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권 자기 혁명] 그레첸 레이놀즈의 <1일 20분 똑똑한 운동>
피트니스 센터에 가보면 부상 위험이 있는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는 사람이 참 많다. 특히 무게가 실린 팔꿈치나 무릎 관절을 잠그는(lock) 경우를 많이 본다. 운동 중 다치기라도 한다면, 운동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운동기구 사용법을 잘 읽어보기만 해도 부상은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면 부상 방지 외에도 궁금한 것이 많다. 예컨대 운동 전에 스트레칭이 필요한가, 최대 심장박동의 몇 퍼센트까지 끌어 올려야 할까 하는 문제도 궁금하다. 운동 산업은 거대한 시장이다. 운동에 관한 각종 실험 논문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커피나 와인이 몸에 좋으냐 나쁘냐 하는 논쟁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갑론을박으로 서로 상충하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는 이유는, 그 뒤에 거대한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고강도 유산소 운동 직전에 고칼로리 섭취가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 뒤에는 고칼로리 음료나 에너지바를 만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운동과학은 오래 묵힐수록 좋은 효모와 다르다. 매주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 실생활의 운동에 확고히 자리 잡은 (또는 사랑받던) 다른 이론을 약화시킨다. 한때 우리가 신뢰했던 마사지가 지친 근육을 회복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었던 사람이 있었던가? 초콜릿 우유가 도움 된다는 사실은 어떤가? 마라톤을 하는 동안 물을 아주 많이 마시기는 불가능하다고 오랫동안 전해졌지만, 물을 과하게 마시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우리는 그저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싶은 것뿐인데, 서로 반박하는 연구 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메타연구가 해답일 수 있다. 기존 연구결과를 비교, 분석해서 더 객관적인 결론을 유도하는 것이 메타연구다.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자 열혈 운동선수인 그레첸 레이놀즈는 이 책을 통해 최신 운동 과학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수십 년간 운동을 해온 그녀가 메타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신뢰할 만하지 않을까. 스트레칭이 정말 필요한지, 고강도 유산소 운동 전에 탄수화물 섭취를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운동 중 수분 섭취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많은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친절한 대답을 근거와 함께 제시한다.
내가 이 책에서 찾고자 했던 해답은 건강 유지를 위해 얼마나 운동해야 하는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건강 유지를 위해 운동에 시간을 그렇게 많이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짧게 운동하고 싶다면 죽어라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운동의 총량은 같다
미국 스포츠의학협회 공식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당히 운동하는 사람은 따로 운동하지 않는 사람보다 자기 삶의 질을 더 나은 것으로 평가했다. 여기까지는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한 주에 여러 차례 활발히 운동한다고 대답한 사람 중에서도 20%가 지난달에 14일 이상 '건강하지 못한' 날을 보냈다고 대답한 점이다. 이에 비해 짧은 시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사람은 삶의 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다른 그룹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970년대만 해도 운동은 다다익선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1984년, 달리기의 아이콘이었던 짐 픽스가 마라톤 훈련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52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자, 과도한 운동에 대한 저항이 일어났다. 그의 죽음은 선천적 심장질환으로 인한 것이었고, 그는 달리기로 인해 지병을 이겨내고 원래 예상 수명보다도 오래 산 것이었지만, 대중은 해석하고 싶은 대로 그의 죽음을 해석했다.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소파에 드러누울 때 핑곗거리로 그만이었으니까.
1995년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는 "매일 적당한 강도로 30분 이상"이라는 운동 기준을 제시했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이어 미국 보건복지부는 광범위한 전문가 집단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동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008년 발표된 자문위원회의 결론은 일주일에 최소 500 MET의 운동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MET는 '안정 대사량'의 약자인데, 1 MET는 사람이 안정된 상태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을 뜻한다. 2 MET는 휴식 중 소모하는 에너지의 두 배, 4 MET라면 네 배가 되는 것이다.
시속 9.6km의 속도로 달리는 것은 1분에 10 MET를 소모한다. 따라서 일주일에 500 MET 수준의 운동을 하려면 시속 9.6km의 속도로 일주일에 겨우 50분만 달리면 된다. 우주항공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동물 실험에서도 증명된 사실은, 강도와 시간을 어떻게 조절하든 상관없이, 필요한 MET를 채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짧고 굵게 할 것인가, 가늘고 길게 할 것인가?
고통의 총량이 같다면, 우리는 대개 강하더라도 짧은 고통을 선호한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인터벌 운동이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불과 6분 동안 하는 격렬한 운동은 300분의 덜 힘든 운동만큼 기본 체력을 다지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이 6분 동안 당신의 세포들은 비명을 지를 것이다.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지 않은가?
인터벌 운동의 지지자 지밸라 교수는 실내 자전거나 트레드밀을 이용한 운동법을 소개한다. 최대 심박 수의 100%로 1분을 달리고, 30~40%로 75초 동안 숨 고르기를 하는 패턴을 8회 내지 12회 반복하는 것이다.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포함해서 전체 운동시간은 30분 이내로 유지한다. 일주일에 3회만 이렇게 운동하면 된다.
쉬는 것도 중요하다.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 근육 통증은 과사용 손상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운동을 줄이거나 중지하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운동량이 감소한다고 해서 운동 효과가 즉시 날아가지는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넉 달 동안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은 운동 횟수를 1/3로 줄인 뒤에도 여덟 달 동안 근력을 유지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운동이라면 현상 유지는 된다는 결론이다.
인터벌 운동의 방법으로 나는 버피(burpee)를 추천하고 싶다. 버피는 PT 체조 4번과 유사한 동작으로, 선 자세에서 시작하여 스쿼트, 플랭크, 팔굽혀 펴기, 그리고 점프를 차례로 하는 맨손 운동이다. 팔굽혀 펴기를 포함하는 풀 버피(full burpee)는 모두 8개의 동작으로 구성되고, 여기에서 팔굽혀 펴기를 빼면 6개의 동작으로 구성된다. 자세한 운동 방법은 유튜브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풀 버피의 경우 12개를 열 세트, 6동작 버피의 경우 30개를 일곱 세트 한다. 심박계로 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어느 경우든 세 번째 세트부터는 최대 심박의 100%에 도달하는 느낌이 든다. 세트 사이에는 약 75초 정도를 쉬어준다. 지밸라 교수가 추천하는 인터벌 운동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총 운동 시간은 15 내지 20분에 불과하다. 버피 앞뒤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요가를 해 주면 30분짜리 운동이 완성된다.
버피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도중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고, 내가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버피를 끝내고 난 뒤의 상쾌함은 비할 데가 없다. 20분도 안 되는 운동을 하고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은 정도로 성취감이 느껴진다. 맨손 운동이기 때문에 운동을 건너뛸 핑계도 찾기 쉽지 않다. 감옥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버피다.
<1일 20분 똑똑한 운동>은 운동 방법과 운동 상식에 관한 백과사전이다. 알고 운동하자. 기본 상식이 잡혀있다면, 어떤 운동을 어떤 스케줄로 하든,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진지한 태도로 운동을 시작해 보자. 일주일 스케줄에 진지한 운동 시간을 추가하는 것, 그것이 이번 시간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