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돌보기>
미셸 쿠에바스라는 동화 작가의 어린이 소설이다. 주인공 어린이의 모험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어린이 소설 구조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냥 대단한 소설이다. 퓰리처 상이라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홀이라는 소재를 대단히 잘 활용하면서도, 가족애, 슬픔과 극복이라는 주제를 너무 빼어나게 잘 표현해냈다.
작가 김영하는 가장 훌륭한 문학작품이란, 책 읽는 내내 밑줄 한 번 긋지 않지만, 책을 덮으며 그 훌륭함을 알게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부분만으로는 그 훌륭함이 드러나지 않지만, 끝까지 읽었을 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엄청난 책에 관해서 내가 과연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생각의 보폭>
2018년 12월 4일은 기차 안에서 책 두 권을 읽었는데 둘 다 좋은 책을 만나게 된 아주 신나는 날로 기억해야겠다. '추상적으로 사고하자'라는 단순하고 추상적인 주제로 무려 200쪽의 책을 써낸 저자가 대단하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길러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저자는 그 방법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방법은 어떨까? 라고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독자에게 책임지는 자세와 겸손함을 겸비한, 흔치 않은 훌륭한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이 반갑다.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인공지능 도쿄대 합격'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수학 교수의 책이다. 특이점은 오지 않는다는 주장을 매우 논리적으로 펴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일부 일자리를 대체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크나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정말 훌륭한 책이다. 요즘 좋은 책 복이 터진 듯.
<회사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수학>
약장수 등장. 근데 차력쇼가 좀 약하다.
<인문학, 상식에 딴지 걸다>
월터 롤리 경이 태어나기도 전에 영국에는 담배가 존재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간호사라기 보다는 뛰어난 관리자였다. 이제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지만, "세상에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있다"라는 명언이 디즈레일리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재확인한다.
하지만 노벨이 니트로글리세린을 발명했다든가, 핼리가 핼리혜성을 발견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고? 적어도 나는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노벨은 니트로글리세린을 안정적인 상태의 폭약으로 개발한 사람이고, 핼리는 핼리혜성의 주기를 정확하게 계산해낸 사람이다. 이름이 핼리혜성이니 핼리가 발견했다고 믿는 멍청이들이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저런 억지 주장을 하고 스스로 논박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가볍게 한 번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단편 상식' 정도의 느낌이다.
<세계역사의 미스터리 상/하>
중국의 한 역덕이 쓴 책. 네안데르탈인의 후손이 러시아 외진 곳에 살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첫 에피소드는 흥미롭지만, 이내 뻔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미이라의 저주는 진짜인지, 아나스타샤가 살아 남았는지, 케네디 암살 배후는 누구인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별 관심 없다.
단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타이거 부대의 양민학살, 코소보 전쟁 당시 미군의 개입이 왜 없었는지에 관한 내용은 볼 만하다. 지금 우리에게 직접 관련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갓난 아이까지 학살한 타이거 부대에 대한 진상조사가 늦게라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류의 진화에 대해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탈린의 아들 야콥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서 죽었다. 히틀러는 소련군에 포로로 잡힌 파울루스 원수와 스탈린의 아들 사이에 맞교환을 제의했으나, 스탈린은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장교 하나와 사병 하나를 교환하자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야콥 스탈린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의 해당 에피소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정말 좋아한다. 위대한 고전의 반열에 이미 오른 작품이다. 하지만 야콥 스탈린의 위대한 죽음을 한없이 비열하게 비꼰 밀란 쿤데라에게, 인간적인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소련이 싫어도 그런 방식으로 비열하게 보복해야 했나. 야콥 스탈린에 대해, 사람들이 키치와 똥부터 연상하게 만들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