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말 Apr 30. 2019

둔필승총 4/30

4월, 21권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책 제목인가!

결론은 좀 거창하다. 결국 비평이란 작품이란 사다리를 올라간 뒤의 이야기다. 따라서 작품을 잊는 것은 과오가 아니라 오히려 의무에 가깝다. 즉, 피에르 바야르는 사실 텍스트의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읽지 않은, 내지는 읽고 나서 내용을 잊어버린 책에 대해 말할 때 저자의 조언을 따라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책을 읽고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 책을 아예 읽지 않는 것에 대해 좀 더 후련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인듀어> ★★★

말콤 글래드웰이 추천사를 쓴 책. (말콤, 두고 보자구.)

말콤의 책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가? 확실한 결론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연구 방법은 과연 말콤 글래드웰을 닮았다. (혹은 레이첸 그레놀즈 느낌이 나기도 한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그러나 결론이 "나도 잘 몰라"라면, 도대체 왜 책을 냈는가?

저자가 연구하느라 고생한 걸, 책이라도 내서 보상받으라는 말인가?

이 두꺼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뭔 죄인가?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

속근과 지근을 나누어 설명하고, 통증 및 상황에 따라 단련이 필요한 근육을 설명해 준다. 나이가 들어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모아놓은 점도 훌륭하다. 쓸데 없이 사례(testimonial)를 줄줄이 늘어 놓지 않은 점도 좋다.


<자본론> ★★★★

'청소년 철학창고'라는 시리즈의 하나. 자본론 축약판이다. 원서 목차에 따라 핵심 내용을 훌륭하게 요약한 듯.

핵심은 이거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는 자본 증식(확대적 재생산)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 노동착취를 고도화하면 결국 자본재(고정비용) 투입비율이 높아지고 이윤율이 낮아진다. 필요가치가 아닌 잉여가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에 따라 호황-불황의 사이클이 생기고 자본가들 사이에 경쟁이 격화된다. 이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것.


<자본론을 읽다> ★★★★★

양자오는 역시 다르다. 프로이트나 다윈 때에도 그랬지만, 양자오는 저자의 모든 저서, 거기에 출판되지 못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저자의 학문 세계를 고찰한다. 자본론은 분명 노동착취와 자본의 자기증식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소외'라는 대전제를 살펴보지 않고 자본론을 논하는 것은 우물 안에서 세계를 논하는 개구리와도 같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자본론에 대해 좀 더 읽고 싶기도 했고, 나야 뭐 자타공인 빵돌이니까, 이 책을 고른 건 당연하다.

아주 가볍게 언급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자본론 이야기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정말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 책 저자가 자본론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내가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주 4일 영업, 1년에 한 달은 부모님과 함께 장기 휴가.

그러나 매일 새벽에 일어나 일해야 하고, 누룩과 효모에 신경쓰느라 휴가도 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정말 부럽지 않은가?


<유리구슬 일곱 개> ★★

뭐, 동화라니까...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 ★★★★

니체 이야기만은 아니고, 수많은 철학자가 나온다. 가볍게 읽기 좋은 철학 콘서트.


<우주적 건망증> ★★★★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잘 만든 과학소설의 전형을 보는 느낌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래서 설명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신'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들이 그 부분이다.) 무리하게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 없는, 그러나 왠지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결말이 가능하다.


<마흔,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

왜 그렇게 공부를 했다는데 겸손하지 못할까?


<사카린을 먹어라> ★★★★

사카린, 그리고 설탕에 대한 여러 가지 알아야 할 사실들.


<톨스토이 단편선 1> ★★★

뒷쪽으로 가면, 유명한 '바보 이반'이라든가 도깨비 이야기들이 재미 있기도 하고, 생각도 하게 한다. 그런데 앞부분 대여섯 개의 단편은... 혹시 광고?


<굿 라이프> ★★★★

행복이란 개념, 그리고 어떻게 행복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대단히 실사구시적인 접근.


<8요일> ★★★

대단히 표준적인 모더니즘에 약간의 '동구권' 맛 첨가.


<무민의 겨울> ★★★★

환상문학의 바람직한 사례. 무민의 세계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원제는 <통찰을 가져온 발작>. 뇌졸중으로 좌뇌의 기능을 거의 잃었던 뇌의학자의 경험담. 뇌의 가소성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뇌졸중 체험을 의학자가 직접 써내려갔다는 점만 고려해도 이 책의 가치는 자명하다.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중간중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함과 통쾌함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총평은...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

건망증, 가는 귀, 집중력 부족, 입냄새...

정말 노인들을 많이 이해하게 해준 책. 우리들의 부모님들도, 그리고 언젠가 우리들도...


<체호프 단편선> ★★★★★

역시 체호프. 레이먼드 카버 따위, 체호프의 열화복사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에서 여성을 읽다> ★★★★

여성의 입장에서 보는 그림의 세계. 많이 다르다. 예상 가능한 범위이기는 하지만.


<108가지 부동산 상식> ★

이런...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

재일한인 학자의 인생 조언을 담은 책.



(3/31 1권, 그리고 4월 한 달 동안 21권)


매거진의 이전글 잠시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