 댐에서 일하는 비버 두 마리가 서로 다른 댐 높이를 위한 유전자를 보유한다면, 그 결과 확장된 표현형은 몸이 유전자 간 상호 작용을 반영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유전자 간 상호 작용을 반영할 것이다. (12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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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와 표현형의 연결고리


어떤 유전자 A와 그에 대응하는 대립형 유전자 A'이 존재하고,

A가 존재하는 경우 피부색이 검게 되는 반면 A'는 그렇지 않다고 가정하자.

유전자 A는 검은색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으로 표현형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만약 B라는 유전자가 효소를 만드는 방식으로,

즉 그 효소가 다른 단백질을 검은색으로 변형시켜 피부를 검게 만든다면,

B 역시 B'에 대립하여 검은색 피부를 표현형으로 발현하는 유전자라 할 수 있다.


A'과 B를 가진 어떤 동물을 상상해 보자.

마침 이 동물에게 B가 만드는 효소가 작용할 대상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이 결핍되어 있다면,

이 동물은 B를 가지고 있음에도 검은색 피부라는 표현형을 발현하지 못한다.


이 사례는 유전자와 표현형 사이에 일대일 대응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상상력을 조금 더 동원해보면,

통상적 의미의 운반자, 즉 개체 바깥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이 동물이 새로 이주해 살게 된 지역에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어 있어

이전(내지 부모)까지는 만들 수 있었던 B 효소 대상 단백질 합성이 중단되었다고 하자.

이 동물은 이제 검은색 피부라는 표현형을 발현하게 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개체 바깥에 있다.


상상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보자.

이 동물이 새로 이전하게 된 지역에 특정 영양소가 결핍된 이유가,

사실은 어떤 다른 동물의 특정한 행위 때문이라면

유전자 B의 표현형 효과는 다른 '개체'의 행동 때문에 방해받는 셈이 된다.


이제, 개체 간의 전략게임이 흥미진진하게 벌어지는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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