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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03. 2018

[짧은 평] 나카노 교코,
<내 생애 마지막 그림>

입담 하나는 발군이다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노 교코의 책이다. 여남은 화가들의 생애 마지막 그림을 주제로 했다. 고흐의 <까마귀와 밀밭>처럼 '보통' 그의 마지막 그림이라고 여겨지는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야의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와 같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정말 그럴싸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말 마지막 그림들은 아닌 것 같다. 고흐의 <까마귀와 밀밭>도 그의 마지막 그림이 아니라는 설이 우세하다. <반 고흐 마지막 70일>과 같은 책을 보아도, <까마귀의 밀밭>을 고흐가 마지막으로 그렸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베르에서 지내는 동안 그의 화풍이 또 한 번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뿌리들>을 보라.

하지만 입담으로 유명한 저자라서 재미있는 표현이 정말 많다. 보티첼리의 후기 그림이 전성기 그림에 비해 그 매력이 '1000만 광년쯤' 떨어져 있다든지, 미켈란젤로가 그린 성 요셉이 마리아의 남편이 아니라 '증조부'에 가깝다든지 하는 표현이 줄곧 나온다. '반 다이크 수염'이라는 표현을 남긴 반 다이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유명한 달리조차 달리수염이라는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고 하고, 비제 르브룅의 초상화가 일관되게 미화에 치중한 것에 대해서는 '마시멜로에 떫은맛이나 매운맛을 요구해서 어쩌자는 말인가?'라면서 옹호한다.

미술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언제나 좋은 그림을 새로 알고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밀레의 <야간의 새사냥>은 밀레의 그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낯설다. 브뤼헐의 <교수대 위의 까치>는 그동안 별로 주목하지 못했던 그림인데, 역시나 브뤼헬답게 의미가 풍부하다. 고흐의 <아를의 랑글루아 다리와 빨래하는 여인들>도 본 기억이 없는데, 색감이 참 좋다.

밀레, <야간의 새사냥>. 실상은 피냄새가 진동하는 광경이라 한다. 잠든 새들을 강한 불빛으로 마비시킨뒤 공중에 몽둥이를 휘둘러 새를 잡는 것이다. 망치로 하는 낚시와 같은 느낌.


브뤼헐의 <교수대 위의 까치>. 교수대 근처에서 춤추는 사람들은 즐거워서 저러는 걸까, 두려워서 저러는 걸까.



고흐의 <아를의 랑글루아 다리와 빨래하는 여인들>. 색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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